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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02.09 13:03
조회
3,205

 

헝거 게임, 나에게 있어 최고의 판타지 소설!

 

<헝거 게임>을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예고를 보고 나서였다. 예고 속에서 활을 메고 숲을 뛰어다니던 캣니스(물론 그때는 그저 주인공으로 알고 있었다.)의 모습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고 그때 당시의 나는 무언가를 감상하는 데 거리를 두고 있었던 터라 그렇게 <헝거 게임>은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러다가 최근, 그러니까 작년 크리스마스였다. ‘알라딘에서 <헝거 게임> 전부를 무려 반값에 팔고 있는 것이 아닌가!(사실 이때까지도 <헝거 게임>은 그저 반값에 파는 가성비 좋은 상품일 뿐이었다. 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때 <셜록 홈즈> 전집 역시 50%라는 눈부신 딱지를 달고 있었기에 나는 모두 구매하는 것으로 내 자신에게 선물을 주었다.

 

대서사시같이 강렬한 이야기는 이렇게 장대한 프롤로그가 있는 법.(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본격적으로 감상을 주절거려 보겠다. , 본격적이라고 해서 꼭 더 엄청난 것이 펼쳐지란 법은 없다.

 

<헝거 게임>을 읽은 건 안타깝게도 불과 얼마 전이었다. 추리, 스릴러, 실용서에 밀려 두 달이나 봉인돼 있었던 <헝거 게임>은 마치 늦게 읽은 것에 복수라도 하듯 날 자극했다. 헝거 게임의 조공인을 뽑는 추첨일, 동생 프림 대신 조공인을 자원하는 캣니스에게 무언의 응원과 시위를 하는 12번 구역 사람들판타지를 읽으면서, 그것도 극 초반부에 소름이 돋고 눈시울을 붉힐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나는 평범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야!’라고 소리치는 <헝거 게임>은 그렇게 나에게 최고의 판타지 소설로 다가왔다.

 

<헝거 게임>이 글자를 읽기 바로 직전까지 나한테 별 감흥이 없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판타지 소설이라서. 둘째, 제목에 게임이 있어서. 셋째, 영화가 큰 이슈가 못 됐던 것으로 기억해서. 이쯤에서 내 선입견이 얼마나 큰지를 묻는다면 나는 답할 수 있다. 나는 문학이나 문화에 있어 자체적으로 작품을 선별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이 뛰어나지 못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흥미도 맞지 않는, ‘게임이라는 이름의 판타지 소설을 , 이건 꼭 봐야 해!’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말씀. 나를 본격적으로 문학의 길로 인도해줄 수많은 명작과 베스트셀러, 그리고 스릴러 소설들을 제치기에 <헝거 게임>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었다. 내가 앞으로 꾸준히 시야를 넓혀간다면 이런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걸로 본다. 그런데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서 그렇지, 결론은 그냥 우선순위가 밀려서였다. 왜 말장난 하냐고 물으면, 미안합니다.

 

<헝거 게임>은 그 표지부터 뛰어난 가독성과 중독성을 유명 작가들의 입을 빌려 자랑했다. , 상술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이 책이 어떻기에 스티븐 킹이 비범하다고 하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헝거 게임>은 첫 장부터 나에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그동안 본 적이 없는(앞서 말했지만 본 적이 없는 데엔 이유가 있다. 부끄럽게도.) 현재형 시제의 글인 것이다. 무식한 소리일 수도 있으나 이런 식으로도 소설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융통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는 소리를 듣는 나로서는 적잖이 큰 충격이었다. <헝거 게임> 뒤쪽에 실려 있는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미국에서 꽤 이름 있는 작가들이 사용한 방식이라고 한다. 또 이런 현재형 시제는 헝거 게임을 생중계하는 상황 속 주인공을 그려내기 안성맞춤이기에 읽는 이가 <헝거 게임>에 그토록 빠져들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헝거 게임>의 디스토피아적 설정은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아도 고스란히 내게 다가와 소름을 돋게 했다. <헝거 게임>은 나도 모르게 단순히 게임 판타지라 여기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린 상황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좋아하는 설정들뿐이었다. 뭐랄까, 책을 읽고 있노라면 찬 공기가 무겁게 깔린 회색도시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부분이 난 정말로 좋았다. 애써 희망을 칠하지 않은 곳에서 보이는 현실은 모순적이게도 오히려 더 순수하게 보인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자신 이외의 모두를 죽여야만 사랑하는 이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 현실 속에서의 캣니스와 피타는, 눈부셨다.

 

그리고 특히 이 둘의 관계가 <헝거 게임>의 핵심인데,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둘의 모호한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헝거 게임>을 손에 쥔 채 <헝거 게임>을 읽고 있는 나까지 멋대로 휘둘렀다. <헝거 게임>을 읽고 이 글을 읽는 이는 공감을, 읽지 않은 이는 궁금증을 가질 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무언가가 있을 걸로 생각했다. 헝거 게임 중에 그 누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캣니스마저 그랬으니, 결과적으로 볼 때 <헝거 게임>의 작가 수잔 콜린스는 디스토피아적인 배경과 암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 속에서 싸우는 캣니스라는 '말'로 날 가지고 놀았다고 할 수 있다. 분명 난 작가의 손에서 놀아났지만 난 그런 걸 좋아한다. <헝거 게임>에서 이 둘의 관계는 보통의 스릴러 속 반전과는 또 다른 유형의 반전을 낳음으로써 나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현재 <헝거 게임> 2 <캣칭 파이어>의 도입부에 접어들었다. <헝거 게임>의 완결 가까이를 읽으면서 이대로 끝날 것 같은데 설마 또 다른 헝거 게임인가?’라고 생각했었다. <캣칭 파이어>는 헝거 게임이 끝난 후의 이야기로 헝거 게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헝거 게임> 1부를 읽고 몇 군데에서 <헝거 게임>에 대한 찬사를 보냈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이것에 대한 이야가는 후에 <캣칭 파이어> 리뷰 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다분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은 <헝거 게임>은 솔직히 말해서 대중적이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대중성이라는 잣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동안 세상을 뒤집은 것들은 대체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미 완결이 나고 영화까지 나온 <헝거 게임>은 분명 우리나라에서 완벽하게 성공한 케이스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코드가 대중적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나는 행복했다.

 

<헝거 게임>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만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이 생각이 부디 오래갈 수 있기를 바라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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