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룬
작가 : 이현비
출판사 : 로크미디어
[라스트 콘서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여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서 죽는 슬픈 영화죠. 사람들은 이런 슬픈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남이 겪는 슬픔이지만,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도 슬픔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 카타르시스가 필요할 때만 이런 슬픈 영화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슬픈 영화와 반대로 신나는 액션 영화나 달콤한 러브 코미디는 사람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악당들을 쳐부수고 승리하는 주인공, 매력적인 상대방과 달콤한 러브를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판타지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과연 무엇을 바라는 걸까요? 아마도 현실세계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고 싶고, 그 세계의 문제들을 헤쳐 나가는 것을 간접 경험하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드래곤과 마법사, 엘프와 드워프, 몬스터와 마수, 아이템과 던전, 중세와 기사, 용병과 귀족, 등등을 판타지소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수퍼맨의 초능력을 생각하면 뭔가 달콤하고 신나는 것을 느끼듯이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여러 가지 특별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달콤하고 신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지요. 게임판타지소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서 가상현실과 게임이라는 요소를 추가하게 됩니다. 레벨, 설정, 가상현실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하룬]은 게임판타지소설이지만, 게임 요소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게임 내의 NPC들과 대결하고, 남들보다 우월한 주인공의 모험이 더 많이 들어 있고, 중요합니다. 한편 게임판타지소설은 현실과 게임 내의 사건으로 이중적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일반적인 소설은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내면적인 것이 이중적으로 진행되는데, 게임판타지소설은 현실-게임-외면-내면 4중적으로 진행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4중적인 것을 잘 조율해야 합니다. [하룬]은 게임 속에서도 대결을 벌이고, 현실에서도 대결을 벌이는 점이 특이합니다. 아이언 스네이크나 볼카웜을 잡는 모험이라든가 고요의 평원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장면 등은 인상적입니다. 버처리비크와 동화해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패스트 워킹 스킬을 사용해서 정찰하는 장면도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타림 공방에서 만든 몬스터 가죽 방어구는 한 번쯤 입어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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