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이기
작품명 : 어머니의 강, 메콩에서
출판사 : 시간여행
생물과 문화 다양성의 보고, 메콩 강에서 만인을 위한 기도가 일상인 사람들!
메콩 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매일 기도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행복과 강녕을 빌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사물의 안위와 행복을 빌어줍니다. 욕심을 갖는 순간, 그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아는 그들이지요.
자신은 그 모든 것에 포함된 지극히 작은 하나의 존재임을 알고, 공존의 의미와 그 중요성을 일상에서 실천합니다. 자연에 기대에 사는 그들이기에 자연에 감사하고, 그 자연의 품속에서 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더불어 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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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으로 방송 되었던 ‘생명의 땅, 캄보디아’, ‘어머니의 강, 메콩’의 취재노트를 기반으로 한 책입니다. 지은이는 EBS의 PD로 각종 교육 다큐나 프로그램 등을 제작, 연출했던 분으로 2년 가량 메콩 강 유역의 나라와 지역을 이곳저곳 오가며 취재했다고 합니다.
메콩 강이라는 이름은 얼핏 들어본 듯하지만, 나일 강이나 인더스, 아마존 강처럼 각종 매체에서 쉽게 접하는 곳은 아닙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도 몰랐으니까요.
중국 운남성에서 시작되어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까지 인도차이나 반도를 따라 흐르며 3억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강과 이웃하며 살아갑니다. 찬란한 문명의 젖줄이 되었던 적도 있고, 갈 곳 없는 떠돌이 난민들의 마지막 정착지가 되기도 했던 그러한 커다란 강이지요. 그렇기에 태국어로 ‘모든 강들의 어머니(Mekong)'라 불립니다.
여러 나라와 지역을 따라 흐르다 보니, 그 주변의 사람들의 언어나 문화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특이 이 책에서 집중하는 것이 그 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강 주변에 펼쳐진 숲을 떠돌며 밀렵과 불법 벌목을 감시하는 레인저들, 강 위에 수상가옥을 짓고 배로 오가는 사람들, 생활을 위해 물건을 실은 배로 시장터를 오가는 상인들, 중국 황제로부터 받은 가문의 업을 다시 부활시킨 사람, 독제 정권 하에 사라질 뻔 했던 전통무용을 다시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된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 생활과 전통에 함께하는 종교까지.
다큐멘터리의 취재 노트라고 해도, 단순히 여행기나 일지 같은 느낌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그 사람들의 생활상이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지듯 선명하게 펼쳐지듯 선명하게 나타나거든요. 이 책은 책 자체로 그 유역에서 일어나는 하루하루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의 이야기 말고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옛 왕국의 유적부터,인도의 ‘마하라바티’와 비슷한, 신화와 민담이 섞여 형성된 ‘라마야나’, 그리고 그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한 여러 지역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 예술들.
저 먼 오지의 사람들은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행복하더라, 무언가 특별한 게 있더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요.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남에게 찾는 것은 좋다 치더라도, 강 상류 중국이 건설하는 댐으로 인하여 강 하류 사람들의 삶이 위협받거나, 풍족하지 못한 벌이와 경제 상황 탓에 어려움을 받는 등 그들에게는 절실한 삶의 문제와 고민이 있으니까요.
그렇더라도 평소에 관심 가지지 못했던 여러 곳의 문화와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판타지가 다루는 ‘신비’라는 감정의 영역의 가장 가까운 것은 ‘낯선 장소’에 대한 것이니까요.
옛 판타지 소설에서는 ‘여행’이 필수적인 요소로 나오곤 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낯선 곳에 가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얽혀 갖가지 특이한 사건에 얽히곤 했지요.
얼마 전 읽은 미국의 판타지 소설 ‘다크엘프 트릴로지’, ‘아이스윈드데일 트릴로지’에서도 비슷한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 책의 주인공 일행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요. 물론 그들이 원하는 것은 평화와 정착이지만, ‘모험’이라는 것은 본래 낯선 것에 대한 도전과 비슷한 의미를 가집니다. 소설에서 새로운 장소에서 접하는 알지 못하는 문화에 당황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그러한 재미들은 최근의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좀 더 ‘판타지’의 근간에 접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요즘 한국 판타지에서 주류라 할 수 있는 물건은 현대물입니다. ‘지금 여기’를 배경으로 조금 이질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 혹은 집단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죠. 익숙함 속에 섞인 이질감이란 주제는 독자에게 신선한 감각들 줄 수 있지만, 이 또한 최근에는 질린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지요.
일본의 장르(라이트노벨) 판에서는 요즘 다시 고전적인 판타지 계열의 작품이 융성하는 분위기입니다. 라이트노벨의 주류 흐름은 곧 애니메이션으로 반영되기에, 요 1년간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오기도 했지요.
한국에서도 약간 변화가 보입니다. 현대물이라 해도, 고위 무공이나 마법에 통달한 주인공이 독불장군 스타일로 휩쓰는 그러한 것들에 이어, 현대물에서도 ‘괴물 사냥’이나 ‘미궁 탐험’ 등 전통적인 판타지 작법을 활용하는 것들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선한 것, 좀 더 자극적이고 친숙한 것을 찾아 변화해 온 한국 판타지 업계입니다만, 어쩌면 앞으로 달려오느라 미처 다 활용하지 못한 재미들을 돌아보면 다시금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채험이니까요.
먼 나라의 문화를 읽는 것과 판타지를 읽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어느 정도 이어지는 감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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