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 월드메이커, 2. 플레이어즈
작가 : 취룡
출판사 : 문피아 유료 완결
(편의상 비어를 사용하겠습니다.)
후기를 제외하고 각각 약 212, 232(에필로그 및 이벤트 성 사이드 스토리 포함)화 분량으로 완결난 월드메이커와 플레이어즈는 이미 특유의 세계관으로 여러 글을 써온 취룡 작가의 또 다른 연대기이다.
사실 과거 몇 차례나 추천 요청 글 여기저기에다가 취룡 작가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며 댓글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필자는 그만큼이나 취룡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리는 높은 진입 장벽을 이미 예전에 뛰어넘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작 본편에는 댓글 하나 잘 남기지 않고 조용히 추천을 누른다... 너그럽게 봐주시길. 사랑합니다.)
경쾌하고 힘 있는 묘사, 적절한 완급조절은 긴장감을 들었다놨다 함과 동시에 쉽게 질리지 않고 연신 흥미를 가지게끔 한다. 게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폭발하는 압도적인 묘사와 필력은 감히 필자 수준에서 평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만큼이나 취룡 작가의 글에 흠뻑 취해왔단 의미니까. 일단 진입 장벽을 뛰어넘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작가의 글에 쉽게 빠져들 거라 생각한다.
각설하고 소설의 얘기, 먼저 월드메이커에 대해 말해보겠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다른 시공간, 다른 차원에서 선택받고 불려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바로 ‘가짜 신’이란 불완전한 전능자가 되어 자신의 종족을 창조, 그리고 해당 종족을 발전시켜 끝내 대륙의 패자로 만든 자들만이 진짜 신으로 거듭나는 ‘신들의 경합’에 참가하라는 내용이다.
견식이 짧은 필자로선 마치 악마의 게임 ‘문명’을 연상시키는 듯한 글의 소재가 무척이나 참신하게 다가왔다. 여타 영지물이나 경영 소설과 달리, 월드메이커는 아예 본격적으로 원시문명을 첫 스타트로 끊는다.
솔직히 말해 연재 초중반까지도 문명의 발전과 관련한 이후의 전개가 도무지 예상되지 않았다. 그것이 더욱 큰 호기심을 끌어 필자의 정신을 가차없이 흡입했다고 본다.
주인공들에 해당하는 ‘17조’는 이집트 태생의 테프네트, 미국 출신의 에드윙 솔로몬, 무림 사천당문의 당아영,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군필 대학생 조영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취룡 작가의 글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적절히 균형잡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글 안에서 움직인단 것이다.
글 전체적으로 봤을 때 17조의 실질적인 리더이자 브레인은 조영민이다. 냉철하며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판단력은 몇 번이나 위기에 처한 17조의 종족, 엘더들을 구해내는 데 큰 공을 올렸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17조와 엘더들의 행사가 영민의 원맨쇼로만 점철된 건 아니다.
미국인 특유의 유머러스함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은 에드윙은 영민 다음으로 유연한 사고력을 발휘하는 한편, 결정적인 순간엔 연장자이자 올곧은 가치관을 가진 어른으로서 속 깊은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남자, 또는 형과 같은 그의 모습에 영민은 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허당 매력 가득한 당아영도 빠질 수 없다. 그녀가 가진 진정한 힘, 무공조차 초월한 본신의 힘은 17조 최강의 전력이자 비장의 카드이다. 월드퀘스트 동안에 영민의 대활약이 있을 수 있게 해준 장본인임과 동시에, 신성마법을 통한 그녀의 참전은 가히 일발역전이라 표현해도 될 막강한 전략 무기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사랑스러운 소녀를 무기라고 표현하는 것엔 조금 어폐가 있다. 단지 파괴적인 무공만이 그녀가 가진 힘이 아니니 말이다. 사랑에 우열을 가를 순 없다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순수하게 17조의 종족 엘더를 사랑하고 보듬었다. 엘더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진실된 눈물을 흘렸고, 그러한 인간적인 면모가 17조가 일으킨 기적의 원동력이 되었다.
맏이인 테프네트는 17조의 누나이자 언니, 그리고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17조의 조율자로서 가짜 신들을 다독여주기도 하고, 때론 단호하게 지적하며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어줬다.
