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벼워지는 미학의 경계에서 서성거릴 때.
엄청난 무게가 느껴지는 부제를 결국 쓰고 마는군요. 쓰는 제 자신조차 정확한 뜻을 몇번이고 음미하며 지웠다 썼다 하기를 수차례 결국 남기기로 했습니다.
요즘 이곳 저곳 기웃거리게 되면 심심치 않게 추천하는 곳에 설봉님의 사신이 많이 볼수 있게 되었습니다. 설봉님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신과 추혈객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제가 개인적으로 더욱 좋다고 느껴진 암천명조나 독왕유고 수라마군 등은 추천하는 사람들이 없더군요. (시기적으로 좀 오래된 작품들이라서 그럴수도 있겠죠.^^;)
암천명조 부터 시작되어 독왕유고, 산타, 남해삼십육검, 포영매, 천봉종왕기 등의 옛 작품들과 요즘 나오는 추혈객과 사신의 차이점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작들과 요즘 작품의 큰 차이점은 전작에 비해서 가벼워 졌다는 점입니다. 옜날과는 다르게 간결체로 문장 문장 하나 하나 큰 고통없이 빠르게 읽혀진다는 점 입니다. 약간의 전문적인 용어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전작들에 비하면 거침없이 빠져 들어가는 간결성은 누구나가 쉽게 흉내 낼수 없는 경지임을 느낄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간결성에 빠져 들어가서 마지막 책장을 덮고 일어서면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설봉님의 작품들은 두번 세번 몇번 기간을 두고 다시 읽어서 되새김질 하는 절묘한 맛이 있었는데 그 되새김질 하는 맛이 없어진 듯한, 분명 맛있게 음식을 먹었는데 그 맛이 어떻게 해서 맛있었는지 도통 구별할수가 없게 된것입니다.
변하지 않는것은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그 위대한 사랑마저 변하는 이 시대에..)
작가의 변화도 물론 발전하는 한 형태로 믿고 있습니다. 단지 그 변화가 외적인 충격에서 오는 변화가 아닌 내적인 (작가 스스로의 고민과 갈등에서 진화된) 변화에서 합의된 것이라면 더 이상 설봉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그 이상 행복할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알콜을 손에 바르면 청량한 느낌 순간적이나마 전해져 옵니다. 알콜은 곧 증발되어 없어지죠. 가벼움의 미덕은 알콜과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론 한 없는 가벼움이 필요하지만 가벼운 것에 대한 편의적인 속성은 때론 무서운 중독성이 될것도 같습니다.
"전례란 생기기가 어렵지 이어가는 것은 쉽지요.'
산타의 한구절입니다..
휴~ 조심스럽게 하고 싶은 말을 쓴다고 하는데 엉키는 실타래를 푸는것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엉켜버린 실타래가 된것은 아닌지... ...
산타의 서문을 마지막으로 적어봅니다.
얼마전에 몇몇 작가들과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을 쓸 것인가? 당연히 결론은 전자로 모아졌으며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면 많은 독자가 외면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시실 이 문제는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에도 누가 될분만 아니라 오직 인세로만 생활하는 전업작가들에게는 치명적인 손실이 됩니다. 그렇다고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글만 쓴다면 글쓰는 낙은 어디서 찾겠습니까? 쓰기는 더 쉽습니다. 일부 출판사에서 무더기로 쏟아내는 무협과 비슷한 수준으로 쓴다면 한 달에 한 질, 네권을 쓸 수 있죠. 아! 그렇게 하느니 차라리 절필해 버리고 구멍가게에서 심부름이나 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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