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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머나먼아르
작성
02.09.13 13:09
조회
996

그냥 잡담입니다. 오늘 오전에 미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끄적거려 봤습니다.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무협에 관한 경험을 올립니다.  

나에게 무협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쉽게 대답을 못할 것 같다. 이제 겨우 28세! 내 나이 위의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한창 젊은 나이에 이런 거창한 질문을 하는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분명 무협은 이제껏 내가 살아오면서 영향을 끼쳤던 것을 꼽으라고 했을 때 세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손가락 안에 드는 다른 것들은 일단 배제하고 나의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무협에 관한 얘기를 지금부터 해보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무술영화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우리동네 삼류극장인 동성극장, 국보극장 등등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거의 대부분이 뭐시기한 애로영화 아니면 무술영화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착실했던(^.^;) 나는 그런 극장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3학년 때인가 그 때 처음 동네형들의 꼬득임에 빠져 극장이라는 곳을 처음 가보게 되었고 거기서 소림사 주방장도 아닌 그것의 속편을 보고 몇 일간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그 때 극장 안 휴게실에는 따로 티비를 설치해서 영화를 해주었는데 이상하게 동네형들이 소림사 주방장 속편이 끝나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고 나는 소림사 주방장이 끝나자마자 휴게실로 나와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또 다른 무술영화를 보았었다. 나중에 세월이 가면서 안 사실이지만 그 때 동네형들의 주목적은 소림사 주방장이 아닌 두 편 동시 상영하는 또 다른 뭐시기한 애로영화였던 것 같다. 아마 3S 정책의 희생양들에 그런 동네형들까지도 포함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여하튼 그 때 본 영화의 기억은 별로 없지만 그 이후로도  소애권이라는 무술영화를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난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일거라고 생각되는데, 그 때 본 무술영화는 어린아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단순했던 것 같지만 그 주제는 뚜렷했다. 착한사람을 괴롭힌 나쁜 놈들은 언제나 응분의 대가를 받는 것이었다. 간혹 양념으로 남녀간의 사랑도 등장했지만 어린 나에게는 정말 못된 놈들을 혼내주는 주인공이 너무도 뚜렷이 각인되었었다. 아마 그 때부터 내가 무술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 일년쯤 지났을까? 그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법의 손' 시리즈를 봤던 게 기억난다. 사실 그 마법의 손 시리즈를 다본 건 아니었다. 방과후에 집으로 돌아오다 어느 비디오방인지 티비 가게인지는 알 수 없는 가게 앞 유리창문밖에서 책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의 티비에서 나오는 영상을 본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시간도 채 못되어 주인 아저씨가 야박하게도 나를 쫓아냈지만 액기스는 다 봤다고 생각된다. 바로 마법의 손에서 나오는 장풍! CG가 발달한 지금시절이야 그 손에서 나오는 장풍이 시시껄렁하고 조잡해 보이겠지만 그 때의 상황에서는 천지가 개벽하고도 남을 큰 충격이었다. 손에서 나오는 장풍! 그야말로 마법의 손이 아닌가? 어린 아이지만 나에게 정말로 무공의 고수가 되면 저런 광선같은 것을 손바닥에서 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니 정말로 대단하지 않는가? 사실 몇 해 뒤에 우뢰맨가 하는 심형래 아저씨의 영화에서도 그런 게 나왔지만 무협에서의 마법의 손은 차원을 달리했고 내게는 두고두고 유년시절의 로망으로 남았던 것 같다.

