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나 아바타가 아닌, 이 세계에 떨어진 지구인에게 선택지가 주어졌습니다.
힘 스탯 or 민첩 스탯.
육군 상병으로 있던 20대 초반의 신체 건강한 주인공이 이 세계에 떨어질 때 당시 가지고 있던 스탯은 힘 10, 민첩 10 입니다.
어떤 호기심 많은 신이 주인공에게 20의 자유 스탯을 선물했습니다.
주인공은 우선 여러종류의 몬스터로 부터 재빨리, 그리고 멀리 도망치기 위해 “이동 속도”를 높이려고 스탯을 사용합니다.
여기까지의 설명 상태에서 여러분은 어떤 스탯을 사용할 것 같습니까?
힘 스탯을 30으로 만드나요? 아니면 민첩 스탯을 30으로 만드나요?
섞어서 사용한다... 이런 생각은 우선 제외하고 말이죠.
현재 힘 스탯 10인 주인공이 만약 힘을 30으로 늘여, 세 배의 근력, 근육 등을 가지게 되면 과연 빨라졌겠구나... 하고 쉽게 수긍이 되세요?
아니면 현재 민첩 스탯 10인 주인공이 민첩을 30으로 만든다면 정말 빨라졌겠구나... 이게 더 쉽게 수긍이 되나요?
힘 스탯을 30으로 만들려고 생각하는 순간, 전 빨라진다는 생각보다, 힘이 무지하게 세겠구나, 파워가 장난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마동석이 떠올랐습니다.
범죄도시의 그 마동석.
그런데 그가 과연 빠르다는 몸으로 연상이나 이해가 될까요? 직관적으로?
반대로 민첩 스탯을 30으로 만들려고 생각하니 윤계상과 이승훈(스케이터)이 연상되더군요. 정말 빠르겠구나 하고 쉽게 이해가 됐습니다.
근육의 힘, 근력이 속도를 좌우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근력만이 속도의 전부는 아니죠.
장거리와 단거리가 다르고 반경 2~3미터 내에서 또 다릅니다.
이동 속도를 말하는 “달리기”는 심장과 상하체 근육을 포함한 모든 신체기관의 조합으로 속도가 결정됩니다.
여러 근육의 힘과 발이 땅을 박차는 추진력, 또 여러 근육과 발이 땅을 디디는 지탱력, 발을 들었을 때 근육이 회복하는 회복력 등이 모두 이동 속도를 결정합니다. 공기 저항도 무시 못하죠.
그래서 근육이 많고 힘이 높다고 빠르고 멀리 달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힘을 30으로 올린 사람과 민첩을 30으로 올린 사람을 머리속에서 상상하면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나요?
전 마동석과 윤계상, 혹은 이승훈이 떠올랐다고 이미 언급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비교를 한번 해보죠.
이동 속도가 마동석이 빠를까요, 윤계상이나 이승훈이 더 빠를까요?
힘은 마동석이 셀까요, 윤계상이나 이승훈이 힘이 더 셀까요?
힘 스탯이 기존보다 세 배로 늘었는데 마동석이 아닌 윤계상이나 이승훈의 몸을 고집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개연성 부족이고 현실성 부족이죠.
그 몸에 세 배의 힘을 낸다? 연상이 어렵죠.
하지만 민첩이 세 배로 늘어난 상태라면 윤계상이나 이승훈이 연상되기 쉽죠.
반대로 힘은 마동석 보다 약해보이는 게 사실이고.
실제로 마동석이 빠를지, 윤계상이 빠를지, 힘은 누가 더 셀지 모르겠습니다.
소설이니까요.
소설은 과학이 아니라, 상상력과 이해력의 조합입니다.
작가의 상상력에 그걸 읽어주는 독자들의 이해력이 맞으면 그게 가장 현실성 있는 설정이고 개연성이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거죠.
그런데 그 상상력과 이해력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만으로 얘기하면..ㅎㅎ
도대체 소설이 왜 소설입니까 하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겁니다.
결론은, 어느 누가 최초 설정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첩이라는 스탯을 잘 만들었다 싶습니다.
힘 스탯을 올려서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한다... 라는 것보다,
민첩 스탯을 올려서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
이게 훨씬 더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머리속에서 상상도 쉽게 되지 않나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