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글을 쓰게 된 건, 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 읽었던 책이 주장했던 논리가 달빛 조각사의 롱런의 요인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적게 되었습니다.
그 책에서 말하는 첫번째 특징은 ’현대의 이야기는 큰 이야기가 사라진 것이 특징이다‘
라는 겁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큰 주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고전 명작들을 보면,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라던가, 신은 무엇인가라던가, 뭔가 크게 관통하는 중심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요즈음 작품에는 그게 없다는게 특징이라는 겁니다.
달빛 조각사에는 그러한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빛조각사의 핵심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족애? 외모지상주의?
그런것들은 주제라고 하기에는 격이 떨어집니다. 그냥 한 단면일 뿐이죠.
위드가 꾸준히 추구하는 건 돈입니다만, 그건 뒤에 또 말할 것이지만 캐릭터성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습관같은거죠.
결론적으로, 달빛조각사에는 큰 주제가 없습니다. 다만, 여러 ‘작은' 주제만 존재하죠.
각 퀘스트 및 사건 별로 의미하는 소소한 것들 말입니다.
두번째로, 앞서 말했듯이 명확한 캐릭터성입니다.
‘위드' 하면 딱 느껴지는 명확한 어떠한 이미지가 있지 않으십니까?
그 외 서윤이라던가, 화령이라던가 이름만 들어도 딱 뭔가 ‘명확'한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마치 현대 소설의 복잡한 캐릭터가 아닌, 동화속의 전형적 인물상 같은 그런 희화화된 캐릭터. 이것이 달빛조각사의 특징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특성은 다른 인기있는 라이트노벨이나 애니메이션과 유사합니다.
샤나 하면 상상하게 되는 무언가. 루이즈 하면 느껴지는 어떤 것.
센조가하라나 스즈미야 하루히라고 하면 와닫는 어떠한 딱 알 것 같은 기분...
이러한 명쾌함을 달빛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캐릭터성과 연관되는 메타 이야기성입니다.
(원래 메타이야기성은 약간은 다른 뜻입니다만, 거의 비슷한 이야기이므로 그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고전 작품이 큰 어떠한 주제를 추구한다고 했는데, 그럼으로서 당연스레 캐릭터가 스토리에 딸려가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어떤 스토리였는지는 기억나는데, 캐릭터가 누구더라?”라는 그런겁니다. 그냥 이야기의 한 부속품이였을 뿐이였습니다. 하지만, 메타 이야기적 구조에서는 먼저 명확한 캐릭터가 있고, 그 것들이 ‘무엇’인가를 함으로서 이야기가 구성되는 겁니다. 작가분들이 흔히 말하는 캐릭터가 멋대로 움직인다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저는 달빛조각사 역시 그러하다고 봅니다.
명확한 캐릭터 성을 가진 위드와 그의 동료들, 조각 생명체와 풀죽신교등이 어떠한 사건을 자신들의 캐릭터성‘답게’ 대처해 나가는 그 과정이 얽히면서 자연스레 이야기가 만들어지는겁니다.
이러한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이 2차 창작 및 패러디가 쉽다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위드와 동료들을 가지고 설령 남희성 작가님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읽으신 분이라면 자신만의 스토리 하나 정도 뽑아내는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캐릭터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 점만 주의하면 어떠한 이야기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인지와 같은 원리인거지요.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달빛조각사가 근 40권가까운 양, 2007년 신작에서 2013년까지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달빛 조각사에 여러 의견이 많으시더군요.
확실히 작품성이나 어떠한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의 요소가 있다고는 저도 그리 생각치 않습니다.
다만, 달빛 조각사가 장르문학 독자들의 시대의 요구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인기로 증명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 점에, 달빛조각사의 의의가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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