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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 조철산
작성
02.09.27 19:53
조회
5,813

  

  용대운(龍大雲) 編著 『섬수혼령탈혼검(閃手魂鈴奪魂劍)』을 읽고…….

  

  "개인적인 감상인지라 다소 반말조로 쓰여 있습니다.  그 점 양해해

주십시오."

  

  

  우선 이 책은 결코 "용대운의  책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

다. 위의 '편저(編著)'라는 말에서 보이듯이  원작자는 따로 있고 용대

운은 단지 이 글을 개작했을 뿐이다.

  그러니 혹시 용대운류 무협의 통쾌함과  사나이다움을 원한다면 조

용히 책장을 덮고 다른 책을 고르도록 하자.

  이 말은 즉 본작 섬수혼령탈혼검은 용대운의 무협과는 아주 다르다

는 뜻이다.

  원제는 "천수검(千手劍)"이라는 중국무협이라는데 아쉽게도(사실 별

로 안 아쉬웠다) 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어서 1권을  보면서 제

일 먼저 뭔가 원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각설하고…….

  처음 시작 부분은 왠지 용대운의 냄새가  약간 나기도 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전혀 달랐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으로 주인공의 성격이  용대운 소설의 주인공들

과는 아주 틀렸다.

  냉혹과 비정, 그리고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사나이의 뜨거운 마음,

그리고 인간적인 부분이 용대운이 그리고 있는 주인공이라면 이 소설

의 주인공인 남환악은 냉혹하다고 작가가 열심히 주장만 하는 남자다.

  

  …… 강호에 위명이 쟁쟁한 우내십절의  일인인 섬수혼령탈혼검 남

환악은 친구라고 믿었던 고소천의 암계에  빠져 삼 년을 절곡의 고동

에 갇혀 죽음보다 못한 삶을 유지하며 복수를 꿈꾼다.

  우연히 적수성이라는 늙은 상인의 도움으로  이 고동에서 풀려나게

된 남환악은 마침내 복수의 첫걸음을 강호에 내딛는데…….

  

  어떤가?

  도입부 스토리만 보면 피가 끓어오르지 않는가?

  "아, 이제 곧 강호는 냉혹한 살성으로 변한 남환악에 의해 피바다로

변하겠구나."라고들 생각하시겠지만 천만의 말씀.

  3년이라는 긴 세월을 타의에  의해 갇혀 죽는 것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면 어딘가 처절함이 느껴져야  하는데 남환악은 처절함은 고사하

고 풀려나기가 무섭게 전혀 구김살 없는 예전 성격을 보여준다.

  인생의 대단히 큰 변환점을 지나고도 성격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아

소설 전체가 어색하다고나 할까.

  큰 사건 하나 없이 그때 그때 닥치는 에피소드, 우연한 만남과 이로

인한 위기와 극복이라는 전형적인 패턴을 매권 반복하다가 결국 이야

기는 고소천을 죽이고 끝나버린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선 남환악이 피바다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피바다가 억지로 짜 맞춘  인과관계에 의해 어설

프게 이루어져 보고 있노라면 하품만 나온다는 점이다.

  덕분에 읽으면서 지루함을 참느라 무척 애를 써야 했다.

  마지막 권인 4권의 말미에  보면 편저자인 용대운이 직접  이 글에

대해 써놓은 글이 있다.

  이 글로서 본작 섬수혼령탈혼검에 대한 평을 마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예전에 고등학생 시절 때 읽은 것이다.

  벌써 이십오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는 무척 재미있고 흥미진

진하게 읽었었다.

  이 작품을 최초의 편역 작품으로 선정한  것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

했기 때문이다.

  허나 막상 작업에 들어가고 보니 당시의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너무

나 늘어지고 지루한 사건 전개 때문에 몹시 애를 먹었다.

  주위의 작가들은 하필이면 왜 이런 작품을 골랐느냐고 의아해 하기

도 했다.

  엉성한 문장과 대책 없이 장황하게 계속되는  의미 없는 대사의 남

발, 그리고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하는 밋밋한  캐릭터들과 별다른 개

요도 없이 벌어지는 사건들…….