피할 수 없는 ‘희생’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나서서 다른 가짜 신들을 보호해주는 등, 그야말로 아름다운 어른의 면모가 뭔지를 과감히 보여준다. 글 중후반부엔 직접적으로 그녀의 존재 자체가 17조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주인공 일행의 17조만이 아니다. 종족 ‘엘더’의 영웅들, 더 나아가 대륙의 패자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서로 다른 종족과 가짜 신들은 제각각의 캐릭터성을 성공적으로 쌓아올려 주인공들 못지 않은 애정표를 받았다.
월드메이커의 남다른 특징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글의 끝까지 이어진, 즉 독자가 17조의 인원이 되어 함께 종족을 돌보고 함께 지켜보는 듯한 몰입감이 더욱 큰 감동을 자아냈다고 생각한다. 글 초기부터 독자와 함께 울고웃었던 캐릭터의 장대한 모습, 그 마지막 순간을 필자는 아직도 잊질 못 한다.
작가의 상상이 그려낸 세계. 그곳의 이야기는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며 새로운 신화가 되었다. 그 완성된 이야기 속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태어나 필자를 비롯한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플레이어즈’의 시작이다.
플레이어즈는 가짜 신들의 경합으로부터 약 천 년 뒤의 세계를 그리지만, 글의 진행은 월드메이커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날 엄청난 규모의 인류, 정확히는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소환’이라 불리는 원인 모를 이능에 휩쓸려 낯선 이계에 떨어지게 된다. 이들 플레이어는 이계 진입과 동시에 대소환 당시 플레이 했던 게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는 이계 판타지는 시작과 동시에 끔찍한 데스 게임이 되고 만다. 퀘스트를 진행하여 얻어야 하는, ‘크론’이라 불리는 가상의 화폐이자 생명 에너지가 곧 그들의 잔여 생존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최강석은 플레이어 가운데 유일무이한 대전액션 플레이어. 이후 글은 그와 길드 아다마스의 치열한 생존과 지구로의 귀환을 위한 싸움, 더 나아가 세계의 운명을 건 결전을 그려나간다.
플레이어즈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게임들이 곳곳에서 깨알같이 등장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가 주어지지만 거기에 ‘아는 사람들’에게 선사해주는 보너스, 전작 월드메이커에서 이어지는 ‘신들의 경합’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과정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갑자기 가지게 된 이능력. 쉴 틈 없이 몰아붙히는 잔여 생존시간이란 압박. 플레이어즈는 월드메이커보다도 끝에 몰린 인간의 정신을 드러내는 한편, 적절한 타협선을 그어 독자들이 불쾌감을 가지지 않게끔 영리하게 처리했다고 본다.
작가의 남다른(?) 지식이 훌륭하게 글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해당 게임에 대한 지식, 혹은 경험이 있는 독자들의 경우 더욱 공감을 느끼며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런 소재적 흥미를 떠나, 플레이어즈의 단연 압권은 바로 유일무이 격투게임 주인공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과 타격감이다.
필자가 태어나서 가장 멋지게 본 소설속 전투장면을 꼽으라면 그 제일로 홍정훈님의 월야환담 시리즈를 고를 것이다. 활자 너머에서 전해지는 피 냄새 진한 액션과 광기, 총과 검으로 바이클 무쌍을 찍는 한세건의 모습은 그야말로 소설의 탈을 쓴 액션영화였다.
갑자기 월야환담 이야기를 꺼낸 건 감히 말하건데, 취룡 작가의 전투씬 묘사 만큼은 홍정훈님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월야환담이 아드레날린 폭주시키는 분위기로 독자들을 압도했다면, 취룡 작가의 글은 폭풍처럼 연달아치는 액션 묘사로 눈과 마음을 홀렸다고 본다. 필자의 언어 능력이 떨어져서 더 정확히 표현해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아이러니 한 건 이런 단문적인 묘사가 의외로 또 취향이 갈린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클라이막스를 위한 작위적인 연출, 거기에 힘 입은 오바스러운 장면이 아예 없다곤 말 못하겠다. 그래도 필자는 그런 단점을 극복할 만한 재미를 느꼈다.
(흡사 드릴로 하늘을 뚫는 열혈 만화를 보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전작과의 연관성, 그리고 플레이어즈를 완결하며 작가도 언급한 ‘(월드메이커부터 이어진 이야기를)진짜로 끝냈다는 기분’을 필자도 느꼈던 터라 한 번에 두 편의 글을 감상문에 담아내려 했는데... 아마 다음엔 이런 짓은 안 할 것 같다.
끝으로,
대세를 조금은 다른 식으로 비켜,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취룡 작가의 두 이야기를 아직 접해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무료분을 먼저 읽고 이후의 결제를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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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데 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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