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망량
작품명 : 천년검로千年劍路
출판사 : 루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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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영, 이 기나긴 여로의 주인공이자 천년을 연단한 끝에 궁극에 다다르길 바라는 주인공. 나는 처음부터 그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다. 재능이 없으나,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한 끝에 간신히 천재들을 따라잡고, 자신이 열 배, 아니, 수십 배로 수련했음에도 따라잡지 못하는 천재들에 대한 절망, 허탈감 속에도 다시 일어서서 '검의 끝'을 바라보는 주인공. 개인적으로 2권에서 당삼에게 외치던 절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포기해라, 너는 10년이 지나도 나를 따라잡지 못한다."
유천영의 노력을 모두 무위로 돌려버리는 엄청난 천재, 당삼. 그의 오만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나마 재능없는 주인공이 천재를 따라잡기 위해얻은 '열흘의 하루'
하루가 자정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것이 열 번을 반복되어 마지막 열흘이 지나면 다음 날로 넘어가 마지막 열흘만 현실에 반영되지만, 수련의 결과는 몸에 남아있는, 노력하는 자에게라면 가히 지고의 선물이라 할 수 있는 능력.
유천영은 그 열흘의 하루를 가지고 죽도록 노력한다. 팔 근육이 찢어지고, 원래 시간은 1년이 지났는데 정작 유천영의 시간은 10년이 지나고, 그 오랜 기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노력하고, 그러나 당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100년, 100년은?"
유천영이 물을 때, 100년이 지나면 당삼을 따라잡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여기서부터 주인공의 집념을 느꼈다.
"음…글쎄."
"그렇다면 천년! 천년이라면!"
어제 읽긴했는데 토씨하나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천영이 10년이 안 되면 100년, 100년이 안 되면 천년이 걸려서라도 뛰어넘겠다는 집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유천영(현대의 이름은 이게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은 현대에 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릴 적에 한 번 이계로 넘어가게 되고, 간신히 살아 돌아온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대략 중학교 시절 쯤에는 아예 또래의 여러 친구들과 넘어가게 되는데 거기서는 큰 힘을 얻어 영웅적인 업적─마룡을 물리치는 등, 비록 시기와 질투로 인해 업적이 빛을 바랬지만─을 이루고 현대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올 때 살아남은 이는 유천영과 강하나(여주인공은 1, 2권에서 자세히 나오지 않았기에 이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 단 두 명. 그리고 대학생이 될 무렵에 이번에는 무협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참고로, 계속해서 이계로 넘어가는 이유에 무언가 비밀이나 복선이 있을 것 같지만 아직 직접적인 암시는 나오지 않은 듯하다.
무협으로 넘어간 천영은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 된다. 그 상인은 돈도 많지만 예전에 오군도독부에 높은 위치까지 올랐던 명장이라서 어릴적은 편했었다. 그러나 천영의 아버지에게 원한을 가진 절룡신군이라는 고수가 찾아와 천영과 아버지의 목숨을 노리게 된다. 여기서 천영은 살아남기 위해, 아니, 어떤지 모르겠다.
처음 천영이 인질로 잡혔을 때 천영은 절룡신군을 도발한다. 지금 나를 놔주면 내가 당신을 따라잡을 것이 두렵냐고.
그때까지는 아마 살아남기 위한 도발이었을 것 같다. 그러나 절룡신군이 '근압법'이라는 재능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유천영을 재단했을 때, 그가 하는 말.
