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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머나먼아르
작성
02.09.14 01:44
조회
1,053

그리고 나는 반년정도는 거의 무협에서 떨어져 나갔던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 해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라서 올림픽의 감동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우리한국 텃새가 미국 못지 않았지만 그 때에는 무척이나 감동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 때 무협의 기억은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부끄럽지만 그 때까지도 나는 무협지의 존재를 몰랐었고 나의 무협의 경력은 주로 유선방송에서 해주는 영화나 시리즈물이 전부였었다. 그 즈음에 아마도 왕우의 외팔이 시리즈라든지 초류향의 또 다른 전기 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시리즈 물을 보았던 것 같다. 그 시절 가장 기억나는 무협작품은 '나르는 성검'이라는 15편 분량의 비디오 시리즈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시리즈물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었던 기억이 난다. 아 그리고 특기할만한 것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나는 잠을 늦게 자게 되었는데 (그래봐야 10시 전후지만..) 그것 때문에 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10시가 넘으면 유선방송에서 심야프로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심야프로에는 당연히 야시시한 그런영화가 등장하겠지만 사실 이 10시 넘어서 하는 영화가 바로 낮 2시 반에 방영되었던 무술영화를 다시 틀어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나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이 심야에 하는 무술영화를 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시리즈물이 있을 때면 나의 수면시간은 언제나 11시가 훨씬 넘어서가 되었는데... 어쨌건 그 즈음 봤던 나르는 성검에서 특기할만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은갑인, 금갑인같은 강시같은 존재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쁜 편에서 그 녀석들이 활약했을 때는 정말 두려웠었는데 그놈들이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편이 되었었는데 나는 그 시리즈물 내내 그놈들이 또다시 배신을 해서 주인공을 괴롭힐까봐 조마조마 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나르는 성검의 압권은 바로 마지막 장면으로 주인공이 사년간 무공수련을 하고 나타나서 그야말로 이기어검술로 나쁜 놈들을 단칼에 박살내버리는 장면이었다. 나르는 성검이라! 내가 최초로 본 이기어검술이 아니었을까? 아 그러고 보니 그즈음에 보았던 촉산이라는 영화에서 정말 절묘한 이기어검술을 보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니까.. 바로 그 문제의 초류향 아저씨가 원표의 스승으로 나와서 요괴들과 싸울 때 분명 이기어검술을 선보였었던 것 같다. 나르는 검이라! 캬! 정말 멋지지 않은가? 여튼 나는 이 나르는 성검이라는 시리즈물 때문에 또 밤잠을 설치며 상상속에서 스스로 이 시리즈 속에 끼어 들었다.  

아마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갔을 때, 나는 국민학교 여름방학 막바지에 보았던 절반의 의천도룡기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었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나는 우연찮게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그 친구를 따라서 우리동네 유선방송사에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친구말로는 유선사 아저씨에게 재밌는 거 틀어달라고 하면 왠만하면 통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유선방송사 안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수많은 비디오가 꽂혀 있는 서가(?)의 한켠에 꽂혀있는 의천도룡기 시리즈물을 발견하였다. 무려21편이나 되어 나는 그 엄청난 분량에 압도되었는데... 나는 넌저시 친구를 시켜 이 의천도룡기를 유선사 아저씨에게 틀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안되어 나는 심야방송에서 이 의천도룡기를 접할 수 있었다. 감동 감동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 즈음에 어머니께서는 나의 약점인 이 무술영화를 이용해 교묘한 술책을 쓰곤 하셨는데... 내가 10시 이후에 방영되는 무협시리즈물을 볼라치면 언제나 9시부터 10시까지는 공부를 해야만 했었다. 공부하면 보여준다고 했으니.. 덕분에 그전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숙제하는 불상사(어떨 때는 길바닥에서 숙제를 하기도 했다.)는 생기지 않았으니 좋긴 했지만... 나는 어머니께서 시키는대로 해야만 했었다. 왜냐하면 하필이면 그 때 의천도룡기 시간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인현왕후와 겹쳤기 때문이었다. 아 이 무슨 하늘의 장난인가? 나는 처음 10편까지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10시 50분까지 인현왕후를 봐야만 했었다. 그러나 10편 이후 나의 고집은 발동되었다. 아니 그냥 잔머리를 굴려 열심히 공부하는 척 했었다. 제발 시키는 대로 공부할 테니까.. 의천도룡기 보게 해 달라고... 그러나 나는 실컷 이용만 당하고 인현왕후를 봐야만 했었다. T.T 다행히 협상이 성공하여 10시 40분에 채널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감동적으로 이 의천도룡기를 무사히 다 볼 수 있었다. 장삼봉이 태극권을 펼치는 장면에서 나는 그야말로 억수로 감동받았었는데... 다음날 학교에 가니 몇몇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나와서 태극권의 기수식을 펼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무협경력이 나보다 뛰어났던 친구 한 놈이 의천도룡기가 다 김용이라는 사람의 영웅문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었다. 그리고 몇몇 친구들이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웅문 소설을 학교에 들고 오는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의 원만하고 착한 성격(음하하.)에 힘입어 나는 친구들로부터 제법 빠른 순위에 그 책을 빌릴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성이 임씨였던 걸로 기억나는 친구녀석이 주로 소스였는데... 그 녀석을 통해서 금강 선생님의 발해의 혼이라는 책도 보게 되었고 저자가 양우생인지 와룡생인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비룡문도 읽을 수 있었다. 어쨌든 그 시절 그런 식으로 친구들로부터 빌려 소설을 봤던 내가 처음 접했던 무협소설은 영웅문 2부인 신조협려였다. 그 때까지 태어나서 한번도 밤을 새워보지 못했던 나로 하여금 날밤을 새게 만들었던 신조협려! 나는 재수가 억수로 좋았는지 신조협려 소설을 다 보자마자 얼마 안 있어  바로 유선방송에서 해주는 영웅문 2부인 신조영웅문 비디오 시리즈를 볼 수 있었다. 이건 의천도룡기보다 한술 더 떠서 23편이나 되었는데 나는 이 기간 내내 어머니의 술수에 말려 9시 이후에는 숙제를 하거나 공부를 해야 했다. 집에서 공부해본 적이 맹세코 한번도 없었던 나였는데 무협이 나를 공부하게 하였으니.. 정말... ^.^ 어찌되었건 공부하는게 싫지는 않았다. 이걸 하고 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신이 났고 어서 시간이 가기를 바라며 숙제를 했었다. 가끔 그 때를 돌이켜보면 참 한심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는가? 공부안하면 안보여주겠다는데...  신조영웅문을 보면서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소용녀가 너무 불쌍해서.. 양과가 외팔이가 되었을 때 나는 정말 내 팔이 끊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불쌍해서 어떡하나.. 불쌍해서.. 그런 생각이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으니...

