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익은 사회학저서로 출간된 연구서적입니다.. 근데 작가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투영해서 하나의 문학작품을 써냈어요; 연구논문쓰랬더니 소설을 쓴 격...근데 매우 잘써서 화제가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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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중국 변경 복건의 황씨들이 모여사는 황촌의 농삿꾼 둘째아들 황동림이다. 황동림은 농사가 싫어 대처로 나와 소일하다 노름으로 종잣돈을 모아 땅콩행상을 한다. 그러다 의원을 하는 자형을 만나 상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점포를 내고 쌀과 어포, 소금 등을 취급하며 점차 상인으로 성장해간다. 그러다 고향마을에 있던 형이 죽어버리고... 동림은 집안의 가장으로 세명의 여자와 다섯명의 아이를 홀로 건사해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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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황씨일가가 시골의 가난한 농삿꾼 집안에서 지역유지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매우 담담한 어조로 묘사해갑니다. 장사하는 모습, 가정의 풍습, 관혼상제, 명절, 재산싸움, 소송, 이권다툼 등등..역사책으로 알기 힘든 중국의 생생한 모습을 매우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장르소설 매니아로써 재밌는건 간혹 엿볼 수 있는 ‘무협’스러운 중국의 모습입니다. 지역의 녹림이라 할 수 있는 토비들은 언제 어느곳에나 있습니다. 동림이 새집을 지을때도 토루를 세워 망루로 삼아 방어를 염두에 둡니다. 중세가 아닌데도 이래요.. 토비들은 지역민들과 밀착해 있고 그들 자체가 유지입니다. 때때로 토비 자체가 정규군으로 탈바꿈할때도 있어서 지역의 방위군과 토비의 구분이 명확치 않은, 참으로 막장스런 중국을 볼 수 있습니다.
토비뿐만이 아닙니다. 사사로운 종족(가문, 씨족)들의 분쟁이 있을때도 창칼을 들고 덤벼오는 중국농민의 기상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역사상 중국은 객가라 불리는 이주민과 토민들의 ‘계투’가 활발히 일어났는데, 이 ‘사적인 전쟁’에서 사망자만 수십년간 수십만(?)명이었는데 관에서는 전혀 개입을 안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관과 강호는 서로 범접치 않는’ 무협지의 모습이죠..
이건 다른 책 이야기지만, ‘중국유맹사’나 ‘명청시대사회사’의 무뢰편에 묘사된 조폭들의 세계, 중국의 비밀결사들, 나라를 뒤집어 엎은 종교조직들과 군벌들, 토비 등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말도 안된다며 실소가 나오던 무협지의 무림이 외려 진짜 중국의 판타스틱한 모습보다 훨씬 상상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항상 그랫듯이, 중국은 중국입니다. 상상을 뛰어넘어요....
금익은 300쪽도 안되는 얇은 책입니다. 하지만 다 읽고나면 토지 같은 대하소설을 읽은 느낌이 듭니다. 정말 간략한 어투로 필요한 부분만 묘사합니다. 그런데도 사람간의 갈등, 욕망, 인생이 들어있어서 참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추천할만한 책 같습니다.. 특히 무협소설을 써볼려는데 중국이 눈에 안잡힌다는 분께 한번 추천해봅니다..색달라서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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