"불쌍한 놈. 너는 노력은 가상하나 평생 일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천영은 이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분노? 오기? 반항? 아마 이들을 모두 섞어놓은 듯한 감정을 느끼고 절룡신군에게 말한다. 당신을 반드시 꺾어보이겠다고. 절룡신군도 제대로 된 무인인듯, 천영에게 말한다. 7년의 시간 뒤에, 내가 너를 찾아와 죽일테니 그때까지 나를 뛰어넘으라고. 사실 정상적인 무인이라면,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라 해도 거의 불가능하다. 절룡신군은 절정의 고수. 천재라 해도 일류까지 가는데는 십년이 넘게 걸리는데, 하물며 그때까지 무공을 전혀 배우지 않은 주인공임에야. 그러나 유천영은 승낙한다. 사실 그것 말고 살아남은 방법이 없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주인공의 오기가더욱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어찌되었든 유천영이 무공을 배우려 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 재능이 없어서. 무야체라는, 경맥이 얇아 남들보다 내공을 쌓는 것이 훨씬 느린 주인공. 그러나 천영은 과거 자신이 판타지 세계에 있었을 때 신성전사로서의 능력을 각성해 열흘의 하루를 얻는다. 밑의 비평 중 댓글에 보면 이 힘을 얻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라 평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천년검로에 나오는 신의 개념. 아즉불我卽佛 아즉신我卽神. 내가 곧 부처고 신이다. 도가나 불가의 사상과 상당히 유사한 이 사상은 주인공이 열흘의 하루를 얻게 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신성력이 각성되지 않았지만 내가 곧 신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성인의 경지에 도달한다.그리고 성인의 경지에 다다른 자는 자신의 모든 성력을 버리는 대신 한 가지 소원을 얻을 수 있다. 천영이 바란 소원은 열흘의 하루. 개인적으로 신성전사로서 마룡을 처리했으면 그 힘을 가지거나, 열흘의 하루가 아닌 백일의 하루일 수는 없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재능없다는 말을 들은 주인공의 오기, 아무리 성인의 기적이라도 100일을 다루는 건 힘들 것이라는 주인공의 타협점이라고 본다.
어쨌든 열흘의 하루를 얻은 천영은 그 능력을 이용해 과거 아버지의 스승이 있던 육영당, 즉, 봉문한 전진교로 들어간다. 그래서 여러 천재들을 만나고, 무림대회에 나가서 당삼을 꺾으며 깨달음을 얻기까지가 1,2권의 내용이다.
1~2권에서 유천영은 정말 처절하게 노력한다. 탈혼괘수인지 뭔지 하는 초식을 하나 익히기 위해 하루에 삼천 번 씩, 열흘을 반복하여 열흘 안에 초식수련 3만 번을 해서 간신히 육영당에 들어가도록 인정되고, 육영당에 가는 도중에도 마보로 걸어가는 수련을 하여 열 번이 넘도록 탈진하고, 육영당에 들어가서는 한시도 쉬지 않고 수련을 하여, 마침내 몸이 망가져 수련을 몇 달 쉬지 않으면 안 될 정도까지 고련하고, 그 유예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수련하고, 걸으면서, 잠자면서, 무엇을 하든지, 무엇을 보든지 항상 무공을 고민하고. 여희의 발도를 이기기 위해 열흘 밤낮을 지새우고, 동방륵인지 뭔지 중원오기의 최고─실질적 최고는 당삼이지만─를 이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십 번 대련하고.
주인공은 2권 마지막에서 당삼을 이기도록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결코 운이 좋아서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충 주인공의 체감 시간으로는 거의 20년이 넘게 지났다. 현실은 2년 반 정도 지났지만 말이다. 그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인공은 몸이 망가지기 때문에 수련을 쉬는 날 빼고는 한시도 수련을 쉬지 않았다. 20년이 넘는 무기질적인 생활에 염증이 나도, 희미한 목표, 검의 끝을 보고싶다는 막연한 목표 하나를 정해두고 진정 구도자의 길을 보여준다. 그런 주인공에게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은, 어쩌면 너무 늦었다는 생각까지든다.
종합적인 감상을 말해보자면, 요즘 넘처나는 천재적인 주인공들에 비해 고련하는 주인공, 재능없음에도 노력하는 주인공과 그에 따른 당연한 보상이 주어져 매우 흥미로운 글이었다. 게다가 작가의 문체 또한 요즘 넘쳐나는 작가들에 비해, 무언가, 무언가 단단하고…구도자적이며, 깊이 있는 문체라 생각한다. 아마 단어선택이 잘 된 듯 싶다. 정말 이렇게 마음에 드는 글은 오랜만이다. 앞으로 천년을 연단하여 검의 끝에 다다를 주인공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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