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에는 웹소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잘 나가는 작가분들은 자신이 뭘 쓰고 있는지 알고 있고, 독자분들은 자신들이 뭘 읽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이 문구는 사실 웹소설에 대한 어느 언론사 기사의 글귀를 그대로 차용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습니다)
2. 즉, 음식점으로 치면 웹소설의 플랫폼은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곳이죠. 여기서 어설픈 작가주의를 발휘해 손님이 생각하는 빅맥이 아닌, 소화도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요리를 그것도 오랜 시간 걸려 내온다면 당장 외면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냥 햄버거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외면 받은 케이스고요.)
3.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당장 장르소설만 해도 만약 독자가 묘사와 플롯이 탄탄한 작품을 원한다면 그냥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검증된 유명 작가의 소설을 집어오면 되니까요. 다시 식당에 비유하자면,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지, 굳이 맥도날드에서 그것을 찾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맛도 없을 것 같고요.
4. 웹소설의 장점은 지루하지 않고 읽기 편하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재밌다고 하는 장르소설도, 예를 들면 왕좌의 게임도, 스티븐 킹의 소설도 솔직히 중간에 엄청 지루하거나 귀찮을 때가 많죠. 1시간, 또는 2시간짜리 드라마로 충분한 장면이 책에서는 몇 십, 몇 백페이지고, 복선이나 플롯은 소설의 앞 페이지를 뒤적이게 만들며 작가가 공들여 하는 묘사도 독자로 하여금 활자를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전환시키도록 끊임없이 요구하니까요.
5. 그래도 위와 같은 소설들은 여전히 엄청난 수의 독자들이 있고 드라마와 영화로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묘사와 플롯은 여전히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 중 하나이고(영화도 묘사와 플롯이 있지만 영화가 표현하기 힘든 소설만의 그것들이 있으니까요.) 참신한 스토리 역시 위와 같은 묘사와 플롯이 뒷받침되어야 하니 주류의 자리를 차지할 수 밖에요.
6. 우려스러운 것은 조지 R.R. 마틴이나 스티븐 킹, 죠엔롤링, 히가시노 게이고, 마이클 코넬리 같은 대중성 있는 기존 장르작가가 거의 전무하고 따라서 장르문학(종이책)의 시장도 협소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나라에서 아무래도 아직까지 매니아적 요소가 강한 웹소설 상의 무협소설이나 판타지 장르 시장의 확장이 결국 그나마 있는 장르문학(SF, 스릴러, 정통 판타지, 사회파) 작가와 시장까지 다 빨아들이지 않느냐 하는 기우입니다. 바꿔 말하면 기존 장르문학 시장이 이미 탄탄하게 자리 잡은 선진국들과 달리 아예 시장 자체가 없다시피한 국내 출판 시장에서 웹소설의 확장은 그냥 웹소설 시장만 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7. 어찌보면 웹소설 자체가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유행하는 작품들을 보면 예전 홍콩영화가 생각납니다. 영웅본색이 히트치자 비슷한 류의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고 지존무상과 도성 이후엔 도박영화가 쏟아졌죠. 그리고 그 다음엔 아주 한참 있다가 무간도 한편 나오고 끝입니다.
결론은?
영화로 치면 헐리우드가 답이겠네요. 새로운 시도, 그런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비평, 원소스 멀티 유즈), 그리고 공들여 쓴 더 큰 대작. 또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