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30 지아아빠님
작성
19.10.12 13:05
조회
155

글이라곤 어렸을때  독후감 써본게 전부다보니

어머니 은퇴식 감사문 두 페이지 적는것도  정말 힘드네요.

저는 장남이고 한 살 어린 여동생이있어요.


아버지가 고추장사를 하다 망하셔서

제가 7,8세 때 어머니가 수산물 시장 노점상을 시작하셨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셔서  일 마치고 들어오면 밤 8시고 공휴일도 없이 일하셨어요  


키 140에  몸무게 30~40kg 되는 몸으로

30년간 중노동이나 다름 없는 수산물시장에서버티셨으니

그 고생을 글로 다 표현 할 수가 없어요.


저는 욕심 많고 자존심 센 아이였는데, 공부 머리는 있는 아이였어요.

시골이어서 가능했지만,

전교1~3등을 유지해서 선생님과 친구들 관심을 많이 받는 아이었어요.

저는 초라한 집이 부끄러웠고 ( 국민학교 3,4학년까진 나무를 때고 살았거든요)

어머니가 시장 노점에서 생선 장사를 하신다는게 자존심이 상했어요.

어머니가 중노동 하는게 너무 짠하고 슬픈데, 친구들에게는 들키고 싶진 않았어요.

  

친구들을 한번도 집에 초대하지 않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말했어요.

사춘기 끝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어머니 일하시는 시장 이따금 들렸어요.

어렸을땐 혹시나 아는 사람 마주칠까봐 얼씬도 안했거든요.


어머님은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사셨을까 생각이 들어요.

키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다 쓰러져가는 시아버지도 없는 집에 시집와서

반 평생 중노동 하여 남매 뒷바라지 하셨어요

본인 인생은 없고 , 오직 자식 잘되는것 만이 낙이 아니셨을까 싶어요.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직장,사회 생활 할 자신이 없었어요.

이기적이고, 욕심 많고, 자존심 세고, 자기 보호 거짓말을 밥먹듯했거든요.

이런 나를 알고나면

아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까봐 두려웠어요. 

 그 시절엔 비빌 언덕도 없었고

평범하게 자라서는 인생 망한다는 경각심이 컸지요. 


그런 두려움과 부모님 성실함을 지켜본 덕분에 

지금은 전문직 면허증을 취득하고 개원해서 큰 부족함 없이 살고있습니다.

결혼해서 어린 삼남매를 키우고있구요.


아이들 데리고 공원,놀이동산 가는게 가장 큰 즐거움이예요.

우리 아빠가 제일좋아, 아빠랑 잘꺼야, 아빠 안아줘 이런 말 들을때마다

행복한 삶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엄청난, 아이가 주는 행복을 느껴보았을까요.

새벽에 나가 , 자식들 잠들기 전에 들어와 잠깐 얼굴 보다보니

어느새 자식들은 이렇게 다 커버렸네요.   


뼈마디가 다 닳아서 더 이상 일 할 수 없는데도

그만 둔다 그만두다 말씀만 하실 뿐 지금도 일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은퇴 하시네요.


수 년전부터 그만 두시라고 만류는 했지만,

30년 단골이 쌓이고,  시장에서 유명인이 된 어머님 월 수입이

저 보다 많을 때도 있어요.

내심 좀 더 일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만류하지를 못했어요.


이 나이 먹도록, 삼남매 아빠가 되어서도

저는 자립심이 없었네요.

내가 잘못되도 엄마가있으니까, 힘들면 엄마가 도와줄테니까 ,

내가 장남인데 엄마가 힘들면 또 도와주겠지 

그리고 엄마는 돈을 잘 버니까.....   


일을 그만 두신다는 말을 듣고나니

비로서 어른이 된 기분이 들더군요.


시장 이모들에게  우리어머니가 이렇게 고생하셨고

그 고생한 인생이 자랑스러운 인생이었고

이제부터 보답 받는다는 걸 보여드리고싶어요

아들이 이제 철이 들려고 한다는 걸 보여드리고싶어요.

그 날 만큼은

시장 이모들에게 큰 박수 받으면서 은퇴하게끔 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표현 못했던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끄집어 내어 보여드리고싶어요.


그 동안 집안 행사같은건, 아내에게 맡기면 척척 해결해주었는데

이번 만큼은 제가 해야겠어요 .  


감사문을 읽고, 감사패를 먼저 드린 후

저는 어머니 업고 시장 이모님들에게 인사 드릴려구요

제 아내와 아이들, 동생네 가족은 수건과 떡을 들고 시장 사람들 나눠주고요.

사진사 불러서 은퇴 기념 가족사진 액자도 만들구요. 


두 달 정도 시간이 있어요.

감사문 작성해서 연습하고,

한 두가지 이벤트 더 추가해서

준비하려고 합니다.


오늘 주말이라 시작하는데!

