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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4.01.08 20:58
조회
3,781

작가명 : 마이클 샌델

작품명 :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출판사 : 김영사,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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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의란 무엇인가


뒤 늦게 이 책을 읽고 가장 놀란 것은이 책이 한창 유행할 당시 각종 기사나 칼럼혹은 다른 책을 내면서까지 이 책의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 하던 많은 사람들이정작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아마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일 두 문답이다하나는 조난당한 선원들이 젊은 소년을 죽여 먹은 실제 사례또 하나는 선로 위의 인부들을 구하기 위해 뚱뚱한 남자를 밀어야 하는가의 사고 실험이다이 두 대목은 책의 초입에 배치되어 기존의 정의나 도덕 이론을 적용 했을 때의 딜레마혹은 그러한 이론들이 이러한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두 문답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기존의 인식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이며그러한 기존의 인식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공격 혹은 설명이라 할 수 있다그렇지만 그 당시 보았던 일반적인 반응은 이러한 문답을 어떠한 답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선에서 멈추고거기에서 과연 정의란 어렵군.”이라는 단순한 답을 내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거기에서 더 나아가면 상황 자체의 오류나 미비를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그러한 기존의 이론에 대한 개설을 전개한 후 샌델 자신이 어떠한 입장인가(공동체주의자)를 밝히는 부분이 후미에 있다는 것이다도입부의 문답은 샌델의 정치적 입장에 대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만한 지점이 아니다그렇다고 그 부분이 샌델이 공리주의와 같은 기존 이론에 대하여 한 비판과 논증에 대하여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도 않다그저 딜레마’ 자체에서 좀 더 높고 심도 있는 인식 혹은 고민을 하라는 각성으로서의 질문인 것이다.


사실 이 도입부를 지나면 그 이후 오는 것은 정의에 대한 철학적 개론 설명이다현대인과 시장에서의 가장 흔한 논리인 공리주의가 도덕에 주는 의문을 각성시킨 후그 성립 배경을 잡아간다그리고 거기에서의 허점과 보완을 지속적으로 밟아가는 것이다이는 딱히 사상의 성립 시기를 따지지 않는다심지어 고대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후반부에서야 등장한다.


이는 단순하게 시기에 따른 철학자의 나열로 끝나곤 하는 철학 개론과는 명백히 다른 점이다책에서 다루는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유를 통해그 근원을 종합적으로 파악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많은 사람들이 샌델은 정의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려 주지 않는다.”라는 문장에도 살짝 의아한 생각이 든다


이 경우샌델이 정의내리지 않은 것은 정의라기 보다는 형벌에 가까운 것 아닐까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정의라는 것에 대한 고민은 결국 그것의 실천 방안을 고민하려는 의지더 나아가 그러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생각 자체가 있기에 나오는 것 아닌가.


굳이 샌델이 알려주는 정의를 찾자면그는 그가 밝혔든 미국식 공동체주의자다그가 책 전체에 걸쳐 여러 정의론들의 허점을 어떻게 공격하고 그것을 위해 어떠한 이론을 끌어다 이야기를 하는지를 가만히 들었다면그것을 명확하게 언어화 하지는 못하더라도어떻게 사안을 보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 가능하다그걸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샌델은 무엇이 확실한 정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의 기반과그것이 도출된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의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 것이다그가 공동체주의자이고 그에 따라 정의를 본다고 해도다른 사유의 정의에 대하여 부정하지도 않는다샌델은 자신의 생각 구조를 논술했는데마지막에 이후가 빠졌다고 해서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잖은가.

 


2.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로 읽은 마이클 샌델의 책이 책의 직접적인 계기는 역시 미국과 전 세계를 휩쓴 금융 위기다욕망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혹은 물질주의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에 분노했는지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레 관심을 끈다.


미국인들은 월가의 부패에 대하여 분노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무능’ 혹은 실패에 분노했다는 말은 꽤나 명쾌한 풀이로 이해된다그렇다면 왜 월가의 금융 자본들은 책임을 회피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책 속에서 말하듯 우린 나름 열심히 했다란 말에서 찾아보자.


자유주의에 모토는 한 마디로 타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은 자유롭다라는 것이다그리고 욕심(혹은 그것의 대상이 되는 이나 물질‘)’은 이러한 자유의 방향을 이끄는 동기로서 당연한 감정으로 취급된다.


허나 이러한 자신의 자유가 미치는 범위 안에서의 행동으로 자신의 욕심 혹은 부를 키우던 과정에서자신의 ’ 자체가 넘어져 버렸다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은 그냥 가만히 있던 많은 사람들(혹은 그들에게 소극적극적으로 의지하던 사람들)의 까지 함께 무너트렸다


이는 내가 인지하던 자유의 범위에 한정된 책임 범위를 초월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책임이 아닌 자유로 인해 움직이던 주역들은 자신의 자유의 원 위에 쌓여 있던 것이 넘어지며 타인의 원에 피해를 주었다는 인식이 없는 것이다이들은자신이 행함’ 자체에 대한 책임만을 인식하고 자신이 행한 것이라는 결과(, ‘쌓인 높이’) 자체가 가지는 책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 아닌 높이에서 기존에 꾸준히 이득을 봐 왔었다는 것이다).


