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외우주로 떠나는 탐사정의 승무원입니다. 문명의 화염에 아직 어루만져지지 못한 은하계의 어느 외딴 구석. 탐사는 별 문제없이 그럭저럭 잘 흘러갔지만, 갑자기 이상한 외계괴물이 탐사정에 탑승해서 승무원들을 죽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구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어느 냉혹한 암흑물질 속에서 승무원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사라져가는 것이지요. 그곳에 남아있는다면 여러분 역시 죽을게 분명합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탈출포드가 하나 탐사정에 있다는겁니다. 다만 터미널이 망가져가지고 이 2가지 문제점이 생겼지요. 우선, 터미널을 통해 단 하나의 명령어만을 보낼 수 있습니다. 즉, 명령 하나를 내리고나면 그 후에는 다른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것이지요. 두번째로, 탈출포드의 연료잔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운이 나쁘다면 탐사정을 떠난지 채 하루도 못되어 연료와 전력이 모두 바닥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그냥 냉동수면에서 깨어나지도 못한채 조용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지요. 아무도 없는 외딴 공허에서, 자신의 죽음을 느끼지도 못하며.
탈출포드를 이용해 직접적으로 탈출하는 것 외에도 또다른 선택지가 하나 존재합니다. 탐사정의 전송장치를 이용해 여러분의 두뇌패턴이 담긴 정보패킷을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지구에서는 지금의 여러분과 조금의 차이도 없는 새로운 여러분을 지구에서 부활시켜줄겁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렇게 될 경우 지금 탐사정에 남아있는 현 시점의 여러분 자체는 어디로 도망치지도 못한채 그대로 괴물에게 잡아먹힐거란거죠.
정리하자면, 실패할지도 모르는 탈출시도, 리스크가 매우 낮지만 여러분 자신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정보패킷만 보내지는 전송시도, 둘중 하나를 택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같나요.
p.s. 저라면 친구들이 죽는 모습에 분노한 나머지 코스모스의 에너지를 이용하며 괴물을 죽여버릴겁니다. 그리고 남은 에너지를 이용해 탐사정을 지구로 워프시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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