        

이후로 초등학교 4학년 즈음 그러니까 85년 86년 즈음에 프로젝트A를 시발점으로 해서 성룡의 홍콩영화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었다.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는 무술영화에서 나오는 옛날의 배경(명나라 복장(나는 청나라의 변발복장이 나와도 왠지 영화가 시시해졌었다.))이 아니라서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그 프로젝트 A에서 성룡, 원표, 홍금보등이 펼치는 액션과 코믹에 나는 또 다른 재미를 느꼈었고 아직까지도 그 영화의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 프로젝트 A 역시 배경만 다를 뿐 다분히 무술영화였다. 성룡과 친구들이 해적을 소탕하는 장면! 내 기억으로는 그 해적들이 정부의 고위관리와 연결되어 있거나 아님 또 다른 정당한 목적을 위해 우리의 영웅들이 해적소굴에 들어갔었던 것 같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나쁜 놈들이 응징을 받고 정의가 승리했다. 적어도 이 프로젝트 A는 나에게는 무협의 한 가지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그 시절부터 넘쳐나는 홍콩액션물들에는 곧 식상해졌지만 나의 유년시절의 무협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바로 그 이후부터 우리집에 유선방송이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내가 우리집에 유선방송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그 때서야 눈치를 챘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것이다.

당시에 우리동네에서 티비수신은 직접하기가 힘들어 동네 유선방송사에서 공중파를 받으면 그것을 유선을 통해 동네의 각 가정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런데 유선방송사에서는 비디오방도 겸업을 하는 건지 각종 영화를 함께 방영해 주었었다. 물론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었다. 나는 티비를 무척 좋아해서 걸어다니는 방송편성표나 진배없을 정도로 프로그램들을 줄줄 꾀고 있었다. 물론 밤 9시 이전의 내용들이지만... 내가 이 유선방송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평소처럼 일찍 집에 돌아온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가끔 특별히 낮에 방송해 주는 스포츠나 아님 그것이 끝나고 방송해주는 톰과 제리같은 만화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채널을 틀었는데 역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웬걸 그날 따라 내가 좀 획가닥했는지 원래 길이 없으면 가지 않는 소심한 성격이라 공중파가 나오는 다른 채널을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왠지 그 날 나의 손은 채널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엄청난 보물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바로 온갖 영화들을 하루종일 볼 수 있는 채널을 발견하고야 만 것이었다. 사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아침 10시 반부터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 네편의 영화를 해주는 게 고작이었지만... 하여튼 그 때 처음 본 것은 네편의 영화중 마지막에 해주는 만화영화였다.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원래 유선방송사에서는 첫편은 한국영화, 두 번째는 서양영화 세 번재는 중국영화(이건 죄다 무술영화) 그리고 마지막을 만화영화로 방영해 주었었는데 나는 이 중에서 무술영화의 존재를 알아차리는데도 많은 시간을 허비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만화영화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나는 초류향 시리즈 난화전기를 그로부터 몇 달 뒤에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뭐 별로 기억남는 내용도 없지만 인상적인 것은 끊임없이 여자가 따르는 초류향과 그의 호협한 친구 술꾼 호철화가 생각이 난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 있던 아이들 역시 우리동네 유선방송의 세력권 안에 있던 녀석들이라 나와 비슷하게 이 초류향 난화전기를 봤던 놈들이 있었던 것 같다. 초류향이 쎄냐? 술꾼이 쎄냐?라는 질문으로 옥신각신 했었지만 당근 초류향이 쎈 걸로 결말이 났었던 것 같다. 나는 학교가 일찍 끝나면 2시 반부터 하는 무술영화의 끄트머리라도 볼 수 있었고 방학 때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방바닥을 뒹굴면서 하루종일 영화만 보고 살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거의 어린 폐인이라고 해도 딱 틀린 말은 아니었을 듯 하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갈 즈음 그러니까 한 여름방학을 열흘쯤 남겨둔 그 때 나는 그 때까지 내가 봤던 모든 무술영화들이나 시리즈들 중 가장 재밌게 봤던 그것을 처음 접할 수 있었다. 내가 왜 정확히 그 날짜까지 기억하는가 하는 것은 조금 후에 나오겠지만 그 정도로 '의천도룡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런 시시콜콜한 것 까지 기억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후 2년 뒤에 봤던 신조영웅문이 나에게는 약간 더 재밌었었다.) 1편부터 봤던 의천도룡기를 나는 그 때 10편까지 밖에 못 봤었다. 장무기가 절벽에 떨어져서 구양신공을 익히는 장면이 나오고 다시 절벽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아리를 만나는 장면까지가 10편까지의 내용이었는데 나는 방학이 끝나는 관계로 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에 2시 반에 방영해주는 무술영화를 볼 수 없었으므로 거기까지가 나의 달콤한 꿈의 전부였었다.

