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순수하게 보이는 청년이 비장한 목소리로 노인을 응시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전 이제 강호라면 지긋지긋 합니다. 저도 이젠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청년을 온화한 미소로 머금으며 바라보던 노인이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설마 그 아이 때문은 아니겠지? 비야?”
노인의 입에서 그 아이란 말이 나오자 청년의 눈동자가 다소 흔들리는 듯이 보였으나 청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제 그녀는 제게서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저는… 그냥 이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습니다.”
청년의 다부진 입술에서 확고한 결심을 들은 노인은 허허 너털 웃음을 한 번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이 청년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말했다.
“그래, 그래. 우리 비도 이제는 좀 쉬어야 할 때도 됐지. 그동안 홀로 너무 무거운 짐을 네게 지어준 거 같아서 미안했단다. 그래, 그럼 이제는 무얼 할테냐?”
청년은 노인이 자신의 물음에 쉽게 수긍하자 잠시 당황한 듯 보였으나 이내 생각해둔 대답을 얘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옛날부터 동경해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과 표정들을. 저도 이제는 검이 아닌 진짜 사람을 친구로 사귀고 싶습니다.”
“허, 허, 허!”
청년의 다부진 각오에 노인은 잠시 회한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저 어린 것이 벌써 이리 컸구나 하는 만족감과 동시에 이제는 강호에서 큰 별이 또 졌구나.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동시에 들기도 했다.
“그래, 그렇구나. 그게 정녕 비, 너의 진심이었구나. 그래,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아야지. 암, 암. 그거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지. 하하하.”
“어,르,신…”
비라 불리우는 청년은 노인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이 노인에게 받은 빚은 아직도 크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진짜로 강호란 세계에서 떠나야 할 때가 지금밖에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피비린내 나는 강호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청년은 잘 알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허리에 차여있는 말 없는 검조차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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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둔 무협소설 프롤로그 앞부분인데 은퇴한 무인이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스토리인데 이건 장르가 무협인지 아니면 현대물로 써야 되는지 헷갈리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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