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에르나크
작가 : 카이첼
출판사 : 북큐브, 문피아
에르나크는 판타지 게임, 경제물...이라는 대단히 특이한 장르에 속하는 장르소설이다. 허나...그 구성을 살펴보면 미묘하게 영지물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온다.
쉽게 말하면 구도는 이렇다.
타파해야 할 악의 제국, 풀골드.
거기에 맞서는 정의의 소국, 영식홀딩스.
아마 작가님도 어느정도 영지물의 개념을 가지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 증거로 베일런을 얻을 때, 삼국지 게임을 비유하며 유능한 참모를 얻는 게 중요하다 하였고, 뒤에 작가말에서조차 왜 삼국지를 언급했는지 아실 듯...이라는 말이 있었다.
즉, 작가님 본인부터 이 글을 삼국지 게임, 즉 영지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물론 에르나크에는 타 영지물과는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정복전쟁이 없다는 거다.
즉 에르나크의 정복전쟁은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즉 자금력과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것에 있으며, 영지점령 같은 것은, 유망한 중소기업을 합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니, 물론 병력과 병력의 부딪치는 물리적 충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자금적인 전쟁 이후에 벌어지는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뿐이랴.
에르나크는 경제물의 탈을 쓴 영지물이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주어진 무기가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서 풀골드에게는 말 그대로 골드, 즉 금력이 주어졌다.
그리고 영식에게는 전혀 다른 힘, 즉 정보가 주어졌다.
물론 영식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고, 알지 못하는 정보도 많지만, 동시에 풀골드 역시 모든 자금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그 힘은 그야말로 용호상박.
그렇다. 이 글은 경제물겸 영지물로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자금과 정보의 대결로도 볼 수 있다.
잠시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서...영지물의 특징 중 하나는, 초반에는 작은 영지로 시작해서 온갖 위기를 간신히 극복하고, 그러면서 힘을 키우고 이웃영지를 정복하여 결국은 국왕이 되고, 그렇게되면 이웃나라를 침략, 정복하여 제국이 되어 결국은 대륙, 세계를 통일한다는 일련의 흐름이다.
자, 그럼 이렇게 영지물로 보았을 때, 에르나크의 최종 목표는 풀골드를 정복하고, 세계를 통일하는 것인데...그러고 끝이냐?
아니다. 실제로 영지물이 끝마무리가 부실한 이유가, 이렇게 온통 정복을 끝낸 다음
[세계통일을 완료했습니다. 끝.]
하고 끝내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엔딩이 바로 [마왕엔딩.]
세계정복 이후 갑툭튀한 마왕을 때려잡고 세계평화를 지켰다...하는 엔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에르나크로 돌아가보면, 놀랍게도 이 [마왕엔딩]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왜냐하면 에르나크에서 주인공 영식이 세계 통일을 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 마왕 부활 이벤트에서 마족과 대항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즉, 작가인 카이첼님은 아마도 영지물을 면밀히 연구하셨고, 그래서 영지물의 고질적인 약점인 끝마무리의 부실함, 즉 갑툭튀한 마왕...이라는 클리셰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서, 주인공 영식이 세계를 정복해야 할 이유...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솔직히 좀 전율했다.
역발상이 대단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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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흥분해서 막 쓰다보니 제대로 이야기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아무튼 쓰고 싶은 건 다 썼으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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