감사문 첫 줄 작성하는 것도 이렇게 어렵네요 ^^


어머니 사랑합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47 김광수
    작성일
    19.10.12 13:38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낙시하
    작성일
    19.10.12 14:09
    No. 2

    지금 글에 담으신 감정 그대로 쓰시면 될 거 같은데요? 이 글로도 충분합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5 흔들릴때한잔
    작성일
    19.10.12 14:23
    No. 3

    저도 그마음 같았었네요 우리들의 어머니는 정말 위대한것

    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5 ck*****
    작성일
    19.10.12 20:11
    No. 4

    어머님 고생많으셧습니다. 꾸벅.!!!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6 시스나에
    작성일
    19.10.12 23:30
    No. 5

    멋지시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5 娜秘
    작성일
    19.10.13 21:11
    No. 6

    와 생각만해도 그림이 그려지네요 낙시하님 댓글처럼 지금심정 그대로 솔직히 쓰시는게 어머님께서 감격하실거 같습니다. 평생 일 하신어른 말씀들어보면 은퇴하신 후에는 더욱 적적하실테니 낯간지러워도 전화통화나 자주 찾아뵙고 그러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마다 다르지만 문화센터에 강좌 등록해서 소소하게 취미생활 즐기시며 친구분들 사귀시라고 하시고요. 수산시장 노점30년입담이니 인기가 많으실거에요. 활동적으로 지내셔야 은퇴후 무력감에 우울해지시지 않으실거에요..제 엄마 경험담으론 드럼이 그렇게 재밌었다고 하시네요. ㅎ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2 4분
    작성일
    19.10.13 23:06
    No. 7

    이제 읽었는데 너무 감동적입니다.
    솔직하게 적은 이 글에 담긴 마음이 무엇보다 어머님에게 큰 선물일 것 같습니다. 멋지십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2 백수마적
    작성일
    19.10.14 14:07
    No. 8

    훌륭한 어머님과 멋진 아드님이네요. 어머니께는 지아아빠님 그 자체로 행복이고 기쁨이실겁니다. 은퇴식 잘 준비해서 멋지게 치르세요.
    훌륭한 어머니에 찌질한 불효자인 저는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2871 자주국 왕의 후계자 세자, 태자 논란(?)에 대하여 '온라... +2 Lv.41 후발대 22.12.07 83
252870 남기자 남성 언론 수준 Lv.8 남협男俠 22.12.06 67
252869 개나 소나 글 쓴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1 Lv.65 ck***** 22.12.06 260
252868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Lv.23 ls****** 22.12.06 168
252867 요즘 유행하는 설정에 대한 생각 +3 Lv.77 벤팁 22.12.06 203
252866 소설을 찾고 있습니다. +2 Lv.27 딥식스 22.12.06 95
252865 상위권 소설들 댓글이 다 이상하네요.... +8 Lv.77 성실 22.12.06 271
252864 아버지가 보증잘못섰는데 아들한테 일수꾼이 콩팥뗀다하네 +8 Lv.57 무찌르자 22.12.05 255
252863 소설제목이 +1 Lv.74 다크혀니 22.12.05 83
252862 추천글 쓰는 조건 ? +4 Lv.75 아리또 22.12.05 160
252861 판타지 메카닉 소설 좀... Lv.52 사마택 22.12.04 101
252860 정보 교환과 발전 속도 +1 Lv.99 만리독행 22.12.04 45
252859 식코, 의료보험 이야기 +2 Lv.99 만리독행 22.12.03 112
252858 16강 진출.... +5 Personacon 적안왕 22.12.03 150
252857 영혼이란 무엇인가? +9 Lv.99 만리독행 22.12.02 152
252856 문피아가 네이버꺼예요? +4 Lv.99 쌍범이 22.12.02 316
252855 질문!! +5 Lv.65 ck***** 22.12.02 143
252854 요즘 문피아 무슨 이벤트 해요. +2 Lv.90 라라. 22.12.01 123
252853 헉..스토리 아레나 ㅜㅜ +2 Lv.99 허야기 22.12.01 257
252852 고려 vs 몽골 대체역사 추천해주세요 +3 Lv.41 후발대 22.12.01 96
252851 아파트값 오른다고 좋아하던 분들... +13 Lv.99 만리독행 22.12.01 228
252850 화불단행 禍不單行 +4 Lv.99 만리독행 22.11.30 112
252849 뭐지..? +3 Lv.84 22.11.30 206
252848 사기쳐서 성공하는 스토리는 없나요? +2 Lv.85 방랑고객 22.11.30 161
252847 한국 사람이 쓴 소설의 무조건적인 특징 +5 Lv.65 ck***** 22.11.29 302
252846 중국 애들이 진짜 중산당을 무서워하기는 하나 봅니다. +2 Lv.8 남협男俠 22.11.29 152
252845 검머대 완결났네요 +8 Lv.93 dlfrrl 22.11.29 212
252844 가상현실게임물 보다가 별로인 점 +8 Lv.99 [탈퇴계정] 22.11.29 167
252843 출산율이 걱정되면 Lv.46 [탈퇴계정] 22.11.29 102
252842 중국이 시위로 난리이네요. +1 Lv.8 남협男俠 22.11.28 12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