나는 이 의천도룡기의 환상을 간혹 잠들기 전에 보곤 했다. 십편 이후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 나 혼자서 이리 저리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상상했었다. 몇 달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겨울방학 때 다시 이 의천도룡기를 하지 않을까 기대했었지만 나는 실망만 해야 했었다. 유선방송사에 다른 비디오 시리즈를 해주었지만 전혀 눈에 차지 않았었고 의천도룡기에 대한 환상은 뇌리속을 떠나지 않았으니... 그렇게 나는 나의 유년시절의 무협을 마감하고 있었고 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무협은 한동안 나의 뇌리를 떠나 있는 듯 했었고 의천도룡기의 환상은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져 나의 바쁘고 활기찼던 중학교 초년의 생활속으로 묻혀져 가는 듯 했었다...


Comment ' 7

  • 작성자
    Lv.5 백준
    작성일
    02.09.13 17:08
    No. 1

    나에게 무협은 무엇인가? 김도영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하나의 생활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공부를 하다가 수업시간에 무협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물었습니다. 무협을 끼고 산다고요. 맞습니다. 무협은 제게도 삶자체가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예전의 어느날 무협을 보는 저에게 친구가 그러더군요,
    그거 뭐하러 보냐고요. 그런것을 왜 읽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크게 화를 낸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무협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일반 소설을 백날 읽어봐야 감동과 재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협은 그것을 너무 많이 주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화를 내면서 언젠가는 그 친구도
    무협을 읽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교를 졸업하기 전에 그 친구를 무협의 세계에 빠지게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ㅎㅎ;; 좋아하더군요. 그래서 기라성 같은 작가님들의 글을 소개하고 읽게 했습니다. 지금은 그녀석이 저보다 더 많이 읽었을 지도 모릅니다...(그 분들이 여기 계시기에 제 심장은 아직도 벌렁거립니다. 그 감동의 작품들...)
    저희 문학선생님은 참 좋은 선생님이셨습니다. 독후감 숙제로 무협을 말하시고. 만화책을 이야기 하시니까요, 말이 좀 길었습니다.
    결론은 이제 무협은 하나의 삶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심상복
    작성일
    02.09.13 19:07
    No. 2

    무협 영상물 이야기 같군요. 이런 경험은 비슷하면서 약간씩 다르겠죠. 재미삼아 한마디.....
    어릴 때 시골학교라 영화관이 어떻게 생겼는 지 몰랐는데 선생님이 성룡의 사형도수(맞겠죠?- 전 좀 위 세대라)이야기를 엄청 재미있게 해 주시더군요. 시골서 자라 이소룡은 잘 몰랐음.
    영상물에서의 획기적 전기는 이연걸의 소림사 1편. 중 2때 재개봉관(역시 두편- 마이튜터(가정교사) , 기억이 생생함). 그 이후로 성룡이고 이소룡이고 눈에 들어 오지를 않더군요. 그 때 이연걸은 요즘 같이 특수효과를 별로 쓰지 않은 것 같고 그리고 칼이나 창을 쓰는 무술이 정말 정신을 확 깨게 했죠. 그 뒤에 시리즈물은 저는 별로 접해 보지 못한것이라....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일호
    작성일
    03.02.27 06:16
    No. 3

    미투 캠패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張秋三
    작성일
    03.07.06 19:49
    No. 4
  • 작성자
    Lv.25 티미.
    작성일
    04.01.14 22:22
    No. 5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7.22 22:37
    No. 6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 재배산삼
    작성일
    07.02.23 22:42
    No. 7

    저에게 무협은 삶의 일부분이랄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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