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9.01.25 18:15
조회
219

월드 그랑프리 4회 우승에 빛나는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54·네덜란드)는 K-1 역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힌다. 체격이 큰 것도, 무시무시한 한방을 자랑하지도 않았지만 특유의 노련미와 경기운영을 앞세워 유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무너뜨렸다.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면서 조금씩 갉아먹어가는 특유의 파이팅 스타일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절망을 느낄 정도였다.

수리남 출신 후스트는 '타이밍 뺏기'의 달인이었다. 반 박자 빠른 공격으로 상대의 셋업을 끊어버리고 경기 리듬을 흔들어버렸으며 약점이 발견되었다 싶으면 집요하게 공략했다. 펀치, 킥의 밸런스가 좋은 지라 상황에 맞는 다양한 공격이 가능했는데 특히 사각을 활용한 패턴은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높은 수준을 뽐냈다. 좌우를 오가며 이어지는 대각선 콤비네이션은 후스트 테크닉의 결정체였다.

후스트는 입식타격에서 가장 기본적인 발차기 중 하나인 로우킥을 누구보다도 잘 구사했다. 가장 단순한 공격 패턴을 가장 복잡하고 깊은 경지까지 끌어올린 그야말로 '로우킥 마스터'였다. 강·중·약을 정확하게 구분해 어떤 자세, 상황에서도 막힘없이 기술을 활용했다. 짧고 정확한 펀치 공격과 함께 콤비네이션으로 로우킥이 이어지면 상대는 어디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콤비네이션에 상대의 수비가 집중된다 싶으면 미들, 하이킥 등 묵직한 단발공격으로 허를 찌르기도 했다. 이렇듯 '수'가 워낙 많은 후스트인 지라 대부분의 선수들은 거기에 휘말려 자신의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패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격투가는 영리해야 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대표적 파이터가 바로 후스트다.
  


(1)어네스트%20후스트.jpg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
ⓒ K-1


 
저격수 크로캅, 후스트의 수 싸움에 속수무책
 
후스트의 벽에 막혀 절망을 경험한 파이터는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5·크로아티아)은 후스트의 무서움을 제대로 겪은 대표적 케이스다. 이른바 '천적관계'라고 해도 무방하다. 크로캅이 K-1을 떠나 종합 무대로 둥지를 옮긴 배경에는 절대로 넘을 수 없었던 후스트의 영향도 컸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다.

한창때의 크로캅은 강력한 화력을 앞세워 정상급에서 경쟁했다. 공격적인 성향에 한방까지 갖추고 있어 언제든 월드 그랑프리를 재패해도 이상하지 않을 강자로 꼽혔다. 실제로 피터 아츠, 마크 헌트, 제롬 르 밴너, 레미 본야스키 등 쟁쟁한 상대들을 꺽은 바 있다. 그런 크로캅에게 후스트의 벽은 유달리 높았다. 후스트만 만나면 본인의 스타일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여우같은 후스트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경기를 망치기 일쑤였다.

발 빠른 저격수 타입의 크로캅은 공격적인 아웃파이팅을 즐겼다. 경쾌한 스텝과 기민한 움직임을 앞세운 인아웃 스타일로 허점을 노리다가 빈틈이 보인다싶으면 예리한 카운터를 꽂아 넣거나 폭풍 연타를 통해 강하게 몰아붙였다. 특히 어지간한 가드 정도는 관통하듯 뚫어버리는 레프트 스트레이트와 검객의 '발도(拔刀)'를 연상시키는 왼발 하이킥은 전가의 보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영리한 후스트는 바로 이러한 스타일을 잡는 데 특화되었던 선수다. 두수 세수를 짚어가며 노련하게 경기운영을 펼치는 후스트에게 우직한 형태의 크로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빠르고 정확한 크로캅의 장총이 장전될 틈을 주지 않았다. 설사 발사되더라도 제대로 된 폼에서 목표물을 타격하지 못했다.

1999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후스트와 만난 크로캅은 그야말로 공수양면에서 호되게 당했다. 초반 힘차게 후스트를 밀어붙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페이스에 말려들어갔다. 좀처럼 후스트 늪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보는 이까지 아프게 한다는 채찍 같은 로우킥이 다양한 타이밍에서 들어갔고 데미지가 쌓인 크로캅은 갈수록 스텝을 살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결국, 기동성을 상실한 크로캅은 후스트에게 흐름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정타싸움에서도 현격하게 밀렸다. 특유의 리듬을 잃어버리다 보니 체력도 평소보다 쉽게 떨어졌다. 벌어진 입사이로 마우스피스를 베어 물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노련한 후스트는 바디를 집중 공략했고 큰 충격을 받은 크로캅은 육체와 정신이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지독한 천적관계였다.
 
