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힘들기 때문이겠죠 무협이란 것 자체가 판타지랑 틀려서 과거의 중국을 배경으로 하기에 모든 걸 작가 마음대로 꾸며 댈 수가 없죠.
중국의 작가들이라면 그럭저럭 문헌을 뒤지기도 쉬울테고 자신들의 역사의 일부라 기본 소양이 되어있을테지만...
국내의 작가분들이 명대가 아닌 시대를 배경으로 하려면 아마 도량형이나 지명이나 관제등을 비롯해서 생각해야 될 부분들이 너무 많아 지겠죠.
그리고 가장 쉽게 써먹을 수 있는 구파일방도 써먹지 못할테고...
그러한 기존의 장치들을 써먹지 못하는 만큼 새롭게 생각해야 되고 자신이 생각해 낸 부분들을 독자들이 잘 받아들일지도 물음표고 말이죠.
대개의 경우 일반적인 노선을 벗어나면 독자들이 외면할 확률이 더 높겠죠.
그러니 그런 식으로 힘들게 가느니 그냥 무협 포기하고 판타지나 퓨전 소설을 택하실 듯 하네요.
그래서인지 최근 추세는 굳이 어떤 시대라고 정해 놓지 않은 것들도 많아요.
단지 얼핏 살펴보면 명대랑 아~주 비슷할 뿐이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닌 형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 어떤 글이든 글을 쓴다는 자체가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스스로 생각해서 일일이 만들어 나간다는 건 어지간한 노력으로 불가능 일이니 말입니다.
단지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딱히 제가 판타지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게 아니라 판타지의 경우 말그대로 자신이 창조한 세계이므로 굳이 어떤 형식을 갖춰야 되는게 아니라는 거죠.
예컨대 판타지는 시로 예를 들면 자유시와 같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면 되지만 무협은 말그대로 무협이란 형식을 지켜가며 쓰는 거라 어느 정도 형식의 구애를 받는데 그 형식이 시대별로 틀려서 흔히 쓰던 익숙한 형식을 버리고 안 익숙한 형식으로 쓰다 보면 힘들다고나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형식이란걸 안 지키면 안 좋게 말해서 까인다는 거죠.
즉 판타지의 설정은 작가 본인의 고유영역이라 보는 입장에서 다소 마음에 안들거나 이해가 안가더라도 그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말 할수는 없죠.
하지만 무협은 글을 잘썼냐 못썼냐 혹은 재밌냐 없냐 이전에 무협으로써의 최소한을 갖추지 못하면 이미 무협이 아니게 됩니다.
그래서 보다 자유롭게 무협의 요소를 끌어서 재밌는 글을 쓸 경우 초창기에는 퓨전무협 혹은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썼기에 제가 퓨전이나 판타지라는 언급을 한 것입니다.
제대로 된 모든 걸 갖춘 판타지는 두고두고 설정을 써먹을 수 있는 것처럼 무협은 이미 어느 정도 설정이 정형화 된 곳입니다.
실제의 과거와 겹쳐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무심코 지나쳐 버렸던 사소한 것들이 그 시대를 왜곡시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 시대에 장풍을 쏘는 고수들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하면서도 시대배경이나 소소한 설정에는 집착해서 파고들게 되는게 독자인지라 그런 부분에서 힘들다는 것일뿐 딱히 판타지나 퓨전이 무협보다 편하다라는 게 아닙니다.
감상란에 올라올 글은 아닌것 같지만 일단 답을 해보자면, 한반도가 배경인 무협이 나오지 않는 이유와 흡사 합니다. 시대적으로 보면, 명시대 이전의 당송시대는 알고있는 지식이 부족하고 청시대는 근세중국으로 이어지면서도 정통이 아닌 만주족이 주인공이고, 게다가 청시대를 배경으로 잡기에는 알려진 진실을 각색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명시대 특히 영락제를 주된 부캐릭으로 잡는 이유는 반정을 했던 군주이면서도 동창이라는 조직을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는 점 입니다. 거기에 무당에 큰 헌납을 한건 진짜라고 하니 매력적인 캐릭이자 시대배경이죠.
무협적인 면에서 보면 청대는 역시나 근세중국과 이어지는 이미지가 있어서 장풍과 신법 보법을 써야 하는 무인을 캐릭으로 내세우기에는 좀 미덥지 못하죠. 구라도 멍석을 깔아줘야 그럴듯 한데 서양대포에 홀랑 날아가 버린 청나라무인들 사건을 역사에서 배운 사람들이, 청나라 장풍 검기성강을 보고 재미가 날지 의문 입니다. 당송시대는 역시나 아는게 없으니 배경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죠. 송대는 그나마 좀 나은 형편이라 간간히 송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나오곤 하지만 당대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은 한편 본 기억이 납니다만 그것도 진행이 좀 어설펐죠.
쓰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위험 부담이 너무 크죠.
