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링크 더 오크
작가 : 냉장고1
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이지만 한상은 비텔의 말을 은근히 제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이것도 광신도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긴 한데 말입니다.
물론 지금 한상의 저런 행동도 비텔은 수용하고 있기는 한데, 지금 한상의 방향성만이 옳다기보다는 그냥 한상이 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즐기는 상황인 거 같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움직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비텔은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고, 그를 위해 선악 따윈 아무래도 좋고 무슨 일을 해도 상관없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건 다르게 말하면 절제되지 않는 끝없는 욕망의 긍정이라고도 보거든요.
그리고 절제되지 않는 끝없고 거대한 욕망은 악으로 치환되기 쉽고, 사실상 악과 똑같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텔교는 비텔의 의도가 어쨌던 필연적으로 악을 생성하는 교리를 가졌다고도 봅니다.
한상도 교리에 선악구분이 없으면 다른 이들이 보기에 좋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멋대로 고쳐 포교하는 거 같기는 한데, 고치지 않은 원본을 말하는 비텔의 의도나 성향, 위험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한상에게 있어서 비텔은 그저 자애롭고 위대한 여신이라서일까요? 자기 안에 있는 비텔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서인지 비텔을 우상화하려고만 할 뿐, 정작 그녀의 말에서 제대로 속 내용이나 이면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외면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제가 보기엔 지금 비텔은 개미집 관찰하듯 신도들을 재밌게 움직이며 재롱떠는 장난감 정도로밖에 보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기분마저 드는데 말입니다. 인형놀이에 빠진 어린아이랄까. 어떤 의미로 다른 신들에 비해 신도들에 대해 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달까. 이건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요.
전 지금 작중에 등장하고 있는 수호자들의 성향을 생각해도 비텔이, 적어도 비텔교라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푹푹 듭니다.
그들이 하나같이 일반적인 판타지에서 나오는 언데드 계열 종족인 건 둘째치고, 진짜 언데드답게 소환주인 한상과 그 추종자들에게는 자비롭지만 그 외에서는 언데드로서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 보인다고 할까요?
절대 정상적인 성격들은 아닌 거 같더군요. 어딘가의 가치관이 크게 뒤틀리거나 혹은 아주 피에 굶주린 악성향이라거나. 겉보기에는 침착해보이는 녀석들도 있는 반면, 대놓고 미친 것처럼 보이는 녀석들도 있고 말이지요.
자기 가치관이 확고하고 단단해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은 수호자들의 공통점일까요? 근데 이건 다르게 말하자면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 가지관에 위배되는 말에는 절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옹고집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인데.
이 수호자들이란 것들도 일단 비텔교도라는 걸텐데, 이런 이들의 외견이나 힘의 특징은 그렇다치고 정신상태가 영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비텔교에 큰 불안이 생기는 요소라고 봅니다.
한상은 이걸 제대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비텔이 내려준 수호자라고 관대하게 보고 있는 건지, 자기가 잘 부리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현재로서는 제대로 정보다 다 나오지 않은 거 같아 억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합니다만, 그락카르가 있는 세상에서 아베네고의 비텔교가 멸망했던 이유는 다른 신들의 질투 같은 게 아니라 좀 더 다른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멋대로 전개하는 것입니다만, 그래도 한 번 제 추측을 펼쳐보자면
1. 비텔교는 과거 완전한 자유를 내걸은 교리와 간단한 입문방식, 손쉬운 힘의 부여로 크게 융성한 적이 있다.
2. 급격히 커진 비텔교는 이후 더 많은 자유, 그를 위한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점차 여러 종족들에게 손을 뻗는다.
3. 그 와중에 비텔에 대한 광신의 극에 달한 비텔교의 중추는 비텔교야말로 전 세계의 통일종교가 되기 걸맞다 여기고, 비텔 외의 다른 신들은 필요없다 여겨 악신으로 규정, 전세계에 비텔교를 강제포교하기 위한 성전을 발동.
4. 성전 와중에는 비텔교의 힘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암살자들이 양성되어 각 종족이나 종교의 지도층이 그들에게 암살되거나 납치, 협박당하는 사례가 무수히 발생.
5. 이에 격분한 이들은 위기감을 가지고 연대하고, 위기감과 사명감으로 다져진 강렬한 의지에 호응해준 비텔 외 신들이 내려준 힘까지 더해서 전세계를 강제종교통일하려던 비텔교를 박살내어버림.
6. 이후 아베네고가 이끄는 비텔교는 어떻게든 명맥이나마 이어 살아남고자 했지만, 이후 또 다시 있을지 모를 비텔교의 폭주를 우려한 전 종족의 뜻에 따라 비텔교의 살아있는 신도들을 완전히 말살함.
7. 하지만 아베네고의 엄청난 광신과 원한, 그리고 아직 이 세계에 손을 떼고 싶지 않던 비텔의 간섭으로 아베네고는 죽지 않는 자로 전환.
8. 이후 끝없는 세월을 힘을 축적하고 부활을 반복하며 비텔교를 부활시킬 때를 기다림. 그러던 와중에 한상에 의해 다른 세계의 비텔교가 생겨나 아베네고의 힘이 강해짐.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어떠신지요? 일단 요새 한상이 너무 광신도스러워서 반감이 들다보니 이런 글을 적어보게 되었습니다.
진짜 비텔이나 비텔교가 안 좋은 거라고 판명나 명확한 사실로서 한상에게 들이대지면 그 때 한상은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이종족들 잡아서 심문은 해보려는 모양인데 그 때 제대로 자기 입맛에만 맞게 이야기를 듣고, 안 좋은 이야기는 외면하려는 건 아닐지.
나중에 비텔교가 안 좋은 걸 깨달으면 자기가 비텔교를 좋게 만든다고 노력하거나, 정 안 되면 그락카르의 도끼가 한상 대갈통을 물리적으로 깨는 것으로 응징해주겠지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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