'시가틱의 일격' 후스트를 두 번 울리다
 
이렇듯 완벽해 보였던 후스트에게도 이른바 천적은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철권'으로 불리던 K-1 그랑프리 초대 우승자 브랑코 시가틱(65·크로아티아)과 한때 '야수' 열풍을 일으켰던 밥 샙(45·미국)이 그 주인공들이다.

선수로서의 커리어나 기량 자체만을 놓고 보면 '천적관계가 성립될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였지만 이들은 후스트에게 2전 2승으로 아주 강한 상대 전적을 남겼다. 그것도 모두 넉아웃승이었다. 정상급 강자들조차 한번을 이기기 힘든 후스트였음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결과라 할 수 있다.

시가틱과 밥 샙은 후스트에게 약했던 크로캅과도 인연이 있는 파이터들이다. 이후 사이가 안 좋아지기는 했으나 크로캅은 한때 시가틱 밑에서 훈련을 하던 제자였으며 밥 샙과는 한 차례 격돌해 야무진 한방으로 전투불능 상태를 만들어버린 바 있다.

기량 자체만 놓고 봤을 때 K-1 시절의 시가틱은 크로캅보다 절대 낫다고 할 수 없다. 6승 5패의 전적은 잘 알려진 이름값에 비춰보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6승이 알차다. 6승중 2승을 무려 후스트에게서 뽑아냈다. 가성비만 놓고 보면 굉장히 좋다고 할 수 있다.

K-1 초대 그랑프리를 제패할 당시 시가틱은 이미 불혹에 접어든 상태였다. 당시가 아닌 지금 기준으로 봐도 격투가로서 고령의 나이였다. 그럼에도 원년 결승전에서 후스트를 실신 KO시키고 1년 후 또다시 악몽을 선사한다. 만약 후스트가 시가틱과의 맞대결에서 패하지 않았다면 초대 챔피언이라는 영광과 함께 이후 몇 년 간의 방황(?)도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통산 4회가 아닌 그 이상의 우승도 넘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후스트를 상대로 거리, 타이밍 싸움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정한 리듬을 유지한 채 치고받는 양상 속에서는 후스트를 이기기 매우 어렵다. 거리싸움을 즐기는 크로캅이 대표적 예다. 호전성만 놓고 봤을 때 시가틱은 크로캅보다 훨씬 용맹했다.

크로캅 같은 경우 경기가 잘 풀릴 때는 그야말로 완벽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이 밀린다 싶은 상황에서는 반전을 시키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후스트와의 경기에서도 정타를 허용하거나 페이스를 빼앗기게 되면 주춤거리며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반면 시가틱은 달랐다.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 '모 아니면 도'식으로 한방을 내질렀는데 의외로 후스트에게 잘 통했다.

타격 스킬 자체는 상위권 파이터들과 비교해 다소 투박한 편이었는데 그렇기에 후스트 입장에서 더욱 까다로웠다. 별다른 예비 동작 없이 느닷없이 공격이 들어가는 경우가 상당수였던 지라 미리 동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시가틱이 맞추는 재주 하나 만큼은 빼어났던 터라 이같은 장점을 내세워 과감하게 카운터를 계속 걸었고 결국 후스트의 천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2) 밥 샙(로드에프시).jpg

 부족한 기술을 신체능력으로 커버했던 밥 샙은 도깨비같은 파이터다.
ⓒ 로드FC


 
후스트 잡아먹은 야수 밥 샙의 위용
 
후스트의 천적을 언급할 때 그래도 시가틱은 양반이다. K-1에서 활동할 당시 워낙 노장이어서 그렇지 전체 입식 커리어를 살펴봤을 때 충분히 한 시대의 강자 중 한명으로 꼽힐만하다. 문제는 밥 샙이다. K-1 이전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입식격투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걸어왔음에도 전성기 후스트를 무려 2차례나 박살냈다.

심지어 밥 샙이 후스트와 경기를 치를 당시 방송 자막에서는 그의 특기를 '격투기 영화 시청'으로 기재하며 지켜보는 이들을 헛웃음 짓게 했다. 한창때 기준 196cm, 170kg의 근육질 사이즈는 분명 어마어마하지만 그것만으로 당대 최고의 킥복서 중 한명인 후스트를 두 번이나 이겼다는 것은 업셋도 그런 업셋이 없다. 둘의 기술적 수준은 체급 차이보다도 더 커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동네북', '개그 캐릭터' 등으로 전락해버린 밥 샙이지만 당시에는 '야수'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 선수였다. 테크닉, 경험적인 부분은 일천했지만 일단 크고 힘이 세면서도 어느 정도 기동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언제든 이변의 가능성은 가지고 있었다. 만약 투지와 근성까지 강했다면 "K-1은 물론 종합무대인 프라이드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는 의견이 많다.