당대, 송대 사회상이나 도량형이나 그런 거 웬만큼 압니다. 취미가 역사 관련 논문 찾아보기니까요.(...)
....사실 교환학생으로 온 중국인보다 제가 더 잘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써봐야 안봐요.
네, 안봐요.(...)
그런거 일일이 고려해서 쓰면 '무슨 무협이 이러냐' 는 말이 나오죠.(...)
화산, 청성 등등의 역사를 고려하면 송대엔 이런 문파가 없는 것이 당연한데, 이렇게 쓰면 왜 구파 일방이 안나오느냐는 이야기가 댓글로 달립니다.(...)
게다가 그 비율이 적지 않다는게 좀....
물론 '잘 쓰면 다 된다' 는 것도 맞습니다만, 익숙한 것을 쓰는 것이 위험부담이 적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굳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거지 조직이야 군데군데 있었죠. 하지만 개방이라는 조직은 좀 다릅니다.
거지의 시초는 문헌을 따져볼 것도 없이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전국적인 조직이 된 것은 한참이나 이후고, 그나마도 그 조직은 실제 거지가 아니라 거지 행세를 하며 관의 눈을 속인 거였죠.(....)
이게 원말명초인지 명말청초인지 좀 헛갈리긴 하는데...
문헌상 드러난 거지 조직에 대해 살펴보면 송(宋)대 맹원로(孟元老)의 저서인 동경몽화록 정도가 최초인 것 같은데(이전에 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 드러난 거지 조직은 개봉성에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다른 곳에도 거지 조직이야 있었겠지만 독자적이었다는 이야기죠.
뭐 그렇다고 해도 일단 비슷한 존재가 있었으니 넣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화산파나 청성, 아미 이런 곳은 곤란합니다. 이곳들은 그래도 역사라는 것이 있어서 말이죠.(...)
화산이라는 이름은 이미 있었지만, 그곳의 수행자들이 모여 도문을 이룬 것은 한참 후의 일입니다.
청성의 경우 원류는 후한의 '오두미도' 에 두긴 합니다만, 그땐 청성파라고 부를 수 없죠.
그렇다고 오두미도들이라고 하면 또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 이런 문제들이 산적해 있죠.
요즘은 오히려시대적배경이 모호한 작품들이 주류죠
사실 관부가 별로 작품에 큰영향을 주지않는이상은 굳이 시대적배경이 드러날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뭐 솔직히 현실을 보면...
나이어린작가분들이 많아지면서 일일이 역사공부하기 귀찮아서 아예 시대자체를 작품안에서 녹이는걸 포기하고 끊어버리는경우가 많지요
특정역사사건에 따라서 주인공의 행동반경이 변하는 이야기의 경우는 몰라도 굳이 그럴이유가없다면 굳이 역사를 드러내지않고 진행하는편이 편하죠
왜 명나라시절이 제일 많냐? 고한다면...
당장 가장 자료구하기쉬운게 명나라시대니까~ 라고 할수있겠죠
중국역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지않은 무협독자들이 무협을 쓰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선택할수있는 선택지가 그동안 가장 많이봐왔던 배경이 되는건 오히려 당연한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대문파는 의천도룡기를 쓴 김용이 아니라 와룡생이 정립했습니다.(...)
게다가 화산만 해도 송 대엔 문파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문파는 커녕 도관 같은 것도 그다지...(...)
그나마 '진단' 이라는 도사와 송 태조 조광윤의 일화가 남아있고 그 덕분에 세금을 면제받아 도사들이 몰리긴 했지만 체계적인 집단을 이루진 못했죠.
곤륜이야 허구의 문파니 별 상관 없습니다만, 일일이 캐보면 걸리는게 너무 많습니다.
아미파의 경우도 좀 걸리는게...(...)
아미산 부근의 무술이야 사실 소림 무술보다 오래 됐지만, 일단 만년사와 복호사를 제외하면 명대에 지어졌거나 도교 사원이었던 것을 청대에 들어 절로 바꾸거나 했던터라(...)
딱히 명나라 어느 때라고 못을 박지 않아도, 대충 명나라로 상정하고 글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넓은 땅덩어리와 폐쇄적인 세계. 이건 주인공을 제어하기 좋습니다. 상당히 스케일 크게 노는 것 같아도, 결국은 같은 물에서 자기들끼리만 놀게 됩니다.
그런데 당나라 원나라처럼 세계화가 진행된 배경에서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평소 하던 것처럼(?) 천하를 빨빨대고 싸돌아다니며 갖은 사고를 쳤을 때, 지나가던 최치원이든 마르코 폴로든 고려 공녀든 하여튼 외인과 얽히지 않는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럽거든요. 막말로 운남에 가서 점창파 장문인을 패는 것과 대리국왕을 패는 건 아무래도 급이 다르지요. ;;;
오호십국 같은 카오스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송나라는..... 일단 남송 같은 경우 주인공이 양자강 이북으로 맘대로 갈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맵이 너무 좁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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