  그야말로 이십여 년 전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판이하게 달랐다.

  분명 같은 작품, 같은 글인데 어째서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있을

까?

  이게 바로 중국의 번역작품이 현재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외면당하

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품을 수정하고 보

완하고, 가다듬었으나 아직도 너무나 많은 미진함이 남는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의 작품처럼 엄청나게  지루하거나 아무런 매력

도 없지는 않을 거라는 위안을 스스로 가져본다."

  ……섬수혼령탈혼검 278∼279p 중에서

  

  가장 정확한 평이라 생각한다.

  편저자 스스로도 이렇게 생각하는 책을 구태여 찍어낼 필요가 있었

을까?

  차라리 신인의 작품을 하나 더 찍어주는 게 나은 일일 뻔했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Comment ' 4

  • 작성자
    진소백
    작성일
    02.09.28 03:35
    No. 1

    제가 이 글을 봤을때 저는 그저 \'용대운\' 이라는 이름 석자만 보고 고른 기억이 납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마치 다른 사람의 글을 보는 듯한 느낌...
    어? 이거 용대운 책 맞아? 이러한 생각이 들던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히 책표지를 살펴보니, 용대운 편역이라 써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었습니다...
    그저 기억에 남는 것은 탈혼령인가 하는 방울 밖에...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寒柏居士
    작성일
    02.09.28 08:34
    No. 2

    음.. 저도 몇년전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원제가 천수검(千手劍)이라고 되어 있었던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이 작품은 풍기는 짙은 혈향으로봐서 짐작한 분도 있었겠지만 유잔양(柳殘陽)의 작품이고, 제목은 천수검이 아닌 \'성혼(星魂)\'입니다.
    유잔양은 흑도쪽의 강호방파간 대립과 갈등을 주로 묘사하며 피가 튀고 사지가 잘리는 -이름그대로 잔인한 - 현실감 넘치는 작풍이죠.
    제가 본 특징중 하나는 주인공은 천하무적에 가깝지만 -주로 한 방파의 두목입니다- 상대와 싸울때마다 몇군데 부상을 입지 않는 경우는 드뭅니다. 살을 주고 뼈를 깍는다고나 할까요..

    유명한 작품으로는 \'독고구검(獨孤九劍)\'등으로 번역되었던 \'단장화(斷腸花)\'입니다. 마존 군유명(君維明)이 나오는... 예전에 좌백님의 무협작가평전에서는 이 작품을 \'혈립(血笠)\'이 원제라고 했던데 아마 착오였을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眞空家鄕
    작성일
    02.09.28 17:20
    No. 3

    이글을 보면서 저도 용대운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저도 이 소설을 어릴때 읽어봤습니다. 한때 무협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할 시절 읽을 것이 없어서 시도한 것이 당시 구석에 있던 중국번역무협들이었습니다. 그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자도 전체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있었습니다. 아련한 추억으로 한번 다시 봤으면 하는 무협이 누구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섬수혼령탈혼검을 읽으면서 이게 과연 그 스토리였나 하면서 놀랐습니다. \'용대운님이 편역한 것이 나아진 것이라니 그럼 내가 좋아했고 한번 다시 보고 싶었던 소설이 이런 소설이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 조철산님처럼 거창한 이유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아련한 추억으로 좋게 기억되던 무협작품 하나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은 과거 80년대 무협이 90년대 말에 재간되었을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지요.

    제가 추억하고 있던 작품들이 이런 것이었다니...

    비교하기는 그렇겠지만 피천득님의 인연의 한 귀절로 저의 느낌을 대신할까 합니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리플에 탈혼검을 탈명검으로 부정확하게 써서 고쳤습니다. 웬지 고무림에 쓰는 글은 오타가 그냥 안넘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ekd당
    작성일
    02.10.04 20:01
    No. 4

    읽은 기억은 납니다만, 대충 주욱보고 넘긴터라 기억 속에 가물 가물한채 남아있는 글입니다.
    내용적으로 꼬집을 곳도 없고 무난했던 것 같은데도 선하지 않는 것이 왜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원저자가 유잔양이었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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