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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긴급재난지원금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
20.06.01 10:10
조회
427


누구나 다 

정치나 정부에 대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저 역시도 그러합니다.


'큰 정부'보다는

'작은 정부'를 선호해 왔고,

시장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효율성과 효능을

믿어 왔어요.


그렇다 보니...


예전부터 정치인들이

무차별 복지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겠다,


이런 공약을 내세워서

지지를 호소할 때마다

거부반응이 꽤나 컸지요.



물론, 

저도 복지의 필요성에 대해선

십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가끔씩 보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지원해 줘야 한다,

이런 스탠스의 정책을 볼 때 마다

많이 답답했어요.


'아니, 부자들한테도 지원을 해 준다고?'

'안 그래도 돈이 차고 넘치는 사람들인데?'

'그거, 완전 예산 낭비 아니냐고?'

'국민들 돈 끌어다가 자기들 표로 바꿔 먹네.'


...굳이 구체적으로 적어 본다면,

저런 식의 생각을 했겠지요.



그러나,

과거에 생각지도 못한 재난이 터집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다들 힘드시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있어

구명줄이 하나 내려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저 같은 경우,

부부이기 때문에 

60만원을 받게 됐어요. 


아직, 자식은 없습니다.


꼭 갖고 싶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요.


정부가 준 지원금,

저희 살림살이에

정말 큰 힘이 돼 주고 있어요.



여기서 약간의 혼란이 오기 시작합니다. 



내가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작은 정부'였다면,

이 혜택이 현실에 실행될 수 있었을까.


내가 믿어왔던 '시장'이 

이와 같은 위기도 스스로 작동해서

극복해 낼 수 있었을까.



'작은 정부'였다면,

이런 큰 위기가 왔을 때

문제 해결책을 내놓을 만한

'규모'를 갖추지 못했겠지요.


'시장'이 평소처럼 

혼자 일하게 내버려 뒀다면,

아직도 우리가 쓰고 있는

KF94나 KF80은

천정부지 값을 유지하고 있겠지요.



그렇다고, 

제 생각이 이번 계기를 통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작은 정부'와 '시장'을 

신봉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이 무슨,

'좌파'를 육성한다던가,

사회주의의 가치를 설파하며

그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그런 정치적 성향의 글은 절대 아님을 강조합니다. 



반대로,

제 가치관이 얼마나 나약한지에 대해 

하소연하는 글이라 할까요. 


솔직히, 너무 달콤했거든요.


'긴급재난지원금'


정말 요긴하게 잘 썼고,

잘 쓰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요. 


그러다가, 문득 깨닫습니다.


'야, 너가 즐기고 있는 이 돈...

네 신념하고 정 반대되는 가치 아니니?'


'이 돈 몇 푼에, 

평소에 내가 믿어왔던 걸

한방에 다 까먹어 버렸네?'


...라고 자신에게 비꼬아 질문하는 

제 자신의 이성을요. 



이번 계기를 통해

절대적 가치는 없으며,

어디까지나 '균형'이 중요함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너무 오른쪽이어서도 안 되며,

너무 왼쪽이어서도 안 되는.


이미 너무 한 쪽으로 기운 상태라면,

그 반대쪽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된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우칩니다.



문제는, 제 자신입니다.



이 깨달음을, 

정말로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나서

얻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저에게 

돈이란 혜택을 줬기 때문에 

그 수혜(受惠)를 합리화하려고

자기를 기만한 것인지.



...어렵네요.



하지만 이러한 혼돈 가운데에서도

확실한 건 딱 하나.


지금 제가 먹고 있는 '도미 한 사라' 입니다. 


어제 저녁, 

하나로마트에서 스티로폼에 올려져

랩으로 씌워진 걸 샀거든요.


안에는 초장과 와사비 소스가 동봉돼 있는

매우 효율적인 아이템입니다. 


아마, 제 돈이었다면...

형편상 먹기 힘들었을 음식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돌이키며 봤던 것들,

모두 형체가 없는 형이상적 가치뿐이었지요.


유일하게 형체가 있는 이것,


도미.


작은 정부 어쨌느니,

시장이 어쨌느니,

아침부터 무의미하게 왈가왈부하고 있는 저를

이 도미가 비웃고 있습니다.


'응, 그래서 넌 지금 날 먹고 있어.'

'쯧쯧... 그래서 날 무슨 돈으로 샀는데?'



요즘, 한우가 그렇게 잘 팔린다지요?


평소에는 절대 못먹을 음식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용기를 내서

한우를 먹어보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거겠지요. 


저도 그와 같은 사람 중 하나임을

오늘 아침에 깨닫습니다.

