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오래전에 읽었던 글이고 흘러간 시간만큼 스토리를 까먹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부분만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아쉽게도 요즘은 이렇게 여운이 남아 오랬동안 기억할 수 있는 글이 거의 없지요. 그냥 시간 떼우기 식으로 읽다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내용은 커녕 제목조차 가물가물해지는 글들이 대부분......
"가끔 이런 생각을 하지. 그들은 사랑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놀이에 열중했고 그들은 충성심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에 충성할 수밖에 없어다. 그들은 그렇게 그들의 길에 열심이었던 것뿐이다."
"..."
"그렇게 이해하려고 했는데... 남들의 꽃 장난에 자신의 사랑을 버려야 했던 형은! 충성심 때문에 아무렇게나 도마 위에 서야 했던 나, 절망밖에 없었던 젊은 날의 나는! 형, 나, 우리는... 우리는 무엇이지? 조원홍, 철봉황, 심제충, 사도상, 대답하라! 우리는 무엇인가? 대답하라!"
이 작품의 가장 놀라운 점은 그렇게나 악연 때문에 상황이 꼬이고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은 처절하게 망가져 갔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그 어떤 인물도 '악'하다고 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애초부터 누구도 상대에게 악의를 품고 행한 일은 없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고 당사자가 망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들고 또 독자가 그것을 수긍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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