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앵무새 죽이기
작가 : 하퍼 리
출판사 : 열린 책들
원제 - To Kill a Mockingbird, 1960
작가 - 하퍼 리
언젠가 말했지만, 이름만 들어보고 읽지 않은 책들이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내용을 들은 적은 있어서 ‘아, 그거?’하고 대충 얼버무리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런 경우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 책을 접하고는 당황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크게 부각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부분이 책의 일부일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류에 속하는 책들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앵무새 죽이기’이다. 영화도 책도 접하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흑인차별에 관한 재판을 다룬 내용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미지 검색을 하면 그레고리 펙이 안경을 쓰고 진지한 표정으로 재판정에 서 있는 모습이 많이 나왔기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그래서 존 그리샴의 ‘타임 투 킬 A Time to Kill’과 비슷한 것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어본 ‘앵무새 죽이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재판에 관한 것이 나오긴 하지만 법정 소설이라고 할 수도 없었고, 존 그리샴의 소설처럼 복수와 법의 공정함을 주로 다루지도 않았다.
책은 ‘인간의 양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사건을 서술하는 여섯 살 난 소녀 스카웃과 그녀의 오빠 젬 그리고 여름방학마다 놀러오는 딜. 작가는 이 세 어린친구들의 눈과 입을 통해 남부 지방의 분위기와 가문에 대한 어른들의 선입견과 자부심, 인종차별에 대한 여러 의견,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보여준다. 그것도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3년이라는 시간동안 조금씩 변화를 느끼게 한다. 그와 동시에 스카웃과 젬 남매가 커가는 모습도 같이 드러난다.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남부. 노예가 법적으로 해방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 흑인은 더럽고 무식하며 인간 이하의 존재였다. 그 때문에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비난하고 급기야 증거마저 외면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유색유죄 백색무죄’였다.
작가가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게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들을 돌봐준 흑인에게 친밀감을 느끼기에, 아직 피부색에 관련된 세상의 편견에 대해 모르기에, 스카웃과 젬 그리고 딜 세 친구는 어른들의 세상에 의문을 품는다. 전에는 그렇게 친했던 이웃들인데 왜 흑인의 변호를 맡는다는 이유로 외면당해야 하는 것인지,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왜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급기야 이웃어른들에게 배신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들의 그런 마음이 극에 달한 것은 재판을 지켜볼 때였다. 그들은 뻔히 보이는 증거를 모른 체하는 어른들의 행태에 역겨움마저 느끼고 만다. 그 광경을 본 젬은 분노하고, 딜은 구역질을 참을 수 없어 밖으로 나와 울어버리고 만다. 스카웃은 히틀러에 행동에는 분노하는 사람들이 왜 같은 국민인 흑인에게는 무관심하냐고 의아해한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단지 즐거움만을 주는 앵무새를 죽이는 것이 제일 나쁜 짓이라고 남매의 아버지인 애티커스 변호사는 말한다. 그 대사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냥의 즐거움을 위해,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그 대상의 범위를 넓혀보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단지 약하다는 이유로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단지 즐거움을 위해서나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히는 것은 최악이라는 것이다. 피부색이나 인종, 나이, 성별, 종교, 성적 취향, 장애 정도, 부의 격차 등으로 남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작가는 책의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의 대사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단지 누명을 쓴 흑인의 억울함과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백인의 위선적인 태도에 대해서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개념을 확장시켜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요즘 학교 폭력의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이 책을 여러 번 읽게 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생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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