본문의 이야기로 넘어가자책의 주제는 시장 논리가 기존의 비 시장적 논리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그것이 경제학자들의 잘못되게’ 일관된 논리에 의해 긍정되고아니 애초의 고민의 꺼리 자체가 되지 못하는 것인 양 취급되고 있다는 것이다어찌 보면 이는 비시장가치의 시장가치화라기 보다는 비시장가치의 무효화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내놓는 사례는 간단하다물질적 인센티브가 기존의 미덕에 대한 호소를 이기거나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혹은 그 자체를 파괴하는 경우의 여러 사례들이다흔히들 철학에 대하여 생각하는 식의 추상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다샌델 교수는 어디까지나 실제 사례와 경제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접근하고그 결과에 대한 인식을 돌이킨다.


샌델 교수는 굳이 윤리나 미덕이 절대적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비시장적인 가치보다는 인센티브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경우그것일 시행할 수도 있다고 명확하게 말하면서거기에 대하여 선행 되어야 하는 그것으로 인하여 시장화 되는혹은 파괴되는 비 시장적인 가치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거기에 대하여 고민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일단 책으로 보자면, ‘정의란 무엇인가가 보여주던 자연스러운 구조는 중반까지만 이어진다사실책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봤을 때 마지막 장인 명명권은 사례의 나열로 이루어진 사족에 가깝다미국인들이야 실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매우 평범한 일이 내용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 할 수 있겠으나한국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공감가는 내용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중 하나가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대한 것이다. “인간 활동의 모든 것은 인센티브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 사회의 모든 흐름을 연구한다는 이 학자들은결국 그러한 흐름에서 오가는 가치가 단일화폐(딱히 달러가 아니더라도)로 치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특히 이 부분이 잘 들어나는 것은 별 것 아닌 동정심으로 낭비되는 시민의 미덕을 아껴그것이 정말로 필요할 때에 쓰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모든 것은 교환의 대상이기에 쓰면 없어지고얻으면 생긴다는 동일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단일화폐적인 논리가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한 인식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현상을 설명한다기 보다는 차라리 경제학으로 계산하기 쉽게끔’ 주변을 잘라내 왔다는 것에 가깝다모든 것이 시장논리화 된다면 확실히 경제학은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지만경제학은 애초에 해석이 아니라 변화로 그것을 실현하고자 했던가그렇다면 경제학은 도덕을 말하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가 무너지지 않나.


샌델 교수의 두 책을 읽고 가장 궁금해 진 것은신자유주의 혹은 경제학적인 편에서 이러한 시장논리의 확장에 대한 도덕적 변론이 있는가이다신자유주의자라면 일반적인 도덕에 대하여 '천박해' 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거나혹은 그것이 결국 사회를 더 좋게 만들 것이라는 허망한 이상론만 있을 것 같지는 않다그렇다고 아직까지 공리주의적 변호를 하고 있지는 않을 것 아닌가.


추신 )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답하는 책이알라딘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검색하면 두 권이 나온다어느쪽이든 정의란 무엇인가의 발톱 만큼도 팔리지 않은 것 같다(그냥 일반적인 도서 수준으로 팔렸다).


추신 2 ) 알라딘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검색하니까 나오는 1억원짜리 책은 뭐지?


Comment ' 3

  • 작성자
    Lv.10 조경래
    작성일
    14.01.08 22:53
    No. 1

    2013년 그러니까 작년, 강의부터 논문까지 너무 즐겁게 봤던 글입니다. 사상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전개하는 사고방식에 대해 깊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글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페르딕스
    작성일
    14.01.09 10:43
    No. 2

    셸먼님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셨네요.
    정의란 무엇인가?의 소개글에서 요즘 문피아에서도 자주 보이는 정의론의 혼란을 잘 말하고 있군요.
    보편적으로 정의론은 다수의 행복을 우선하는게 일반적입니다.
    그게 완전히 옳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문피아의 여러분도 완전히 옳지 않다에서 생각을 멈춘 분들이 많이 있죠.
    우리는 그 이후로 계속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람에 따라 허점이 있음에도 계속 공리주의가 가장 나은 해결책이라고 할수도 있고, 실제적인 많은 사람의 희생보다 개인의 권리와 원칙을 중시할수도 있을겁니다.
    결과적으로 정답을 찾기는 불가능할겁니다.
    하지만 중간에 생각을 중지하고, 혼돈을 선택하는건 잘못이라고 생각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본아뻬띠
    작성일
    14.01.14 09:48
    No. 3

    정의란 무엇인가... 폐지 모음에서 공짜로 주워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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