무협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강호(江湖)’는 중원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물론 무협 배경의 주가 중국인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강호가 가리키는 것은 특정 지역이 아닌 추상적인 영역이다. 잘 생각해보면 소설 그 어디에서도 강호를 특정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무림인들의 세계 ‘강호(江湖)’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정의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천마재생」의 강호는 흥미진진하다.
「천마재생」의 강호를 구성하고 있는 이는 하나같이 비범하고 매력적이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살리는 태규 작가는 어떤 분이실지, 인터뷰를 통해 살짝 엿보았다.
복수심 하나로 무림을 평정한 수라천마 장후.
우연히 찾아온 깨달음… 우화등선의 기회 앞에서 새로운 삶을 택하다!
Q. 반갑습니다, 태규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2006년 10월경, 문피아 자유연재란을 통해 「풍사전기(風邪傳記)」를 연재하여 데뷔를 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계속 무협소설만을 쓰며 살아가고 있네요.
Q. 「천마재생」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맛깔 나는 대화, 시원스런 전개와 몰입력 등 매력 포인트가 상당한데 작가님이 보기에 「천마재생」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천마재생의 주인공은 남장후가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여기며 쓰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건의 진행과 전개방식이 약간은 독특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부분이 독자 분들께 어필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Q. 「천마재생」의 주인공 천마 장후는 ‘먼치킨’ 캐릭터인데, 개인적으론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성장형 캐릭터보다 다루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장후를 표현할 때 곤란하다거나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질문의 내용처럼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본래 성장형의 소설을 써왔기에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중심인물’이란 한번 다루어 보고 싶은 캐릭터였고,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Q. 장후 주변에는 여성인물이 끊이지 않는데요, 무협소설 작가님을 만나면 꼭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 있어요. 무협소설의 꽃인 ‘히로인’이란 작가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A.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때문에 주변 선후배 작가들에게 저는 무협작가 중 가장 여자 캐릭터를 잘 못 다루는 작가라며 놀림을 받곤 합니다.
제 이야기가 사건과 인물들 사이의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남성성에 집중된 까닭이지 않을까 합니다.
언젠가 제 자신에게 히로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고한 틀이 생긴다면,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Q. 「천마재생」의 천마 장후, 하소인. 「천라신조」의 묵생 등을 비롯해 태규 작가님의 작품에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중 누가 제일 애착이 가나요?
A. 전 제 글에 나오는 캐릭터가 다 좋고 다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를 만들 때, 그 캐릭터가 작중에 등장하기 전까지의 삶을 머릿속에 미리 그려놓습니다. 그 과정 중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생기게 되어, 누가 가장 좋다고 분별하지 않게 되더군요.
Q. 개성이 강한 캐릭터가 많아서 그런지 작가님의 작품들은 핫한 대사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천라신조」에 나온 단골대사 ‘날아볼까’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데요, 이 대사가 반응이 뜨거울 걸 예상하셨나요?
A.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당황했었죠.
변명을 하자면, 개인적인 기호와 작성하는 이야기의 색체 간의 괴리감이 만들어내는 문제입니다. 저의 기호는 좀 하드보일드한 형태에 살짝 치우쳐져 있습니다. 거칠고, 차갑고, 건조한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할까요?
하지만 대중적인 부분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어, 정작 집필하는 이야기는 밝고 즐거운 이야기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때문에 독자를 설득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표현을 과장하거나 강조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의 기호와 성향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의도하여 생기는 문제입니다. 의식하고 있는 부분이고,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상을 덧붙인다면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날아볼까’라는 대사를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게 되는데, 재밌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그 대사를 사용되든 간에 회자된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요.
Q. 그러고 보면 작가님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은 공통된 목적을 가진 것 같아요. ‘보다 인간답게 사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욕망이죠.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삶)의 목적도 이와 같나요?
A. 그런 것 같습니다. 단 나이가 들어가며 ‘인간답게’라는 기준이 조금씩 변하기는 합니다.
이십 대에서 삼십 대 초반까지는 자유로운 사람이고 싶었고, 삼십 대 중반에는 한 사람의 제대로 된 성인이고 싶었고, 이제 반년만 지나면 사십을 바라보는 지금은 아버지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Q. 태규 작가님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우열을 가리기에 앞서 본인 스스로 가장 인상 깊었던, 혹은 특별한 작품은 무엇인가요?
A. 영웅쟁패(英雄爭覇)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만 들면 아쉬워서, 라고 할까요?
Q.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두 가지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첫 번째는 사정상, 제 네 번째 이야기인 무적행(無敵行)과 영웅쟁패를 병행하며 집필하게 되어서, 두 이야기 모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계약 일정상의 문제로 마무리를 계획대로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Q. 여기까지 오면 빠질 수 없는 단골질문이 있죠. 소설을 쓰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소설을 쓰기 전과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A. 전 초등학생 때부터 무협소설을 읽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읽고 있는, 쉽게 말해 무협소설 마니아입니다. 그런데 2006년, 무슨 생각이었는지 저도 잘 모르지만 갑자기 문피아 자유연재란에 「칠성능천(七星凌天)」이라는 습작을 연재해보았습니다. 한 3회 정도 연재를 했던 것 같은데, 보는 사람이 10명이 되지 않더라고요. 당연한 일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오기가 들어서, 당시 연재되는 무협소설을 case-study한 후에 공통점을 정리하여 그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그 이야기가 바로 「풍사전기」였습니다.
소설을 쓰고 난 후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가장 즐기던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는 것이겠죠.
Q. 무협 입문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입문작은 대중성을 지닌 이야기가 좋다는 생각이어서, 이렇게 추천해봅니다.
중국무협의 경우는 고룡의 「절대쌍교」와 김용의 「사조영웅전」.
1세대 무협은 금강 선생님의 「절대지존」.
2세대 무협은 용대운 님의 「태극문」.
그리고 3세대 이후의 무협은 장영훈 선배님의 「절대군림」.
Q.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여깁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즐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내놓는 것이 제가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고, 그리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가 소개>
―태규(太叫)
현재 문피아에서 「천마재생」을 연재하고 있다. 전작으로는 「풍사전기」, 「천의무봉」, 「천라신조」, 「무적행」, 「영웅쟁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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