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전에 중국장르문학의 현재를 한번 이야기 하겠습니다.
중학교 시험기간 때 옆집 아주머니의 권유였던 "이거 한번 볼래?"로 받은 김용의 '영웅문' 이후 우등생이 열등생이 될 만큼 탐닉한 장르문학은 지금의 생업까지 큰 영향을 줬고 불혹을 지난 지금에도 저의 둘도 없는 취미생활이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취미생활에서 두번의 빅뱅이 있었는데 첫번째는 서구 판타지, SF와의 만남이었고
두번째는 중국 장르문학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서구 판타지는 과거에는 원서로 읽어야 했지만 요즘은 빅히트작이라면 번역본도 나오고해서 오늘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중국의 장르문학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실 무슨 일이든 발전하려면 자금이 충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글만 써서 먹고살기 힘들죠.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나 중국은 넓은 독자층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IP(지적재산)창출과 게임, 영화같은 다른 산업과의 연계는 충분한 자금을 낳고 이런 자금은 좋은 작품창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중국의 경우 순위권에 오른 작품은 모바일, 웹게임으로 만들어지는 일이 흔하게 발생)
지금 중국의 장르문학은 거대합니다.
한작품에 읽은 독자가 억단위 (뭐 순위권일 경우이기 합니다만) 글자수가 1000만자가 넘어가는 작품들... (천만자면 권수로 대략 66권입니다), 작품이 너무 많아서 판타지쪽만해도 동방판타지, 상상세계판타지, 쟁패판타지, 상고시대판타지로 나눠고 다시 작품 특성(열혈, 농사, 보물, 성장, 은둔, 고독, 패권, 환생 등등)으로 분류하고 다시 글자수 단위로 작품검색을 해야 합니다. 이런 판타지같은 장르가 대략 10여종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현환(판타지), 기환, 무협, 선협, 도시, 역사, 군사, 게임, 과학, 동인, 문학, 여성, 운동... 등등)
이런 분류는 시장개방 이후 일본, 서구의 장르문학이 쏟아져 들어왔고 자신들 고유 이야기(멀게는 서유기, 봉신연의부터 가깝게는 촉산, 영웅문 같은)이야기와 접목되어서 수많은 갈래가 생겨났고 독자들도 이제는 이런 퓨전장르에 대해 거부감없이 받아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장르소설에 있는 것 다있고 플러스 알파가 있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재미나 퀄리티 측면도 꽤 높습니다. 일단 상상력과 스케일, 장르의 퓨전성은 그내들 DNA에 박혀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중국을 맨 윗자리에 올려놓고 사업을 생각하라고 하는데 장르문학쪽도 마찬가지 일 것 같습니다. 게임이 이제는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출하듯 장르문학쪽도 언젠가는 들어오겠죠.(뭐 시장이 작아서 안 올 수도 있지만) 그런데 반대로 우리나라 작품이 중국가서도 통할만 한건 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작가님들 아니 출판사나 네이버, 조아라 같은 플랫폼에서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잘쓰는 작가님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야지 앞으로 작가가 되려는 분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산업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는 한국만으로 안됩니다. 글로벌로 나가야 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인상깊게 읽은 작품 두개와 중국에서 가장 큰 장르문학 웹사이트를 소개합니다.장르소설 추천작입니다.
www.qidian.com 기점중문망(起点中文网): 다른 사이트들도 있지만 이곳이 총본산이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모든작품과 그와 연계된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추천할 작품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오늘은 두작품만 소개하고 다음에 여유가 되면 다른 작품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목 : 차천(遮天 하늘을 가리다)
작가 : 진동(辰东)
장르 : 선협소설(仙侠小说), 열혈(热血)
글자수 : 6,368,036 자
소개 : 어느날 어둡고 차가운 우주에서 거대한 청동고관(青铜古棺)이 중국의 도시로 떨어집니다. 이 관속에 갇히게 된 주인공 엽범과 사람들은 청동관에 의해 머나먼 우주로 떠나게됩니다. 주인공은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그리고 이 우주의 숨겨진 비밀을 벗겨내기 위해 겪는 성장과 모험이 주된 내용입니다. 7대금지, 고대 유아독존 황제의 비밀, 지구의 숨겨진 역사, 우주를 떠도는 구룡고관과 거대우주전함 같은 미지의 존재와 만나고 탐험하고 싸우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전 우주 스케일의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진중한 주인공의 성격과 감초같은 코믹 조연들 영생과 무한한 힘을 주는 신선의 수행법은 성장, 모험, 열혈, 보물(촉산의 법보와 비슷한), 진법, 법술(신선술인데 스케일 큰 무술이나 초능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을 좋아하시면 강추
제목 : 탄서성공(吞噬星空 밤하늘을 삼킨다)
작가 : 아흘서홍시(我吃西红柿)
장르 : 과학소설, 미래세계
글자수 : 4,791,621자
소개 : 드래곤볼의 결정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데 뒤로 가면 입이 벌어집니다. 첫 시작은 동내 변이괴물 그 다음은 도시수준의 괴물, 국가급 괴물,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 순으로 나가다가 알고 보니 이거 외계인 애완동물 수준 다시 은하계 외계인과 대결, 이기니 다른 우주짱과 대결, 다른 차원 대빵대결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이게 뭐가 재미있는데" 라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중국사람 특유의 허풍으로 무장된 상상도 못한 새로운 수행법, 기상천외한 무기,생각지도 못한 적, 위기의 반전으로 잘 버무려서 0레벨부터 만렙까지 흥미진진합니다. 스케일을 약간 노출한다면 주인공 메인무기 중 하나가 있는데 이거 얻으려고 백만년인가 죽음에 가까운 시험을 겪습니다. 이 무기 크기가 지구만하다는 쿨럭... 이런급 무기를 대여섯 개 얻어 번갈아 가면서 쓴다는... 쿨럭, 주인공 분신중 하나는 시간배속 천만분의 일 지역에서 수십 억년 수련만 한다는... 쿨럭 더 대단한 건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을 설득력 있게 써서 나중에는 그냥 끄덕이며 읽게 된다는... 쿨럭
여러분들도 한번 읽어보세요.
P.S 중국 장르소설 중 가끔 한국인이 나오는데 좋게 나오는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과 비슷하거나 좀 더 안 좋게 나옵니다. 우리나라 장르소설에 중국이 대부분 안 좋게 나오는 것처럼 중국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도 비슷한가 봅니다. 이런 것 볼 때면 마음이 안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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