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캐논이 아랍군대으로부터 십자군에게 소개된 이래
이 원시적인 총은 수많은 전장을 거치면서 아퀘버스와 머스켓으로 발전합니다.
수도권 아파트 한채 값의 갑옷으로 온몸을 두르고 수십년에 걸쳐서 전쟁 기술을 갈고 닦은 기사가
단 한달 훈련받은 농민이 쏜 화승총 한방으로 죽을 수 있는 전장이 된 겁니다.
아아...너도 한방 나도 한방 공평하게 그 한방으로 예수님 제1 제자와 면담 확정...
대부분의 분들은 화승총이 현대의 총보다 위력이 약하다고 착각하는데..
놀랍게도 화승총(30년 전쟁 기준)의 에너지는 1700줄(J)에 달하고 현대 M16A1의 경우 1200줄에서 1400줄에 불과합니다. 옛날 총이 더 위력적이었죠.
그렇게 전장의 주역이 기병에서 보병으로 바뀌지만 여전히 지휘관은 귀족이었고 중요한 자신의 신체를 총알로부터 보호할 방법을 강구합니다.
월남전 당시 적군이 숨어 있던 대나무 숲으로 일제 사격을 했는데 적은 총격 받는 와중에도 유유히 빠져 나갔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대나무는 총알을 쉽게 튕겨 냅니다. 대나무가 강철처럼 단단해서가 아닙니다. 둥근 면과 총알이 만나면 쉽게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갑니다.
근대에 갑옷 장인들도 그 점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30년 전쟁 이후 이탈리아 갑옷 마에스터 작품을 보면 총이 없던 중세의 평평한 갑옷과 달리 둥그런 물방울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전부터 있었던 석궁의 볼트(이런 흉악한 물건은 금지해야 한다고 왕족과 귀족들이 교황에게 탄원했던 그 놈)를 튕겨내기 위해 꾸준히 발달한 디자인으로 이제는 총탄을 튕겨내는 형태로 발달한 거죠.
전체적으로 물방울 형태 뿐만 아니라 세로로 줄무늬를 넣어서 총탄이 더 잘 튕겨지도록 만들었죠.
즉 소재의 한계(강철의 한계)를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극복한 겁니다.
PBS 다큐멘터리를 보니 총알까지 튕겨내는 먼치킨 갑옷은 주문 제작으로, 왕족과 아주 부유한 귀족들이 아니면 주문조차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명망이 없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제작자가 거절했다고 하네요.
총기 이전 시대의 갑옷과 총기 이후 갑옷입니다. 두 사진을 잘 관찰해보세요.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