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름에 어쩌다 강남에 나가면, 헐벗은 처자들의 모습을 가여워 하면서도 눈 둘 곳을 몰라 썬글라스가 필수이고, 10초 이상 쳐다보면 성희롱이 될까봐 조심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론 흐뭇해하며 고마워하는 사람입니다.
[꼰대의 발견]이란 책을 읽으며, 나에게도 “내가 누군데 감히!”, “너 내가 누군지 알어?”, “그동안 불쌍해서 봐줬더니 기어올라...”, “너 따위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우리 때는 ~” 기질이 있는지 성찰해보았는데, 당연히 있습니다. 민낯을 포장하거나 은밀하게 숨겨두었을 뿐이지...
자신이 어느덧 꼰대가 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면 그것도 우스운 일이라 여깁니다.
인간의 본성인데 굳이 뭘.... 젊은이에게 경홀함이 본성이라면, 우리에게는 꼰대질이 본성이고 사회적으로도 주폭처럼 유예받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인데 왜 이리 좋은 것을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네요.
젊음의 특권으로 도전/열정/꿈과 이상(쓰면서도 닭살 돋지만 꼰대가 생각하는) 등 대신에 유치함/미성숙함/경솔함을 누린다면, 나이 들었다고 괜히 주눅 들어서 어설프게 꼰대기질에서 탈출해서 좋은 아저씨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 봅니다.
꼰대 탈출의 첫걸음이 ‘타자존중’이라는데, 역지사지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도 나이 들면, 억지부리고 가르치려하고 시급 떼먹는 똑같은 꼰대가 될텐데 존중해줘야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당당히 “나 꼰대야. 그래서 뭘 어쩌라구!” 하며 사는게 시대의 흐름에 순행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솔직히 이 책을 쓰신 작가분의 의도는 알겠지만, 뭔가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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