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 질적으로 하락했다는 말과 함께,
그 문제를 오타쿠 문화의 취향편중성으로 돌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편중된 구도, 편중된 캐릭터, 무엇보다 편중된 감성의 향연. 다양성이란 눈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려운, 혹은 그 내부적인 다양성이라는 것에 도저히 공감을 하기 어려운 모습들의 반복.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애니메이션을 거의 보지 않게 된 본인은 이러한 주장에
상당부분 공감해왔다.
오버로드 역시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2권은 더더욱
그러하다. 원래 인터넷 연재판에서도 그러한 모습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특유의 감각과 구도, 오타쿠 문화의 느낌이 강한 전형적인 캐릭터들은 원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2권의 문제는, 그러한 오타쿠 취향이 책의 방향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버로드란 인터넷 연재작의 장점은 무엇인가? 여러가지를 꼽을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 세가지를 간추릴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거시적인 전개의 방향이다. 한발짝, 한발짝 조심조심하며, 돌다리를 두들겨보는 정도가 아니라 부수고 다시 만드는 수준으로 조심조심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 그러나 그와 그의 부하들은 세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오버파워라는게 재미있는 점이었다.
둘째는 주인공과 부하들이 ‘괴수’라는 점. 일부 부하들에게 달려있는 ‘변신’능력을 제외하면, 전원이 괴수, 괴물인 점이다. 이러한 설정 자체가 주는 독특성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오버로드의 장점이었고, 첫번째와의 시너지가 아주 강력한 글의 힘을 이끌었었다.
셋째는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설정에 있었다. 설정의 앞뒤가 안 맞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인터넷 연재작에서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이번 2권에서는 이러한 장점들이 너무나 어그러졌다.
아인즈 고운에게서 진지한 조심성은 찾아볼수 없다. 소시민적 캐릭터성만이 있을뿐.
괴수집단이라는 컨셉도 거의 유명무실했다. 칼을 쓰지 못 한다던 1권의 설정이 2권에선 온대간데 없다.
이러한 문제는 1권에서도 우려되던 부분이었다. 출판을 하면서 대중의 입맛에 맞추게 될 오버로드가 고유의 매력을 유지할수 있을까 회의적이던 부분들이고...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의 캐릭터성도 상당부분 우려되는 부분들이 많았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하며 2권까지 구입했다. 인터넷 연재본에서 느꼈던 재미를 기대하며... 그러나 결론은 우려하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2권에 끼어져 있던 번외편 역시 그다지 유쾌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괜찮은 작품이 시장논리에 망가진 느낌이랄까. 씁쓸할 따름이다. 과연 3권도 구입하게
될지 의문. 난 라노벨을 보고 싶던게 아니라 오버로드를 보고 싶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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