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상균, 윤현승
작품명 : 하얀 로냐프 강, 하얀 늑대들
출판사 :
(편의상 말을 놓겠습니다.)
최근 몇 달간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한숨 돌리며 내 방을 돌아보니 몇 년전에 사놓았던 판타지소설들이 눈에 띄었다. 완독후 '이건 소장해야돼!' 라고 생각해 충동적으로 사놓았던 소설들.. 오랜만에 여유도 생겼겠다.. 늦은 가을이지만 독서에 빠져볼까 하고 집었던 책은 하얀 로냐프 강 2부 이백년의 약속.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중간중간 까먹었던, 소소하지만 머리속에 깊이 박히는 내용들. 알고 봐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이 밀려오는 감동..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상균님은 글을 정말 잘쓰는 것 같다. 단순히 문장력이 뛰어나다~ 재미있게 쓴다~ 감동적이게 쓴다 가 아니라.. 그냥.. 정말 잘 쓴다. 표현할 능력이 안되는 내가 답답할 뿐이다.
평범한 꿈을 그렸던 주인공들. 역사학자 수우판. 수비대장 엘리미언.
비범한 꿈이지만 자신의 야망에 솔직했던, 그리고 그 야망을 이룰 용기와 능력이 있었던 악역들. 역사에 뛰어난 기사로 남기 위해 조국에 등을 돌리고 강대국이자 유일국 이나바뉴로 떠난 엑세레온. 가문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 미칠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천재 젤라하 라벨.
어리지만 의연하기 그지없었던 할파펠 왕자. 무적의 네프슈네 나이트를 훈련시킨 로델린. 벤더 할아범 벨로벨. 그리고... 공포영화를 봐도 그다지 감흥없는 내게 공포감을 심어준.. 나이트 메일룬.
등장인물 모두가, 엑스트라 하나하나마저도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균의 소설에 나오는 문장들은 하나같이 낭만적이다.
베렌테른 평원에는 더이상 달이 뜨지 않는다. 그 계곡에 달을 묻고... 그 의미를 두번 세번 되새길수록 감동이 커지는 마법의 문장들.
5권 완결.... 요즘 나오는 판무는 10권 넘기는게 다반수라 짧다면 짧은 권수지만 과연 요즘의 판무 20권이 이백년의 약속 5권보다 실속있는 내용일까?
마지막으로 이백년의 약속은 그 마무리마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여러 명의 주조연들 모두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거쳐 이야기가 완결된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여 행복한 결말, 즉 해피엔딩이 된다. 이백년의 약속은 정말이지 슬픈 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글은 해피엔딩일수 밖에 없다... 이런 글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뛰어난 소설이다.
이백년의 약속을 다 읽고 그 여운을 이어가고 싶어 꺼내 집은 책은 공교롭게도 제목이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 하얀 늑대들.
1부~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독특하게도 읽은 독자들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 다르다. 누구는 1부, 누구는 2부.. 확실한건 각 부마다 소설 통틀어 최고라 할 수 있는 명장면이 최소 하나씩은 존재한다는 것.
'우연히' 아란티아의 보검을 손에 넣은 카셀. 그리고 아란티아의 최정예 기사 멤버 하얀 늑대들과의 만남. 익셀런 기사단의 갑옷을 입은 어둠의 기사와 조우.
카모르트의, 농부의 아들 패잔병 카셀은 조금씩 하얀 늑대들의 캡틴에 걸맞는 인물어 되어 가는데.. 말 발 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카셀의 위험천만한 모험?이 1부를 읽는 내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캡틴이 되는 카셀.
카모르트의 사건을 끝내고 하얀 늑대들과 함께 아란티아로 향하는 카셀. 하지만 어떤 음모에 의해 일행은 뿔뿔히 흩어지고.. 또다시 위험천만한 말 발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일행과의 만남. 그리고.. 캡틴 웰치.
위에 말했듯.. 사람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이 있는데, 나의 경우는 2부이다. 다름아닌 캡틴 웰치의 위엄 때문이라..
10년전 대륙을 정벌했던, 그러나 아란티아의 울프기사단에 패해 죽은 익셀런 기사단의 캡틴, 웰치. 그가 죽음에서 부활해 카모르트의 어둠의 기사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아란티아를 향하는데.. 그 진의는 무엇인가? 10년전의 복수인가.. 아니면 어떤 어둠의 세력에게서 조종당하는 것인가..
현 익셀런 기사단원인 빌리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급하게 달려가 웰치에게 론타몬의 보검을 바치는 모습은 전율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장면이 아닐까..?
카셀의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여러분이 캡틴이라 불러야 할 사람입니다."
여기서 가슴을 두드리는 진한 감동을 받지 않는 다면 감정이 메마른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여왕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 2부는 이 한마디의 대사로 내 머리속에 사고를 없애버렸다.
하늘산맥으로의 여정. 끝나지 않는 론타몬의 정복 전쟁. 하늘산맥에서 펼쳐지는 거대한 음모의 실체.. 아크랜드의 역사.
가장 빨리 나는 자. 라이.
하늘 산맥에서 온 마법사.
죽지 않는 자들의 군주. 마지막 대 전쟁.
그리고..
하얀 늑대들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기더'.
껍질을 벗겨낼수록 숨겨진 내용이 드러나는 형태의 이야기 중에서 내가 본 가장 완벽한 개연성의 소설이 하얀 늑대들이다. 이야기의 요소요소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복선들이 퍼즐처럼 맞춰져서 결국 거대한 흐름을 완성하는..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내어 읽어본 두 명작 하얀 로냐프 강- 이백년의 약속, 하얀 늑대들.
판무를 조금씩이나마 지속적으로 읽어온 나로서는 이러한 명작들이 출간된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게 안타까워 팔자에도 없는 감상이라는 걸 써보았다. 진짜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근래 3년간 나온 적이 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없다.. 내가 모르고 있을뿐일수도 있지만.. 요즘 나오는 판무는 그저 심심풀이로 끄적인 글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장르문학. 각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약간은 힐난의 의미를 지닌 감상글이라 하겠다.. 동시에 아직 위 두 글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 읽어보시라 추천을 하며 키보드에서 손을 놓는다.
Commen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