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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5 바다별
작성
16.01.12 22:20
조회
2,191

제목 :  옆집 아이 보고서

작가 : 최고나

출판사 : 한우리문학



  부제 -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작가 - 최고나

 

 

 

 


  읽으면서 무척이나 화가 나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떠올랐기에, 그 사건에 대한 처리 과정이나 이후 피해자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을 들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그 사건이 자꾸만 떠올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주 많이 부조리한 세상과 불공평한 사회에 화를 내고 싶고 어딘가에 태클을 걸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부제가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었다. 비루하다니? 누가 누굴 보고 비루하다고 하는 거지? 비루하다는 것의 정의는 누가 내리는 거지? '비루하다'는 말을 찾아보면 '사람이나 그 태도가 천하고 너절하다'는 뜻으로 나온다. 부제를 보면 관찰일기를 쓴 인물이 비루하다는 뉘앙스인데, 책을 읽어보면 정작 천하고 너절한, 비루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으아, 이런 식으로 주인공을 매도해도 되는 건가!

 

  하아, 진정하고 차분하게 이야기에 대해 말해보겠다.

 

  고등학교 2학년인 무민은 학교에서 이런저런 사고, 예를 들면 소각장에서 담배피기 같은 걸 저질러 퇴학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담임이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는 순희를 등교시킨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무민이 이사 간 곳이 순희의 옆집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1년 전까지는 밝고 모범생이어서 선생들의 평이 좋았던 순희는 왜 그렇게 갑자기 변해버린 걸까? 자살시도로 인해 아파트 부녀회에서는 순희네를 내쫓을 기세고, 학교에서도 그녀를 퇴학시켜야하나 논의 중이다.

 

  처음에는 퇴학을 모면하기 위해서였다. 무민은 순희나 다른 아이들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담임과 순희 엄마의 동의하에 몰래 카메라를로 순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던 무민은 점차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는지 무민은 알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 와중에 순희의 전 남자친구였던, 이사장의 아들이자 황태자로 불리는 양껌이 미국 유학을 갔다가 잘려서 돌아오면서, 그동안 숨겨졌던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데…….

 

  여기까지 보면 순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양껌이 무슨 짓을 했는지 견적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양껌이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부분에서 사건이 어떻게 돌아갔었고, 이번에도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추측이 가능하다.

 

  이 사회가 피해자에게, 그것도 시장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는 넉넉지 못한 집안의 어린 여자아이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이미 알고 있기에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사회가 부유층 집안의 자식들이 저지른 죄에는 얼마나 관대한지 익히 봐왔기에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도 있지만, 요즘은 바위를 치워버리거나 낙숫물이 떨어지지 못하도록 막아버리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 그런 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다.

 

  무민이 순희를 위해 분노하고 울분을 터트리는 걸 보며 같이 화를 내고, 살고 싶어서 마음을 다잡으려는 순희를 안쓰러워하면서, 양껌의 새로운 피해자가 된 혜령이 너무나 불쌍해 한숨을 내쉬고, 그런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자기 일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하는 아이들이 너무 미웠다.

 

  특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너무도 분노를 느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일을 몰래 얘기하면서 비웃고 놀림감으로 삼으며 낄낄댔다. 자기가 당하는 게 아니라 이거지? 이사장에게 대들면 자기에게 불리하니까, 모른 척한다. 도리어 피해자를 무시하고, 가해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 완전히 어른 사회의 축소판이다. 사실 그들에게는 모범이 될 어른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사장에게 쩔쩔매는 교장이나 교감, 선생을 보면서 공정함이나 정의에 대해 배울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책을 덮으면서 양껌과 무민에 대해 생각해봤다. 요즘 이 나라를 들썩이는 사건에 둘을 대입시켜보았다. 양껌은 부모의 배경으로 유학지에서 대충 졸업장 받은 다음에 기부금으로 한국의 명문대를 들어가겠지. 군대는 면제받을 거고, 나중에 아버지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다. 그 와중에 제 버릇 남 못준다고 약 같은 걸 하면서 많은 여자들을 농락하겠지. 소문이 퍼질만하면 집안의 재력을 이용해 무마시킬 것이고, 겉으로는 명망 있는 사학 재단의 이사장으로 번지르르하게 살아갈 것이다. 유력 정치인의 딸을 부인으로 얻으면 검찰 수사도 받지 않을 것이다. 부인이 눈물로 읍소하면 장인이 봐줄 테니까.

 

  그에 비해 무민은……. 무민과 순희, 그리고 혜령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그리고 여자가 꼬리치는데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냐고? 안 넘어가라고 뇌가 있는 것이고 이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성도 뇌도 없으면 그게 인간입니까? 짐승이지. 아니, 짐승도 뇌는 붙어있구나.

 

 



Comment ' 2

  • 작성자
    Lv.99 darkhyan..
    작성일
    16.01.14 13:11
    No. 1

    공감이 되네요...
    암울한 현실이지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水流花開
    작성일
    16.01.14 17:02
    No. 2

    화가 나는 건 현실 때문인 것이겠고,
    위의 감상문으로 판단한다면
    상당히 잘 쓴 글인 것 같습니다.

    단, 대리만족 같은 것은 안드로메다에서 찾아야 할 듯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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