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협'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보면, 유협열전이 있지요. 내용을 읽어 보면, 죄다 A가 B를 대신해서 원수를 갚는 이야기들입니다. 원수를 갚다 보니, 살인이 동반되는 거고요. 무협소설의 원류를 이 유협열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읽었던 무협소설에서는 다채로운 협객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죠. 특히 의협, 대협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들도 있습니다. 남의 원수를 대신 갚는 유협열전과 다르게,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이 대결을 벌이고, 음모를 꾸미고, 원한을 해소하는 과정이 들어 있죠. 한국인들은 대개 정의를 추구하고, 우정을 추구하고, 사랑을 추구하고, 효도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이 무협소설에서도 그런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이 있기를 바라죠.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말을 보면서 간접경험과 대리만족을 추구합니다. dlfrrl 님이 말하는 '무협 뽕은 협에서 오고'라는 말은 아마도 이걸 말하는 것일 테지요.
선협소설은 무협소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관이 차원이 다르죠. 그래서 각종 악행이 무협소설보다 많이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이 죽일 수 있는 숫자를 생각해 보면, 무협소설에서는 많아야 수십 수백 수천 명이죠. 선협소설에서는 억 명, 조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협소설에서는 영초와 영약과 보검과 무술을 놓고 수십 수백 명이 피튀기는 혈전을 벌이는 게 대단한 사건인 듯 나오지요. 하지만 선협소설에서는 그보다 더한 영초와 영약과 보검과 공법을 놓고 훨씬 더 많은 수만 수십만 수억 명의 수도자들이 혈전을 벌입니다. 세계관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입니다.
dlfrrl 님은 [난가기연]에 나오는 식의 선협소설을 찾고 계시는데요, 이런 선협소설은 찾기가 어려울 겁니다. 다수의 독자들은 혈전을 보고 싶어하고, 주인공이 경지를 상승해서 시원하게 적들을 갈구는 장면을 보고 싶어합니다. 작가도 이에 맞추어 소설 스토리를 만들겠죠.
글쎄요. 무협의 근간이 협이다 여기서부터 의견이 갈릴 줄은 몰랐네요.. 구파일방 정파 사파 나눠가면서 도닦는 친구들 많이 보여줬었는데. 클리셰 비틀기니 뭐니 하면서 악독한 정파 나온건 무협이 좀 부흥한 후라고 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요.
소시오패스 주인공이 안나오는 선협소설을 찾기어려운 이유는 전혀 동의가 안됩니다. 혈전을 벌이는 거랑 통수왕이 되는 거랑도 다르고요. 아마 그런 소설을 찾기가 어렵다면 아마도 문화차로 보는 게 낫겠네요. 한국에서 개그물 아니고서야 중국처럼 비정한 통수물이 탑중탑을 차지하긴 어려운걸 보면..
일단 한국에서 인식하는 도 쌓는 신선과 중국 도교 소설에서 묘사되던 도사들이 완전히 인상이 다른 것도 원인이겠지만, 선협이란 거 자체가 도교 철학을 담기 위한 소설이라기보단 무한히 성장하고 강해지며 스케일이 커져 나가는 현대 웹소설의 그 확장 패턴에 걸맞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정착했기 때문일 겁니다. 레벨업과 스테이지 클리어가 수련을 통한 단계 상승이란 형식으로, 좀 더 중국에 익숙한 소재로 나타났을 뿐이죠... 본질적으로 사이다를 위한 설정과 세계로 창작되어 읽는 사람들도 그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기 때문에, 역사적인 의식을 가지고 창작되어 온 기존의 무협과 같은 감성을 찾긴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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