단지, 음식의 종류만 다를 뿐이지요. 


신념과 가치를 떠나서,

가난한 자에게 도미 한 사라를 먹게 해준 이 돈, 

그리고 이 돈을 준 주체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를 버티고

내일을 바라보며 살 수 있어요. 







Comment ' 33

  • 작성자
    Lv.25 시우(始友)
    작성일
    20.06.01 10:25
    No. 1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지금은 REDLAKE님처럼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입니다.
    자신의 신념이 무엇이든지간에 그것을 믿는 것은 자기 자유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큰 정부가 주는 국가재난지원금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주는 큰 정부의 시급한 정책 이었으니깐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신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돈 아니겠습니까?
    돈이 있어야 의, 식, 주를 해결할 수 있고 또 신념을 믿으면서 하루 하루 생활을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러니 큰 정부의 돈을 받았다고 너무 자책안하셔도 됩니다.
    이번 국가재난지원금은 REDLAKE님 말고도 온 국민이 받은 혜택이니깐요.
    저 또한 물론 받아서 요긴하게 잘 쓰고 있구요.
    다들 코로나로 힘든 시기인데 너무 자잘한거에 얽매이지 않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03
    No. 2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자책까지는 아니고요,
    그냥 갑자기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적어 봤습니다.

    오늘 아침이 준 자그마한 행복에,
    괜히 뭐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월영신
    작성일
    20.06.01 10:26
    No. 3

    산을 오르는데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하는 거지요. 인생이란 산이 만만치 않으니, 그럭저럭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요? 전 아무 생각이 없어서 달리 생각나는 말이 없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04
    No. 4

    월영신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쪽 산에 올랐더니
    저쪽 산을 바라보게 되고,

    저 산 역시 이 산과 마찬가지로
    '좋은 산'임을 깨닫게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지나가는1
    작성일
    20.06.01 10:33
    No. 5

    애시당초 작은정부였으면 세금을그만큼 덜냈을거고 그 금액이 60만원을 넘는건 기정사실이겠죠.
    관점의 차이입니다

    찬성: 3 | 반대: 2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06
    No. 6

    오, 지나가는1님.
    날카롭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내용은 저에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가 1년에 내는 세금이
    60만원도 안 되거든요.

    돈을 많이 버시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6 지나가는1
    작성일
    20.06.01 17:07
    No. 7

    간접세는 내실거아니에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08
    No. 8

    앗.
    배우신 분이군요...

    간접세,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입 다물고 조용히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4 dlfrrl
    작성일
    20.06.01 10:36
    No. 9

    이후에 어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당장은 숨통이 좀 트이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07
    No. 10

    그러게요.

    저 같은 경우는
    숨통이 트이는 정도가 아니라
    '산소호흡기' 정도의 체감이었습니다.

    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다큐인생
    작성일
    20.06.01 10:44
    No. 11

    긴급재난지원금 명칭에서 지원보다 긴급에 방점을 둔 정책이죠.
    저도 부자에게까지 지원을 왜 해? 라는 쪽입니다만 자격 구분에도 비용이 들고, 무엇보다 신속성이란 취지에 맞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잘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문제는 이번 한번 지원으로 사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좀 더 정밀한 방안이 고민되야할 시점일듯...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10
    No. 12

    크게 공감합니다.

    아무래도 단발성 정책이다 보니,
    다큐인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슬로피
    작성일
    20.06.01 11:24
    No. 13

    낙수효과나 일자리 창출 사대강 20조보다 그냥 돈푸는게 효과적이라는거죠... 자연스레 내려가는 돈은 없습니다.

    찬성: 6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12
    No. 14

    정말로,
    이번 위기 대응이 준 최고의 교훈이라 생각합니다.

    '낙수효과'의 거짓효과.

    밑에까지 물이 내려갈 거라 생각하고
    물을 위에서부터 부었더니,
    맨 위에 있는 그릇이 크기를 키워
    모든 물을 다 쓸어 담았다는...

    차라리 모든 그릇에다가
    똑같이 부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가르쳐 준 경험이네요.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31 에리카8
    작성일
    20.06.01 11:24
    No. 15

    전 커피와 옷..친구에게 술 한 잔 사니 바닥 났어요.
    그래도 지원금 쓰면서 신이 나고 즐거웠어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세금의 유용성이나 정부의 크기보다 국민의 행복이 중요하다면 분명 성공했습니다.

    이번에 재난지원금의 지급을 하위 몇%이런식의 제한을 하지 않은 이유가 상위 소득자를 구분 하느라 작업에 들어갈 비용과 시간이 전 국민 지급과 차이가 없어서랍니다.

