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비극의 시작은 사소하고 예상치 못한 일에서 일어나지요.
여느 때와 같이 뒹굴거리고 있는 오후였습니다. 하지만 그 뒹굴거림은 오래 지나지 않아 도어 벨 소리에 의해 방해를 받았죠. 뒹굴거림은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뒹굴거렸지만, 두번 세번 누르는 벨 소리는 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고, 저는 뒹굴거림을 멈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쨌든 ‘나가요~’하고 밖으로 나간 저는 아무 인기척이 없음에 두리번 거리다 10층에 멈춘 엘리베이터를 보고 다급히 뛰었습니다. 하지만 버튼을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는 내려갔습니다. 저는 다급히 뛰었습니다. 9층 8층 7층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빨라 점점 멀어졌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뛰어 내려갔습니다.
어차피 1층에서 차를 타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분명 시간은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1층을 내려가서 문을 열었을때 이미 차는 출발하고 있더군요. 기왕 내려왔으니 남은 것은 제 모든 것을 부딪치는 것 뿐. 저는 필사적으로 그 차 뒤를 쫒으려 뛰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제 시야는 허공에서 기울고, 쓰러지려고 하고 있었죠. 아파트와 지상 연결계단에서 미끌어진 것입니다.
그래요. 거대한 운명의 흐름은 저의 뒹굴뒹굴에 대한 미련을 풀고자 주차장에서 뒹굴 뒹굴 하도록 만든 것이에요!!
10층을 뛰어내려오느라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저는 애타는 목소리로 ‘저기요~’하고, 떠나가는 차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기사 아저씨는 그저 엑셀레이터에 힘을 더할 뿐이었습니다.
멀어져가는 차를 보니 씁쓸해지더군요. 내 모든걸 내 던졌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저는 이 세상의 부조리함에 절망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려는데 10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은 하염없이 길었습니다.
그리고 10분뒤 아버지가 오셔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문 옆에 택배 와있네? 왜 안받았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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