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별도
작품명 : 검은여우 독심호리 3권
출판사 :
* 미리니름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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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서의 너는 죽고 없다!
지금부터는 비밀한 특수 요원일 뿐이다!
나라의 그림자로 점찍힌 자들의 극비 훈련!
그 이면에 숨은 조정의 독심 어린 음모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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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까지는 강 개인의 능력 발휘 쪽에 촛점을 두었다면, 3권에서는 거국적 관점에서 전체 판세를 짜서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둔 진행이었다. 물론 3권에서도 강의 활약은 눈부시고, 2권까지의 진행에서 여러 정세 묘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3권의 주 내용이 여러 세력간의 갈등과 그 갈등의 틈새를 노리고 파고드는 강의 활약인 만큼 좀 더 별도님의 치밀함이 발휘된 듯한 느낌.
항상 검은여우를 읽을 때면 나는 흥미진진한 시뮬레이션 RPG를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파이어엠블렘 시리즈라던가, 랑그릿사 시리즈라던가. 이런 류의 게임은 각 스테이지마다 클리어를 위한 제약조건, 상황설정이 붙기 마련이다. 이번엔 그런 조건의 스케일이 좀 더 커졌다.
예전에 강이 돌함육합권의 주인을 처리하고 도주할 때는 그 클리어 조건이 '생환'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들러붙은 '꼬리'를 떼어낼 것, 그 꼬리를 계속 붙이려 하는 감시자를 처리할 것, 되도록이면 지속적 추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고, 강은 그것을 차례로 클리어하며 생환에 성공한다. 이때의 그는 요원 개인의 입장이었고 맡은 임무 역시 그 파급효과가 적었다.
반면 3권에서 맡은 임무는 크게 보면 '강호세력의 장기적 약화'이고 작게 보면 '무림맹 남부지단의 성립 방해 및 약화 공작'이다. 미션의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보니 고려해야 할 요인 또한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각 세력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갈등요소를 샅샅이 뒤져서 이용하는 등 좀 더 큰 범위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토착세력인 다섯 세가와 신진세력인 구대문파, 방향성이 다른 개방, 그리고 어둠속에 숨은 '조직'. 이 네가지의 세력간 알력과 갈등을 그려내며 판을 짜는 별도님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조금 무리한 전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요즈음 장르 소설이 비판받는 요소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멍청한 적들, 무뇌아 음모자들'이 아닐까. 엄청난 정보력에 깊은 연륜, 뛰어난 지혜 어쩌고 하면서도 항상 주인공에게 속아넘어가거나 멋대로 오해하거나 하는 멍텅구리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오로지 주인공만 고등학생이고 나머지는 다 유치원생인 것처럼. 검은여우는 대학원생 주인공에 대학새내기 적들같은 느낌이었다.
3권에서 강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또 살펴봐도 완벽하게 '원맨쇼'를 펼치고 있다. 이 거대한 남부의 세력들 간을 종횡무진 누비며 엄청난 이간질을 하며 활동을 한다. 그 활약의 면면을 살펴보면 분명 강에게 가능한 것이며,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가 가진 뛰어난 머리에 놀라운 통찰력, 거기에 삼단계에 달한 역용술이면 차고 넘친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적들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많이. 운해 같은 경우 분명 이유없이 박대당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것이고, 자기는 한 적도 없는 욕을 한 것처럼 소문이 난 것도 의아할 것이다. 죽은 적 없는 이가 죽었다는 소문도 분명 의심거리가 된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의심하려면 얼마든지 의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정말 불가사의한 사건이지만, '강'의 존재를 대입하면 얼마든지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운해는 '강'이 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숙지하고,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마지막까지 강과 여러 괴사를 연결짓지 못한 것은 의아한 노릇이다. 한두번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계속해서 이변이 일어나는데 계속 모른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즉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적들의 지능수준이 약간 떨어진다는 거다. 그 정도가 여타 소설에 비해서 심하지 않긴 하지만, 강의 원맨쇼를 위해 이들의 지능지수가 조금 하향조정된 면이 분명히 있다. 강의 활약이 정말 재밌고 두근두근 거리긴 했지만, 약간은 무리수를 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어차피 강호의 세력 약화라는 목적만 달성하면 되니 단기간에 이런저런 강수를 두어 혼란을 조장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조금 작위적인 사건 전개라는 생각도 들었다.
몇몇 이들의 우려를 불렀던 강의 무공수위는 적당히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성장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너무 빠르진 않게, 전투의 긴박감을 유지할 만한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이러다 나중에 음양신공을 대성해서 초고수가 될런지도 모르긴 하지만. 3권에서 눈에 띄는 변화라면 강이 좀 더 여유를 갖게 된 것, 여유가 주는 힘을 느끼게 된 것이리라. 그로 인해 무공이 발전하고, 시야가 넓어져서 사고의 유연성도 커지고, 게다가 남자로써의 여유도 생긴다.( ..)
앞으로 강은 점점 고속승진을 거듭할 것 같은데 그에 따라 이야기도 스케일업 할 듯 하니 어떤 전개로 나올지 흥미진진하다. 세권을 읽는 동안 각 권의 이야기가 조금씩 다 독특함을 갖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치밀한 짜임새,매력적인 인물을 보여주니 다음 권을 읽지 않을 수 없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3600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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