    제 생각에도 긴급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레드님도 도미 한 마리에 행복 하셨듯 저도 지금 여름옷 입으며 행복하네요.
    좋은 한주의 시작입니다.

    찬성: 6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14
    No. 16

    아, 정말요?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습니다.

    포퓰리즘이 아닌,
    단순히 경제적 논리에 입각한
    합리적 정책이었네요.

    에리카8님께서도
    한 주를 즐겁게 시작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20.06.01 12:17
    No. 17

    세탁기 샀읍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15
    No. 18

    헐.
    저희 집, 통돌이 쓰는데...

    아직은 잘 돌아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20.06.01 14:07
    No. 19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 다시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춰야 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죠.
    일자리는 차츰 공장자동화와 A.I에 의해 대체 되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당장이야 첨단산업 및 일부에 국한되는거 같지만 이게 차츰차츰 줄어들어갑니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회사들, 그리고 첨단산업은 매출대비 고용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죠. 네이버나 카카오라는 큰 회사의 매출대비 인력은 적습니다. 크게 체감하기 어려운 가운데 차츰 차츰...

    기본소득이란 말이 아마 20년전쯤에 나왔다면 미쳤다는 소리 들었을 겁니다만, 지금은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죠. 북유럽에 일부 국가에선 시행해 본 결과 기본소득이 과하면 기대효과가 오히려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발표된 바 있고, 또 이번 재난지원금으로 어느정도가 효과가 있는지 데이터가 쌓여가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토지가, 그리고 (기존에도 그렇지만 더욱 심화된) 자본이 돈을 만드는 세상. 인력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드는 세상이 오게 됩니다. 그럼 정부의 역할이 작게만 유지될 순 없겠죠.

    찬성: 6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17
    No. 20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확실히,
    이번과 같은 지원금 정책을 논의하다 보면...

    그 끝에는 결국,
    예전부터 논의돼 왔던
    '기본소득'으로 귀결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확실히,
    이번과 같은 지원금 정책을 논의하다 보면...

    그 끝에는 결국,
    예전부터 논의돼 왔던
    '기본소득'으로 귀결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많이 부족해 보여서
    많은 토론이 필요해 보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ck*****
    작성일
    20.06.01 14:10
    No. 21

    그동안 쇄뇌 되어서 그런겁니다
    재난지원금덕분에 경기가 살아났죠
    반대로 대기업에 줬다면?
    낙수효과?
    이번에 증명된거죠

    찬성: 5 | 반대: 1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18
    No. 22

    저도 cks1129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낙수효과의 허상을 벗겨낸 게
    일시적 경기 활성화와 더불어
    이번 정책의 최대 효과라고 생각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20.06.01 14:14
    No. 23

    균형이 중요하죠.

    찬성: 1 | 반대: 1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19
    No. 24

    그러게요.

    누가 제 지갑의 '균형' 좀 맞춰 줬으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천극V
    작성일
    20.06.01 15:17
    No. 25

    좌우를 따진다는 자체에서 이미 별로.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1 17:21
    No. 26

    제가 글을 잘 쓰지 못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나 봅니다.

    좌우 진영논리를 따진다는가,
    정치적 가치관을 논하려 했던 건 절대 아니었는데...

    그저 별 생각 없이
    저의 일상 속 재난지원금에 대해
    여러 생각이 나서
    두서 없이 적은 거거든요.

    괜히 제가 불편함을 느끼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주판알
    작성일
    20.06.01 19:00
    No. 27

    이런게 소득주도성장인거죠 ㅎㅎ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2 11:12
    No. 28

    그러게요.

    말로만 듣던 소득주도성장,
    직접 체감하니까 좋긴 좋더라고요.


    ...너무 대놓고 간사했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일
    20.06.01 20:01
    No. 29

    이 주제는 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주제를 생각해 본 적은 있습니다. 그래서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평상시와 비상시는 개념이 다릅니다.
    평상시에는 허용되지 않는 언행이 비상시에는 허용되고 당연시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에 발생했던 외환위기였습니다.
    1997년 1월26일엔가 한보철강이 무너지면서 신용수렴현상이 발생했고,
    기업들이 만기가 된 대출을 연장할 수 없어서 줄부도가 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에서 발생한 외환위기가 한국까지 전염되었죠.
    그 결과 외환보유고가 고갈되고, 경제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김대중정부는 공적자금을 조성하여 부실한 금융회사를 정리하기도 하고, 존속할 수 있도록 지원도 했습니다.
    조금 전에 오마이뉴스에 가 보니, 168조원의 공적자금 중에서 69.3%인가가 환수되었다고 합니다.
    작은정부니 뭐니 하면서 방치 모드로 대응했더라면, 금융회사들이 전부 무너지고, 덩달아 기업도 전부 무너고, 실업자는 몇 배가 더 늘었을 겁니다.
    나라 경제가 전부 무너질 판에 '정부의 개입 최소화'를 외치면 그냥 망하라는 것과 동일한 말입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최고의 목적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이 최고의 목적을 위해서 어느 원칙이 더 유리하냐를 따지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작은 정부가 더 유리하지만, 비상시에는 큰 정부가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양희은의 노래 '작은 연못'의 가사가 생각납니다.
    그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엔 아무 것도 살지 않게 되었죠
    이번에 정부와 지방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2 11:14
    No. 30