이 후부터 중학교 삼학년 가을까지의 시절을 누군가 나더러 영웅문의 환상에 사로잡혀 살았다고 해도 별달리 반박하지 못할 것 같다. 그 시절에 나는 영웅문 1,2,3,부 전 내용을 읽고 또 읽고 거의 열 번도 넘게 봤었던 것 같다. 중3 가을이 되었을 때 나의 책장에는 영웅문 전 권이 꽂혀 있었다. 별로 많지 않던 용돈을 잘 써서 중고책방과 친구들에게서 그 책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을 나는 고교진학을 위해 늦가을 무렵부터는 거의 무협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진로가 결정되고 두 달 정도 지나고 새해가 왔을 때!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무협에 접할 수 있었다. 나는 만화방을 그 때까지 딱 한번  가보았었는데 그 때 나는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만화방이라는 데를 처음 출입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발견한 것이 세로로 된 누런종이에 나왔던 무협지들이었다. 처음 접했던 무협소설의 제목은 전혀 기억도 안 남고 내용도 단편적인 것 밖에 남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그 내용을 쓰자면 아마 주인공 이름이 소천이었던 것 같은데.. 15세의 어린 소년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리고 주인공의 사부이자 할아버지 역할을 했던 인물이 300살 된 무림의 노고수였었다. 황당함의 극치에 처음에는 그냥 책을 덮으려다가 꾹 참고 일권을 다 읽었었고 그 다음부터 나는 가끔 만화방에 들러 그런 류의 무협소설들을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무협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거의 그 시절 내내 다른 일에 치중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동안 나는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함부로 학교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물론 나중에는 제법 간이 커지게 되어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학교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만화방에 가곤 했었다. 거의 손으로 꼽을 정도의 횟수였지만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내가 본 무협은 채 세 편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그 때 무협을 꿈꾸지 않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그리고 나는 그 시절 나와 무협의 인연은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무협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기 시작했던 시기가 바로 그 즈음이었는데... 아마 그로부터 몇 년 뒤 대학 한창때에 내 마음속에 생겼던 무협에 대한 회의와 고민에 대한 생각이 고교시절을 거치며 만들어진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고교시절 내내 무협과는 동떨어져 살았었다. 허나 돌이켜보건대 그 시절 무협에 대한 열망과 환상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대학진학을 얼마 앞두고 옛 책을 정리하다가 나의 소중했던 영웅문 전권들이 사라져버린 것을 알아챘을 때의 사건이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왜 그 책들이 없어졌는지 물어보았고 나는 그 책들을 아는 사람을 줘버렸다는 말에 너무도 화가 나 어머니에게 따졌던 기억이 난다. 그 귀한 것을 왜 줬냐면서... 거의 지랄 발광을 했었으니... 그 때의 기분이 아직도 나의 기억에는 남아 있다. 소중한 책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니... 그렇게 나의 고교시절은 지나갔고 무협은 나의 청소년기의 막바지에서 나에게서 완전히 떠나가는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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