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취향인데, ‘게임’과 ‘현실’의 조화라는 건 참 재밌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달빛 조각사’가 이미 한국 게임 판타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재미를 보여줬고, ‘소드 아트 온라인’은 가상현실로 다룰 수 있는 모든 문제─데스게임, 현실살인, 게임에서의 죽음, 인공지능의 인권─를 다뤘습니다. 작품성이나 재미, 취향의 문제는 재쳐두고 양국의 두 작품은 너무나도 다른 방향성을 지니면서, ─적어도 제가 생각 할 수 있는 범위 하에서─게임 판타지가 가질 수 있는 소재의 90퍼센트 정도를 소모했다고 봅니다. 즉, 퀘스트나 캐릭터의 성장적인 측면에서는 달빛 조각사가. 그 외의 ‘가상현실’ 자체에 대한 고찰로는 소드 아트 온라인이 말이죠.
결국 이후의 ‘가상현실게임’을 다루는 작품은 필연적으로 이 두 소설의 소재를 재탕 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물론 달빛 조각사나 소드 아트 온라인이 굉장히 독창적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있던 소재를 잘 활용했다는 것입니다만. 그렇다 하여도 대여점계의 레전드인 달빛 조각사는 물론, 물 건너에서 소드 아트 온라인은 애니화, 게임화 등의 수혜를 얻으며 밀리언 단위로 팔린 만큼, 이후의 작품들이 두 작품의 소재를 재탕했다는 오명을 받지 않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아크나 프레스티지가 그렇고, 로그 호라이즌이 그렇네요.
저는 ‘달빛 조각사’로서 한국 게임 판타지의 리소스는 거의 전부 소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히든 클래스, 퀘스트, 길드전, 레벨업, 뭐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한계인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더 이상 써먹을 수 없나? 그건 아니죠. 달빛 조각사가 사실상 재미의 극한을 보여준 덕분에, 이제는 한때 양산되던 게임 판타지의 소재로는 더 이상 재미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의미일뿐입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하긴, 당연히 틈새를 노려야죠. 그나마 현재까지 틈새, 라고 할만한 게임 판타지 관련 장르는? 네, 현실과 게임의 크로스입니다.
물론 게임과 현실의 크로스가 ‘비교적’ 덜 시도된 장르라고 해도, 앞선 자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세피로스(게임 속의 능력을 소원으로 빔)’나 ‘투레이센(게임 상의 능력을 얻음)’, ‘퍼스트맨(게임 능력을 갖고 이계로)’, ’마궁탐험대(신의 게임에 참여)‘. ‘리리아(게임 속의 능력을 얻음).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올마스터’나 ‘DIO’. 당장 생각나는 장르 소설만 해도 꽤 되는군요. 물 건너로 넘어가보면, 최근의 ‘오버로드(주인공 길드가 차원이동)’도 있고.
그리고, 제대로 ‘게임’이 나오는 것은 아님에도 게임 같은 분위기를 띠는 소설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게 주제인데, 그리고 조아라 노블레스 연재작인 ‘생존본능’. 그리고 ‘나는 귀족이다’. 아슬릿님의 ‘좀비 버스터’. ‘얼라이브’. 일본의 만화 ‘간츠’, 그리고 사실상 이 글을 쓰게 된 원인인 ‘이차원 용병’ 등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게임과는 관계 없습니다. 다만 분위기가 게임 같을 뿐이죠.
‘이차원 용병’을 보면, 악마와도 같은 힘을 지닌 정체불명의 회사에 ‘취업’하여 이계의 영혼을들의 고민을 해결하게 됩니다. 언뜻 게임 판타지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회사 ‘영혼팔이’는 미션, 레벨, 아이템, 스킬 등의 용어를 통해 RPG를 플레이하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즉, 언뜻 단순해보이는 스토리에 게임 판타지로서의 재미를 추가한 거죠. 이는 ‘생존본능’의 아스가르드의 퀘스트나─물론 생존본능이 게임삘 나는 건 초반부 뿐입니다-_-;; 중반부 이후로는 스케일이 아스트랄하게 커지기 때문에─ DIO의 노블레스의 미션과 유사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상기의 두 작품의 미션에 비해, 영팔이의 미션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거군요. ‘생존본능’에서 아스가르드는 인류를 성장, 진화시켜 새로운 종족으로 만들기 위한 관문으로 퀘스트를 이용했습니다. ‘DIO’에서는 신적 존재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우주를 지키기 위해 미션을 수행하죠. 반면 ‘이차원 용병’은, 뭐 아직 스토리가 그리 진행되지 않아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미션’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앞서 말한 ‘생존본능’과 상당한 유사점을 느낀 것도 약간 거슬렸습니다. 한없이 불행한 주인공. 다른 세계로 가서 수행하는 정체불명의 미션. 사실 ‘생존본능’이 소재나 아이디어는 참 뛰어난데 별로 필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이차원 용병’을 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유사점이 느껴지니 좀 거슬리더군요. 실제로 영향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차원 용병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서론이 더럽게 길어진 탓에 이 글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네요. 귀찮으니까 대충 쓰고 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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