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과거 상병이 되고 병장이 되었을 때 보상심리가 없었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이등병일 때는 동기끼리 말한마디 못하게 하고 온갖 제약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유발시켰으며 폭력적인 일들이 일상이라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병이 되고 병장이 되면서 같은 병 중에서도 권력층이 되는 시기에 부대에선 이러한 부당행위를 중단시키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집니다. 그 전엔 말뿐이었죠. 소원수리를 무력화 시키는 고참들의 철저한 입막음은 예로부터 유명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기들부터는 자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 각 기수마다 있기 마련이라는 또라이 하나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아마 의식의 변화가 찾아오던 시점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보상심리는 남아 있어서 이등병 때 고생하였으니 병장 때 대우 받아야 했고 병간의 지시를 막는 조처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보상심리는 제대 후 한참을 지나서까지 그게 당연한 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당시 스물한두살이었으니 그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문화로 이어지는 관습과도 같은 특정 분야의 그릇된 보상심리가 세대 전반에 널리 퍼져 있었으며, 저 또한 그러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꽤나 세월이 흘렀으니 요즘은 어떠할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병간의 가혹행위를 직접적으로 해도 아무도 문제삼을 수 없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런 생각까지 떠올리게 되었느냐 하면...
최근 방송촬영 현장에서 불거진 여러 사건들의 원인이 과거와의 충돌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났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군 시절까지 떠올려 보게 된 것입니다.
쪽대본을 당연시 여기던 세대와 그것이 불합리하다 여기는 세대의 갈등, 철저한 외모 관리를 주문하는 제작자와 밤샘촬영에 어찌 다이어트까지해야 하냐는 여배우.
누군가는 말하길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아가며 리얼타임으로 대본을 수정하며 만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이 한 때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반론도 나타나고 그러면서 사전제작 드라마가 망하기도 하면서 쏙 들어갔다가 나중에 사전제작드라마가 의외로 또 성공하는 케이스가 하나둘 나타나면서부터 절충형으로 반 사전 제작이 유행합니다.
여러 베테랑 배우가 영화를 찍다 드라마로 돌아와 종영 후 하는 말이 이 바닥은 변한게 없다 라고 했더군요. 수십년 연기생활을 했는데도 여전히 드라마 촬영은 힘들다는 것입니다. 요즘 영화판은 그나마 조금 개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옵니다. 과거의 잘못돤 관행에 안주하다가 어떤 큰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경각심을 갖고 고쳐 나가는 식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평가해 볼 일 같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치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죠.
최근 일은 아니고 과거 모 배우는 일주일간 밤샘촬영으로 정말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일주일만에 집에 돌아갔으나 불과 3시간만에 또 현장에 나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못 일어난거죠. 왜 그렇게 책임감 없느냐 라고 말하는 제작진의 입장이라는 것도 있겠으나 안타깝긴 하더군요.
그 프레임, 구도, 어떤 갈등이 만들어지는 상황 자체를 개선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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