밥 샙과의 대결에서 후스트는 이상하리만치 평소의 패턴을 쓰지 않았다. 기존 강자들과의 싸움에서처럼 치고 빠지며 데미지를 쌓아나가면 어렵지 않게 경기를 잡아낼 공산이 커보였다. 하지만 후스트는 정면에서 화력전을 펼치며 스스로 밥 샙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여기에는 '천하의 후스트가 밥 샙 같은 초보를 상대로 진지하게 아웃파이팅을 펼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을까'라는 의견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수싸움의 대가 후스트를 맞아 밥 샙은 아무 생각(?) 하지 않았다. 조금의 틈만 있으면 저돌적으로 치고 들어가 체력안배 없이 힘껏 마구 두들겼다. 워낙 힘이 좋은지라 정타보다는 가드 위에 걸리는 주먹이 많았음에도 체중 차이에서 오는 충격은 만만치 않았다. 실질적으로 라이트헤비급에서 증량한 후스트에게 슈퍼헤비급 밥 샙의 타격 파워는 너무도 묵직했다. 결국 코너에 몰린 채 맹공을 허용해 무너지기를 두 번이나 반복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후 3차전을 예약하며 리벤지 기회를 얻는가 싶었지만 유명한 밥 샙의 '도망사건'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후스트는 밥 샙을 한번 이기기는 했다. 하지만 이것은 프로레슬링 대회였던지라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당시 후스트는 밥 샙의 다리를 잡고 거꾸로 뒤집고, 철제 의자를 내리치는 등 거친 프로레슬러의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4279 선호작 ui 변경 이렇게 좀 해주십사 Lv.29 시몬느 24.02.16 67
254278 저는 작가도 아닌데 왜 자꾸 서재로 보내시나요? +3 Lv.65 한척 24.02.16 190
254277 선호작 ui 이전으로 못돌리나요? +5 Lv.60 팔라스 24.02.16 96
254276 소설 찾습니다. 선배님들 도와주십쇼...! +2 Lv.19 브랜드킴 24.02.16 57
254275 선호작 창 문제로 방금 고객센터 전화 하고 옴 +1 Lv.99 에이스 24.02.16 175
254274 문피아 운영주체는 사용자를 개똥으로 아나? +1 Lv.99 에이스 24.02.16 76
254273 선호작 이렇게 만든 이유가 뭘까요? +1 Lv.52 meyameya 24.02.16 128
254272 서재 xx짓 할거면 최소한 sorting 기능 부터 넣어라. Lv.99 고라니 24.02.16 105
254271 모바일은 도대체 왜 종료가 안먹히는건가요?? +1 Lv.88 JuMe 24.02.16 57
254270 선호작 메뉴를 이따구로 하는건 떠나라는 건가요? +2 Lv.90 가시2 24.02.16 157
254269 회귀자들은 사실은 회귀한게 아니예요. +2 Lv.68 고지라가 24.02.16 91
254268 선호작눌러서 그냥 정렬하고싶은건데 왜 서재를 가야하냐... Personacon 키위좋아 24.02.16 85
254267 차라리 광고를 붙여라. Lv.99 불타는감자 24.02.16 76
254266 선호작 메뉴 뭐 이따위임.. Lv.68 목마른여우 24.02.16 64
254265 하 선호작 뭐냐 ㅈ같네 진짜 Lv.82 레몬꼬까 24.02.16 64
254264 표절 아니 2차 창작 당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5 Lv.22 우주수 24.02.16 266
254263 선호작 UI 원복하셈 Lv.68 차오르는해 24.02.16 66
254262 그냥 왼쪽 위 선호작 버튼에 링크된 주소만 바꾸면 되는... +1 Lv.96 에스텔 24.02.15 115
254261 지금 UI 두던 말던 상관없는데, 제발 +1 Lv.69 환장부르스 24.02.15 67
254260 선작UI 바꾼사람 타싸이트 암살자아님? +9 Lv.81 폭설(暴雪) 24.02.15 165
254259 UI 바뀐거 진짜 짜증나네요. +1 Lv.69 환장부르스 24.02.15 63
254258 아 진짜 바뀐거 짜증나네요. Lv.99 醉菊 24.02.15 67
254257 판타지 소설 보다보면 웃긴 이름들.. Lv.66 ck***** 24.02.15 57
254256 선호작 보기 에전 방식으로 돌려 주세요 +9 Lv.80 자등명 24.02.15 161
254255 조심스럽게 소설 추천 받아봅니다... +3 Lv.91 화이트로드 24.02.15 47
254254 선호작 UI 롤백했으면 좋겠습니다. +9 Lv.96 에스텔 24.02.15 197
254253 PC 선호작 보는법 ? +9 Lv.84 24.02.15 237
254252 예전 선호작으로 못 돌아간다네요 ? ㅋㅋ +10 Lv.84 24.02.15 267
254251 선호작 ui 머임..? +21 Lv.84 24.02.15 271
254250 폰에서 종료가 안돼는 데... +3 Lv.95 redbay 24.02.14 6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