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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미래를 읽는 남자를 읽고.

작성자
Lv.26 배수의진
작성
17.04.23 16:44
조회
2,776

제목 : 미래를 읽는 남자

작가 : 길밖의새

출판사 : 문피아(라온)


 무릇 감상글이란 소회(所懷)를 밝히기 위함이기도 하며, 정보를 제공하거나 도움이 되고자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공감을 얻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임을 부정할 수도 없겠지요.

 저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감상글을 남기게 되었으니, 자의적인 판단과 사상, 그리고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음을 앞서 알려드립니다.


 감상과 추천, 그리고 스포일러와 줄거리 요약.

 이것들은 전부 한 끝 차이로, 구분하기 힘든 것이므로 적지 않겠습니다.

 저는 감상, 즉, 글을 읽고 느낀 감성과 감정을 옮겨적는 것이므로 세부적인 내용은 줄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저 글을 무어라 해야 좋을까요.

 명시되기로는 현대판타지, 퓨전이라 되어 있지만, 사실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들이 글 내에서 등장하는 것을 판타지라 정의한다면 판타지가 맞을 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저 글을 ‘어른용 동화’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특히 오늘 연재분을 읽고 그 생각을 더더욱 굳히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소설은 ‘찬미’가 주류였습니다.

 특히 인간에 대한 찬미는 신이 모든 것을 지배했던 중세 말에도 그 명을 유지하며 결국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되었지요.

 중간중간 인간에 대한 고찰과, 그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명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인간 찬미라는 기조는 현 시대에까지 고스란히 내려왔습니다.

 다만 그 방식에 변화가 있었지요.

 파트라슈와 네로의 죽음 속에 들어 있던 찬미는 악당이 되어 더 나쁜 세상을 고치는 찬미로 바뀌었고, 먼치킨의 효시를 알린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더 잔혹하게 복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이 아닌 시대의 변화일 것입니다.

 이렇게 장황한 듯하며 사실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적는 것은 ‘미래를 읽는 남자’라는 작품이 흐름에 역행하는 찬미이기 때문입니다.


 노숙자.

 그것도 앞니 두 개가 빠진데다 말도 제대로 하지 않으며, 자신감은 없고, 늘 헤실거리기만 하는 어리숙한 남성.

 어떻습니까.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한심한 호구로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저도 저렇게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읽는 남자’에서는 저 멍청한 남성을 찬미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낌없이 주는 호구가 되는 세상에서, 저 작품은 오래 전의 그 찬미를 반복합니다.

 인간 본연의 선함에 대한 찬미.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순수성에 대한 찬미.

 우리가 수없이 들어왔고, 수없이 많은 작품에서 보았기에 질려버린 바로 그것 말입니다.


 그렇기에 묘합니다.

 특별한 연출도, 전개 방식도, 소재도 아닌 것 같은데 그 찬미가 세련되어 보입니다.

 (세련이라는 단어보다 더 좋은 단어가 있겠습니다만, 당장에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습니다. 이 작품이 세련되었다고 타 작품이 촌스럽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필력, 혹은 문체라는 것은 제가 감히 논할 거리가 아니기에 배제하더라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음에는 참으로 묘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데 정작 본 적은 없고,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은.

 마치 유치환 님의 시 ‘깃발’에서 나오는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처럼.

 본 적 없는 이상향, 생각해본 적 없는 그리운 그 무엇인가가 작품 내에서 엿보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부끄러운 일인가.

 네. 사실 부끄럽습니다. 그것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요?

 저는 그것을 왜 유치하게 여기고 행동하지 않는 것일까요? 단지 손을 드는 게 귀찮아서? 아니면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 없는 행위라서?

 만약 제 또래의 남성이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저는 속으로 비웃지 않을까요? 당장에야 그렇지 않다 생각하지만, 그 때에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변함없을 것이고, 가끔 생각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는 정도에 그치겠지요.

 그리고 그에 대한 한 갈래의 답을 저 작품이 주었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일지도 모르기에 한 갈래라는 조건이 붙긴 했습니다만.


 그리하여 결국 저는 그 해답의 한 갈래에 미소를 짓게 되었으며, 그것이 지금 이 어수룩하며 정돈되지 않은 소회를 남기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제 생각에 암묵적인 동의를 원함이기도 합니다.

