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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
13.07.02 20:29
조회
2,985

제목: 경화연

작가: 이여진


1800년대 청나라 문인이 쓴 소설이다.


선계에서 꽃을 다스리는 백화선자가 서왕모의 연회에 갔다가 월궁 항아랑 시비가 붙는다. 하계의 황제가 명을 내려도 제철이 아닌 계절에는 꽃을 피우지 않고 정조를 지키겠다는 내기였다. 그런데 바둑을 두느라 하세월하던 참에 당나라 무측천 황제가 정원의 꽃에게 모두 피라고 명령을 내리고 꽃의 정령들은 모두 불태운다는 협박에 겁에 질려 꽃을 피우고 만다. 내기에 져 항아의 정원을 비질하느니 하계에 다시 태어나고 말겠소! 하며 백화선자와 그녀의 수하 백가지 꽃의 선녀들은 하계에 환생하게 된다.


한편 당오란 선비가 과거에 급제를 한다. 그런데 반역도당들과 어떻게 연관이 있어 관직을 얻지 못한다. 실의한 선비는 배타고 외국여행이나 하자며 친척 배를 얻어타고 해외로 나가게 된다. 그에게 해외로 나가 100가지 꽃을 모아오라고 부추기는 지나가던 승려가 있었다..그 말을 듣고 화분을 백개나 사가는 당오이지만, 사실 그 꽃은 진짜 꽃이 아니라 환생한 백화(百花)였으니...

--

당오가 나가는 해외는 철저히 ‘산해경’에 나오는 기기묘묘한 가상의 세계다. 군자만 사는 군자국, 겉마음 속마음이 다른 사람만 사는 양면군, 남녀의 역할이 바뀐 여아국, 불사신들만 사는 불사국 등등..배타고 다니면서 난새, 봉황, 기린 등 온갖 영수도 만나고 요괴들 만나며 서유기 같은 모험도 겪는다. 외국에서 겪는 것들은 풍자가 가득한데, 특히 여아군 에피소드가 재밌다. 번듯한 남자인 임지평(당오의 친척)이 여아국 황제의 마음에 들어 후궁에 들게 된다. 수염 성성난 궁녀들(여아국은 남녀가 바뀌어있다)이 임지평을 잡아다가 옷을 벗기고 귀를 뚫어 고리를 하고, 발에 ‘전족’을 한다. 힘이 장난아니게 쎄서 저항할 길이 없다! 오줌이 마려우니 요강에 싸라고 들이대고, 오줌을 누고 나니 여자처럼 천으로 ‘뒷처리’를 하라는데, 못하겠소! 하니까 궁녀가(다시 말하지만 남자다!) 직접 닦아준다 -.-..닦아 주는 와중에 ‘보소! 내것이 성을 내니 닦지 마시오!’ 하니까 ‘그럴수록 저는 더 닦고 싶어지는데요 -..-;;;’ 하며 궁녀가 닦아주는 장면이 특히 압도적(......) 황궁에서 궁녀끼리 밴대질 했다는 것을 비꼰 것이었을 까..


백화 얘기가 나왔을 때 백명의 여자를 하렘으로 들이는 막장 스토리를 기대했으나, 주인공 당오는 성인군자에 백화또래의 딸이 있어 백화를 수양딸로 들이지 아내로 삼진 않는다. 시대를 초월할뻔한 명작이었으나 작가의 알량한 유교적 양심때문에 묻히고 만 것이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안타까워..!


작가가 백화의 꽃 이름과 별호, 이름 등의 설정을 모두 짜내서 목록을 쭉 보여주는 장면도 왠지 압권!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렇게 자세하게 백명의 꽃같은 선녀들의 설정을 잡아냈으면 당연히 하렘 전개로 가야지! 아! 그랬으면 중국 4대기서가 5대기서가 됐을텐데 안타깝다.


검색해 보니 본래 200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잡았으나 100화만에 끝났다는데 뻔한 것 아닌가. 하렘 전개로 갔으면 아마 작가도 후반부까지 힘을 내서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을테니...그저 안타까울 뿐..


-산해경 소재로 쓴 글을 읽고 싶으신 분. 중국 고전을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린다. 번역은 굉장히, 진짜 엄청 잘된거 같다. 옛날 글인데 문장도 전혀 거리낌이 없고 주석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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