    제가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모르겠을정도로
    엄청난 깊이의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만리독행님 글 덕분에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일
    20.06.02 15:38
    No. 31

    과찬의 말씀입니다. 저는 경알못이라서, 그저 줏어들은 풍월을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진짜 이야기를 들으려면 아무래도 전문가의 동영상을 찾아보셔야 할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水流花開
    작성일
    20.06.01 23:30
    No. 32

    생각하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붉은호수.
    작성일
    20.06.02 11:15
    No. 33

    감사합니다.
    저도 많은 분들의 의견과 댓글 덕분에
    여러가지 생각을 더 해볼 수 있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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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2962 아래 내글 누가 신고했네 ㅋㅋㅋ Lv.40 두부갑빠 23.01.08 115
252961 올만에 들렀는데 시한편 쓰고 감 Lv.40 두부갑빠 23.01.08 119
252960 최근 한국인의 바둑 관심 늘어났다. +3 Personacon 水流花開 23.01.08 102
252959 요즘 '술술 읽힌다'는 뭘까? +4 Lv.99 아이젠 23.01.08 130
252958 진짜 바둑미녀 소개합니다. +1 Lv.21 [탈퇴계정] 23.01.07 177
252957 문재인의 5년이 지금 최악의 출산률을 만들었다. +13 Lv.52 rl******.. 23.01.07 253
252956 체력이 너무 딸리니... +2 Lv.21 [탈퇴계정] 23.01.07 90
252955 한 두어달 됐는데요 베스트1~2위 유료 1~2위 볼만한게 없... +6 Lv.40 스피릿아웃 23.01.06 181
252954 완결작은 어떻게 모아봅니까? +2 Lv.30 파드드 23.01.06 74
252953 남군 부조리를 남자애들이 감내하는 이유가 +4 Lv.8 남협男俠 23.01.06 113
252952 뿌듯해서 +4 Lv.17 moontray 23.01.06 131
252951 사기꾼 유투버들 이래도 됩니까? +4 Personacon 水流花開 23.01.06 226
252950 문피아 개인쪽지랑 댓글에다는 비밀글 +8 Lv.71 어쩌다빌런 23.01.05 174
252949 공지에 문피아 10주년 축하 공지 올라왔는데 +5 Lv.62 엔테과스토 23.01.05 189
252948 오의니 무슨류 검술이니 이게 트렌드가 된건가요? +6 Lv.99 송호연 23.01.05 165
252947 소설 찾아요/-제목 아시는분 +3 Lv.84 추혈천선마 23.01.04 92
252946 요즘 들어 제일 어이없는 주인공 군대경력 +4 Lv.89 dd****** 23.01.04 252
252945 경기 +2 Lv.52 사마택 23.01.04 102
252944 여성 전용 주차장을 만든 이유가 +7 Lv.8 남협男俠 23.01.03 160
252943 댓글 어두운색? 강조? Lv.55 dn****** 23.01.03 40
252942 북한이 무인기로 탐사한 이유가 +10 Lv.68 고지라가 23.01.03 174
252941 이름이 비슷한 아파트 Lv.99 만리독행 23.01.03 72
252940 이벤트? 다음 회에 끝장을 봅니다. +1 Lv.21 [탈퇴계정] 23.01.03 133
252939 아니시에이팅 +1 Lv.50 孤浮燐 23.01.02 92
252938 즉사기 드디어 완결 났던데 어떤가요? +2 Lv.32 개방거지 23.01.02 243
252937 새해를 맞이하여 돌아왔으면 하는 연중작들.. +4 Lv.99 巫舞武無 23.01.01 237
252936 문피아 운영자분 보세요 +4 Lv.81 hy**** 23.01.01 236
252935 아...... 1500원...... Lv.51 이나이™ 23.01.01 130
252934 지금 28살 가입한 날짜는 11년 +2 Lv.97 흑구흑우다 23.01.01 107
252933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4 Lv.94 dlfrrl 23.01.01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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