 제가 느꼈던 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느낀다면 그 또한 정답의 한 갈래가 아닐까 싶어서이기도 하며, 지금 당장 적지 않는다면 저는 곧 없었던 일처럼 잊은 채 바쁘고 복잡한 일상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기분에 취해 써내려가다보니 감상보다는 추천글에 가깝게 적힌 것 같아 나름의 단점 역시 적을까 합니다.

 혹여 작가님께서 이 졸필을 보게 되신다면 부디 이후는 보지 않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뭘 하든 이제와서는 별 관심도 없습니다.

 등장인물 한 명이 너무 강렬하고 완벽하게 작품을 지배해 버렸기에, 그에 비견되는 인간적으로 존경할만한 어르신조차도 묻혀버립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때때로 지나치게 작가투영적으로 느껴집니다.

 ‘이게 내가 보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은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사람이 가득하다면 나는 너무 좋을 것 같다’

 주인공이 말하는 것이 아닌, 작가님께서 말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님의 생각이 투영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것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본능적인 반발심이 생겨나게 됩니다.

 아직까지 강요로 느껴질 정도로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만, 때때로 그런 조짐이 느껴져 불안한 감이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감각이므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우가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어련히 고심해서 적으시겠습니까마는, 대체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에피소드가 끝나면 이 이상의 충격과 강렬함은 나오기 힘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운명 교향곡의 장대한 여운에 취해 있을 때, 어떤 음악으로 환기해야 그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기대되면서도 무섭습니다.

 제가 혹시 단순한 우연에 나온 몇 편의 글에 취해 과대평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혹은 견문이 짧아 평범한 글에 엉뚱한 감명을 받아버린 것이 아닐지.


 이런.

 또 막상 써내려가다보니 단점이 아니라 그냥 쓸모없는 분석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가 느낀 바는 위에 적힌 것이 대부분입니다.



 길고 장황하고 두서가 없어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시겠거나 읽기 귀찮으신 분들을 위해 요약합니다.


 한 30대 초반의 남성이 ‘미래를 읽는 남자’라는 작품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한 분이라도 같은 감정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시간을 할애하여 뭔가 장대하게 써 보려 애쓴 것입니다.

 이 정도로 감명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글은 그것만으로도 한 번쯤 둘러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요약글은 추천이 되어 버렸네요.


 아마도 미래를 읽는 남자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하며 글을 마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가내 평안하며 언제나 건강하시고, 늘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제 짧은 소회는 저 말로 대신하며 마치겠습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28 로망스.
    작성일
    17.04.27 19:50
    No. 1

    이 글이.. 처음엔 안그랬던거같은데 뒤로 가면 갈수록 좀 억지감동만 계속 주려고 하는것같아서 안읽히더라구요. 그런게 뭐 가끔 있는거라면 모르겠는데 뒤로 갈수록 계속 '너희 이거 보고 감동받아라!'하고 강요하는느낌이 듭니다.

    글쓴분은 단점 지적에서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저는 질려버리더라구요

    뒤로가니까 특정인물과 관련하여 인간찬가가 과다할정도라 처음에 읽었던 그 소설이 맞는지 모르겠다 느낄정도

    출판사 설립하고 사람들 영입하러 다니고 소설 출판하고 인기끌고.. 그부분까진 재밌었는데, 누구작품을 식당 옆자리 사람에게 줬더니 그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던지 그런식의 서술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재밌다기보단 취향에 맞는 사람은 볼만하겠단 생각으로 바뀌더군요.

    그런것들이 적당히 있었으면 재밌었을거라고 보는데, 너무 과하니까요. 꼭 여류작가들 특유의 로맨스소설 감정과잉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28 로망스.
    작성일
    17.04.28 20:03
    No. 2

    음 ; 위에 댓글 써놓고 나중에 읽어보니까 엄청 혹평만 해논거같아서 정리를 할게요.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있는데, 딱 뒷부분만 잘라놓고 보면(예전 무료연재부분 후반부~유료 시작 이후 연재부분) 주로 나오는 특정 조연급인물의 드라마같은 과거와 현실, 미래에대한 감정적인 과몰입이 거슬리는거지 취향만 맞다면 문제없을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hany
    작성일
    17.09.27 10:34
    No. 3

    초기.중기는 감동이 있는대 중반이후 자기복제 하는 경향이 있음 중반 이후 억지 감동 강요함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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