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의 특성상 몇줄만 써도 모든 내용이 연상될 만큼 내용이 적고 전개가 느리니 이 감상평 최악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43권을 안보신 분에게는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일단 이번 43권은,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으로 필자의 감상평은 한 줄로 족합니다.
‘재미없어!’
43권의 내용은 정말 별게 없습니다. 최후의 비기로 얻은 시간의 조각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대충 보여주고 난 후, 거의 30권쯤에 나왔던 케케묵은 페어리 여왕의 퀘스트를 독자로서 아주 납득하기 어렵게, 그리고 쉽게 클리어 합니다.
다음에는 기억도 나지 않을 몇몇 캐릭터들이 영주 직을 달고 나와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위드와 특정 조각생명체들, 서윤 등이 함께 하벤 제국의 땅을 누비며 깽판을 치죠.
그리고 달조의 최종보스인 황제 바드레이에게 별 이상한 자발적 퀘스트가 튀어 나오면서 해괴한 퀘스트를 클리어 하면서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한 권 설명 하는데 8줄이군요. 여튼 내용 전개가 글자수에 비해 느린 것은 넘어간다 치더라도, 독자로서 짜증을 느끼기 충분한 43권이었습니다.
최후의 비기인 시간의 조각술이야 8권 가까이 잡아먹은 대여정으로서 주인공인 위드가 가지기에는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희성 작가가 잡은 위드라는 게임 속의 캐릭터는 워낙에 ‘약한’ 편이니 라스트보스인 바드레이와의 싸움에서 히든카드를 줄 수 밖에 없었고, 거의 소설 내에서 반 년 가까이 잡아먹으면서 얻은 기술이니까요.
다만 페어리 여왕의 퀘스트는 ‘아 이 작가가 글 쓰기 진짜 귀찮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건성으로 넘어갔습니다.
혼돈룡 아우솔레토를 사냥하면서 얻었던 드래곤의 유물이 왜 조각사 위드에게 강제적으로 소유 되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전혀 관계도 없는 아이템을 통해서 단번에 페어리 여왕 퀘스트를 단번에 해결 했으니 납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강제적으로 캐릭터 소유가 되었던 드래곤의 유물이 마치 이번 퀘스트의 핵심이라도 되는 듯이 페어리 여왕이 가져가죠. 그야말로 최근 달빛조각사 전개 중에서 어거지 중에 최악의 어거지 전개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전에 패망한 칼라모르 지역에서 영주 직을 받았던 다인이라는 샤먼 캐릭터가 칼라모르의 도시를 다스리는 모습이 나오고, 기억 나는건 ‘오프라인 세상에서 돈 많은 것’ 밖에 없는 로빈이라는 캐릭터가 후줄근한 성을 받아서 수 천만 골드를 부어가며 도시를 급성장 시키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떡밥이라는 이름의 변명거리를 만들지에 대해서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이 두 인물에게서 뽑아낼 소스가 ‘급 마음이 바뀐 다인이 칼라모르에서 얻은 인덕과 신망을 위드에게 실어준다’와 ‘로빈이 돈을 바르면서 발전시킨 도시를 위드가 낼름한다’ 정도 밖에는 없으니 전혀 기대되지 않는군요.
그리고 로빈이라는 캐릭터가 현실의 자본을 이용해서 나서는 이 내용은 그냥 악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자 캐릭터가 무려 ‘수 억명’이 즐긴다는 게임 내에서 이 녀석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본금을 이용해서 이렇게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면 게임 내에서는 일개 길드보다는 이런 재벌들의 세상이 되었어야 정상이죠. 그렇다고 이전에 ‘어떤 재벌들이 돈을 쳐발라서 길드를 만들었는데 망했다더라’ 식의 묘사도 없고요. 아예 등장 시켜버리지 않았으면 모를까, 그냥 찝찝한 흔적으로 남게 된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정말 의미 없게 분량만 잡아먹은 파트라고 생각되는 위드의 하벤 제국 도발.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고작 위드가 몇 백명 죽였다고 흔들리는 하벤이 정말 제국이 맞나?’
애초에 41권, 42권에서 30만명 정도가 동원된 아르펜 왕국 침공전에서 한 번 패배 했다고 제국 기반에 균열이 간 것 조차 혀를 찰만한 부분이었지만, 위드가 이렇게 깽판 치는데 수습 못하고 갈팡질팡 쓰러지는 하벤 제국 파트에서는 ‘위드가 하벤 제국 내에서 활약하고 있다’라는 점에서 호쾌함을 느끼기는 커녕 ‘너무 적군을 하향평준화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앞서서 오히려 집중을 못했습니다.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죠.
차라리 사막의 대제 위드였다면 컨셉 자체가 만인지적, 일기당천이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았겠지만, 조각사 위드가 오히려 깽판을 저지르니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막의 대제 위드로 절대 막아설 수 없을 강대한 무력을 바탕으로 움직였다면, 이번에 조각사 위드로는 달빛조각사가 정확하게 잡아놓은 ‘전략과 전술, 기책’ 등을 이용한 행보를 보여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드레이의 어처구니 없는 ‘흑기사의 운명’이라는 자발적 퀘스트는 작가 본인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건 정말 억지스럽고 거지발싸개 같은 전개니까 집어 치워달라고, 지금이라도 편집해서 새로운 전개를 구상하라고요.
덕분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굉장히 어울리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소설 내에서 최종 보스로 선택된 이 바드레이가요.
바드레이의 퀘스트는 누군가가 주는 퀘스트가 아닙니다. 직업 퀘스트랍시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퀘스트죠. 결국 작가가 주는 퀘스트라는 겁니다. 퀘스트 내용 자체도 흔히 폭군들이 비극적인 결말로 다가서게 되는 ‘의심과 배척, 척결’ 등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이를 행동하게 되면 상당한 양의 개인 스탯을 보상으로 받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진정으로 짜증이 난 것은 바드레이의 행동입니다. 이미 황제가 되었고, 대륙의 절반 이상을 먹어치워서 극강의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동시에 죽어도 되살아나는 게임 유저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제일 쎄지는게 먼저다. 어차피 사람들은 가장 강한 놈에게 조아리게 되어있다’ 따위의 말을 지껄이며 퀘스트를 수행합니다.
한창 반란군이 들고 일어서는데 내부에서 바드레이 스스로가 한낱 스탯과 자기강화 따뒤에 자기 기반을 갉아먹는 모습은 ‘바드레이’라는 캐릭터를 욕하기 보다는 이렇게 움직이도록 만든 작가를 욕하고 싶습니다. 이제 나중가면 바드레이는 세력이 약해지고 자신이 강해졌으니 위드랑 1:1 붙었다가 깨지고 하벤 제국은 와해 되겠죠.
그냥... 쯧, 하고 예상되는 결말에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던 43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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