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1 + 1 - 1 + ... 의 제법 유명한 무한급수를 아실겁니다. 이런 종류의 문제들 중에서 제법 오래되고 유명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 무한급수의 값을 놓고 상당히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결국 결론은 1도 0도 아닌 1/2로 정해지긴 했지만, 그 결론이 무엇이었느냐는 사실 이 무한급수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결론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그 결론을 놓고 일어난 전체적인 논쟁 자체가 더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논쟁은 현대수학과 그 이전간의 매우 근본적인 사고관의 차이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수학이라면 저 무한급수의 값은 0으로 정의하면 0이고 1로 정의하면 1이고 1/2라 정의하면 1/2라고 할겁니다. 그리고 각 정의가 수학의 나머지 보편적인 가정과 전제들하고 모순을 일으키는 점이 없는지 하나하나 검증을 해서 모순이 많은 정의는 나쁜 정의라 말하며 버리고 모순이 적은 정의들은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걸 골라 사용하겠죠. 물론 수학자마다 다르겠지만, 대다수는 ‘오직 하나의 절대적으로 옳은 진리’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모든 것은 정의하기 나름입니다. 1 + 1이 2인 이유는 관련 공리에 저희가 정의해 놓은 특성에 따르면 그 연산이 그 결과를 내놓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우주에 절대적인 진리가 있으리라는 인식과 수학은 수리에 관한 진리들을 밝혀나가는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는 틀리거나 옳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어떤 때는 틀리고 어떤 때는 옳은, 아니면 틀린지 옳은지는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그런 생각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수학을 포함한 전체적인 학문이 신학과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는 것(전근대 서양/중동의 가장 핵심적인 교육기관들이라 할 수 있는 대학과 마드라사 모두 많은 경우 신학을 가르치는 장소에서 시작이 되었거나 최소한 신학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졌습니다.) 또한 그러한 추세에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죠. 감히 인간이 우주의 절대적인 진리가 옳은지 그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신과 자연의 절대적인 법칙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이었으니까요.
걍 떠올라서 끄적여봤습니다.
p.s. 쓰다보니 또 떠오른건데, 종교를 무식한 혹세무민으로 묘사하는 판타지들을 볼 때마다 항상 묘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슬람 황금기의 마드라사에서 메카의 방향을 알아내기 위해(이슬람 교도로서 살아가는데 매우 핵심적입니다) 기하학을 연구하던 이슬람 신학자들이 무식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요. 마녀사냥을 언급하면 더 묘해지는게, 마녀사냥은 우선 오히려 중세가 아니라 근세의 산물이고 중세 카톨릭 교회는 마녀사냥을 매우 경계시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였습니다. 파더보른 공의회에서는 마녀사냥이 범죄라고 명백히 동의하기도 했고, 근세에 나온 마녀의 망치도 카톨릭 사제들 사이에서 ㅄ 취급 받던 사람이 날조한 추천사를 가지고 출판한 것입니다. 교회법정도 오히려 세속법정보다 더 형량이 낮아가지고 범죄자들이 세속법정 대신 교회법정에서 판결을 받으려 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세속군주들이 교회법정을 싫어한 이유들 중 하나죠.
물론 종교를 대체할 더 합리적인 세계관이 나타난 현대에는 여러모로 한계점을 보이고 있지만, 중세 시점에 ‘제대로 된’ 종교인은 그 시대에 받을 수 있는 가장 고등의 교육을 받은 사회지도층 엘리트라 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라스푸틴 같은 요승은 제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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