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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고교 대선배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
19.06.29 00:38
조회
157

고교시절에 대선배들을 세번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첫번째가 담임 선생님이셨다.

고1때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 졸업생이셨고, 내 기억으로는 전공이 컴공이셨다.

우리 학교는 특이하게도 실업계와 인문계가 같이 붙어있었다.

선생님이자 대선배이신 내 선배님께서는 단키에 다부진 골격을 지니시고 삼십대 초반이신데 머리숱이 조금, 음. 그 나이 또래에 비해 많이 부족하셨다.

다행히도 피부는 매우 좋았던 걸로 같다.

내 담임이신 선생님께서는 보통의 선생님들과는 달랐다. 학교 선배 출신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때로는 학생들을 후배 대하듯 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월요일도 아닌데 교장의 훈시가 갑작스레 있었고 첫수업 들어가기도 전에 운동장에 전교생이 집합했다.

그 전날 한강공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아침인데도 오전의 태양이 너무도 눈부셨고 입에서는 술냄새가 미세하게 났다.

체력이 딸려 중간에 비틀거렸는데.

선생님꼐서 오시더니 너 술 마셨구나.

아, 죽었구나.

그 시절에는 선생님이 때리면 그냥 군말 없이 맞아야 하던 때고 사회도, 부모님께서도 그걸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은 싱긋 웃더니 어깨를 다독이고 나를 양호시로 데려다 주었고 한숨 때리라 했다.

이게 뭔 조화야.

그랬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그 시대 권위적인, 요즘 말로 치면 개꼰대와는 달랐다.

하지만 이런 선생님도 교육열에서만큼은 여타의 모범적인 열혈 선생님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날따라 평소보다 몇분 늦게 마을버스 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를 기다리기 지루한 거다.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중학교 동창 둘이 건들거리며 히죽 웃고 있었다.

평소보다 버스텀이 길어졌고 어른 흉내가 한참 하고 싶은 나이라 뒷골목에서 담배를 피고 와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학교에 가도 지각이다.

억울했다.

평소대로 오는 시간대라면 지각은 분명 아니었다.

선생님들의 사랑의 매보다 선도부 선배들의 욕설과 손발이 무서웠다.


“가도 지각인데 걍 땡까고 울집에서 라면이나 묵자. 저녁에 먹다 남은 찬밥도 있어야.”


부모님 두분이 자영업을 하시는 친구 녀석이 한 말이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씩 한번 웃고 가는 길에 당시 청소년에게도 담배를 팔아주던 구멍가게로 갔다.

그시절 어르신들께서 운영하시던 구멍가게에서는 담배와 술을 팔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절 어르신들께서 몇푼 더 받자고 준 것이 아니다.

그분들이 보기에는 청소년이면 이미 훌륭한 어른들이고 사회에 나가도 하자가 없는, 이상할게 없는 나이다.

그분들의 시각으로는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는 당연한 것이었다.

처음이었다.

등교를 안한 것은 자연히 빠져들었고 그 시절에는 친구 녀석들끼리만 있어도 무엇이 그리 신나고 재밌는지 한창 낄낄거리며 좋았는지.

하루가 그렇게 이틀이 돼었고.

집에 연락이 갔었고 아버지께 눈물이 쏙 나올도록 혼났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첫 수업이 시작 되기 전에 교무실이 아닌 특활부 교사 부실로 나를 불렀다.

책상이 서너개 밖에 안되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청소년 한명이 엎드려 뻐쳐하고 성인남자가 굵은 뭉둥이질 하기에는 충분히 넓직한 공간이었다.

우리 선생님은 학교에서 엘리트들이 모이는 기능반을 담당하는 선생님중 한분이셨다.

한대는 반성과 지금으로 치면 중2병인 허세로 참았다.

두대에서 엉덩이가 땅에 닿을 정도로 푹 꺼졌고.

세대를 맞자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주변 사물이 모두 샛놓랗게 보이고 눈 앞에서 휙휙 돌아가는 것 같았다.

 나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잘못 했습니다.”

 “엎어져 새끼야.”


 몇대 더 맞았다.

 눈물과 콧물이 의도치 않게 주르륵 흘러나왔다. 내 통제를 벗어나 계속 나왔다.

 솔직히 그것은 회초리라 하기에는 너무 투박했고 거대했다.

 반칙에 가까울 정도로.

 그날 처음으로 선생님의 진정한 참 모습을 보았다.

 항상 우리를 학교 선배이자, 인생 선배이며 동네 형처럼 푸근했던 신세대 선생님이 그날따라 아수라 저리 가라였다.

 루시퍼도 그 잔혹하고 단호한 사랑의 맴매에 고개를 돌릴정도였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ㅆㅂ

 나는.

 전국대회에 준수한 성적과 수많은 우승을 배출한 엘리트 집단이 기능반에 들어갔다.

 기능반에 들어가겠다고 하니 선생님의 표정은 뭐랄까? 단순히 대견스럽다고 하기에는 실례일 정도로 배부른 사자보다 푸근하셨다.

 퍽을 넘어서 대단히 흡족해하시며 내 어깨를 두들기셨다.

 역사는 대략 이렇다.

 학교과 설립된지 삼년차인가, 오년차에 한 젊은 열혈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부임했고 최고의 공돌이를 양성하고픈 부품 꿈을 가졌다.

 그렇게 만들어졌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처럼 학교 선배가 선생님으로 우리를 가르치는 분이 더 있었다. 이 모든게 앞서 말한 열혈 선생님의 인생이다.

 전통이 생기며 정통성이 생긴다. 역사가 길면 고루하고 종국에는 악습이 이어온다.

 기능반 출신중에는 성공한 선배들이 많았다.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선배들도 많았고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기업가 분들도 많았다. 그렇게 성공한 자랑스런 대선배님께서 학교에 기부도 많이 하셨다.

 그래서 많은 지원과 배려가 기대가 신뢰를 받는 받았다.

 실지로도 역대 선배들의 실력은 좋았다. 고등학생이 티비를, 지금보면 브라운관이 툭 뛰어나옴 볼품 없는 테레비지만. 어째든 대학생도 아닌, 고등학생들이 티비를 만들었고 역대 선배들이 흔적이 기능반 한구석에 전시품 처럼 진열되었다.

 기능반 선배들의 무지막지한 폭력은 선배의 알흠다운 지도라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한 반응을 보였다.

 지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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