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은 하루가 다르게 확확 바뀌지만(그래야 살아남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소재들은 잘 안바뀝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바꾸지 말라.
격언이죠.
반도체에는 아주 독한 약품들이 사용되기 때문에
검증된 소재들을 가공해서 만들며
검증된 센서들만 씁니다.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소재가 나온다고 해도
안바꿉니다. 가격이 조금 더 싸도 안바꿉니다.
메모리 반도체 하나 생산하는 게 워낙에 복잡한 공정을 거치다보니 어떤 요인으로 불량율이 올라갈지 모르기 때문에 안바꿉니다.
실제로 대만의 한 반도체 기업은 기존 불산 업체 외에 다른 불산 업체에서 에칭 약품을 구입했다가 대량 불량이 나서 막대한 손해를 입기도 했죠.
즉
아베가 삼성과 하이닉스를 노리고 수출 제한을 걸어버린 건 바보라서 그랬던 게 아닙니다.
그 전에 이미 일본 화학 회사들은 삼성을 상대로 갑질을 엄청 해댔고요..
삼성이 못참고 에칭 약품 구입처를 바꾼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어떤 공정에서 대량 불량이 발생해서 삼성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도 있고요..
그걸 알기 때문에 일본 화학회사들이 갑질 오기게 해댔고 삼성은 굽신굽신한 거죠..
물론 삼성도 뒤에서 칼을 갈면서 기초소재 연구를 엄청나게 했더군요..
규모의 경제라는 게 있습니다.
70년대에 반도체 산업에 동북3국 중에 제일 먼저 뛰어든 나라가 일본이고 선점한 독주자의 지위를 이용해서 반도체 기반 산업에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과 대만에 소재를 팔면서 규모를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가 소재 산업을 키우려고 하면 단가를 다운시키면서 다른나라 기업을 말려 죽였습니다.
이걸 이기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명분이 필요했는데
아베의 수출 제한 조치가 바로 그 절대적인 명분인 겁니다.
아베는 영리한 것 같으면서도 멍청한 것 같습니다.
일단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부하가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베가 노린 게 그거겠죠.
그러나 위에 말한대로 일단 한국 기업들이 소재 구입처를 바꾸면 그것을 다시 일본산으로 바꾸는 게 엄청 어렵다는 점입니다.
즉 아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른 셈이죠.
거위 고기로 배를 두둑히 채우지만(선거에서 한국 때리기로 압승)
두번 다시 황금알은 구경 못하겠죠.(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엄청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데 그 주된 품목이 반도체 장비와 소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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