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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송진용▦
작성
02.12.06 21:31
조회
534

연말이 다가와서인지 괜시리 마음이 울적해지고 싱숭생숭해지네요.

여기서도 친구 얘기들이 오가는 걸 보면 역시 그런 분위기 탓이지 싶군요.

친구라... 친구...(먼산...)

제게도 참 잊지 못할 친구들이 있지요. 더러는 과거형으로 '있었지요.'

문득 <친구>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넉두리처럼 풀어 놓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캬! 이 결단력!!!-

제목 - 특이한 그넘 1탄 -

저는 유독 고등학교 때의 추억이 많답니다. 어찌 보면 그때야말로

우정이라는 덕목에 있어서 제 인생의 황금기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친구들도 99%가 그 시절에 만나고 서로 아껴주게 된

그넘들이니까요.^^

제일 먼저 <그넘>이 떠오르는 건 아마도 특이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지금도 그넘은 특이하죠.)

고2때였습니다. 그넘은 어느 날 문득 낯선 얼굴을 하고 어슬렁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나 너랑 친구하고 싶다."

-얼레리?-

우선 그넘을 아래위로 한 번 주악 훑어 보았죠.

검정 물들인 스모루바지(일명 건빵바지-군복)에 꽉 끼는 낡은 교복 상의.

후크는 당근 헤벌레 풀어져 있고,

대체 그 안에 책이 몇 권이나 들어있나 싶게 딱 붙어 버린 가방. 것두 제대로 들지 않고

옆구리에 척 꼈고, 삐딱하게 쓴 모자. 모표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앞쪽을 팍 찌그러뜨린

것도 아쭈구리인데 게다가 평창이었답니다.

뒷꿈치 구겨 신고 있는, 아니 끌고 있는 낡은 구두에 이르러서는 기가 막히다 못해

한숨부터 나오더군요.

더 이상 나열할 필요도 없이 저는 그넘의 정체를 알아채고도 남았습니다.

넘은 세칭 날.라.리 를 뛰어넘어서 놀.래.리 그 자체였습니다.

그 꼬라지에 껌마저 짝짝 씹고 발아래 춧! 춧! 침이라도 뱉었더라면 영락없는

양.아.치의 표상이었을 겁니다. 다행이도 그러지는 않더군요.

그러나...

깡마른 체구. 흉터 투성이인 역삼각형의 얼굴. 비뚫어진 콧대와 세로로 쭉 찢어진 새우눈.

얇고 건조한 입술...

그넘의 상판을 척 본 순간 가슴이 철렁 하더군요. 눈빛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살벌? 아마

그랬을 겁니다. 살기?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오기와 독기? 맞습니다! 바로

그거였습니다!

놈의 깡마른 몸 전체가, 살벌하게 생긴 그 얼굴 자체가 바로 오기와 독기 덩어리였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어, 그, 그래... 그러자 머..."

"됐다. 자슥...."

제 어깨를 툭 치고 떠나가더군요. 잊을 수 없는 그때의 그 팔자걸음이라니...

암튼 그렇게 해서 저는 놈에게 찍히고 말았습니다.

대체 저넘의 정체가 뭐냐? 이게 궁금했죠.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뒤를 쑤셔 본 결과,

지방에서 얼마 전에 전학 온 넘이라더군요. 더 무서운 보고서 내용은.

-지방 모 고교 복싱 선수. 전국 학생 선수권대회 출전. 입상 경력 있음.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선수 자격 상실하고 야반도주한 것으로 사료됨.

새.우.깡.파 에서 찍어놓고 있는 요인. 경계해야 할 대상임. 이상-

으, 무, 무서버라... 왜 하필 그런 넘이 서울로, 그것도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란

말인가...

아, 여기서 <새우깡파>란 주야장창 새우깡만 까먹어대는 넘들의 모임이 아니고,

어느 학교에나 다 있던 그 불량서클 이름입니다. 말 들어보니 <소주 안주에는 오직 새우깡!>

이라고 부르짖는 게 처절하다더군요.

암튼 그런 무서븐 넘이 어느 날 불쑥 나타났으니 그 새우깡들이 눈독을 안 들이겠습니껴?

아, 스토리가 넘 길어졌군요.

1탄은 지면 관계상 여기서 끊고, 지멋대로 연재 2탄은... 언제?

엿장수 맘대로입죠. -.-

후다닥-

***********

이 글은 제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 동호회 정담 란에 며칠 전 올렸던 글입니다.

거기서도 친구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 걸 보고 문득 내 얘기를 한 번 들려주고 싶었던 거죠.

이곳에 와 보니 쥬신검성 님이 <칭구>라는 걸 올리셨더군요.

읽어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답니다. 그래서 거기에 올렸던 내 친구 얘기를 이곳에서도

해보기로 한 거죠.

<귀도(두)>가 잘 써지지 않을 때 머리도 식힐 겸, 분위기 전환도 해 볼겸 조금씩

써보려고 합니다.

픽션은 최소한이고, 90% 이상을 논픽션으로 한 겁니다. 결코 제 과장도 뻥도 아닌

진솔한 그때 그시절의 야그임을 참고하시기를...


Comment ' 7

  • 작성자
    行雲流水 ▦
    작성일
    02.12.06 21:56
    No. 1

    살아가면서 자신의 목숨을 걸수 있는 친구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사람은 인생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확실히 고딩때나 중딩때 순수했던 시절 사귀었던 친구들이
    더 오래가더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2.12.06 22:26
    No. 2

    송진용님 친구담을 보니, 제 중학 시절 친구들 생각이 간절함다.

    울 학교 조직 이름은 \'쌍마차\'였죠. 헐~

    전 그 유명한 롤라장 세대랍니다. 사는 동네가 천호동 근방이어서 동네에 유명 롤라장 모두 붙어있던 곳임당.

    가장 잘나가는 (그 땐 일진이란 말이 없었음당.) 고딩 형들이 모이던 알프스, 그 밑 하빠리 중딩 등이 몰리던 스타, 가끔씩 원정가던 동대문...

    하. 놀던 시절의 황금기...뒤로 타기, 옆으로 타기 등등 현란한 테크닠 배우기에 여념없던 황금기, 문워크로 타는 넘들도 숫했죠.

    한바퀴 뺑 돌고는 맘에 드는 여자애에게 같이 탈까하고 작업 들어감다. 한 방에 오케 할 때는 드물지만 몇차례의 노력이면 손잡고 활개치던 화려한 날들도 있었검망~~.

    그 중에 P중학교 출신의 어깨로 롤라를 타는 여중딩이 있었음당..
    남들다 팔을 흔들며 탈 때, 그애는 어깨만 흔들며 탔죠..

    아~ 그 압도적 칼수마...당시 중딩에게 파격적 시도였던 단발웨이브파마를 하고 다니던 그 애를 꼬시기 위해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스타를 방문했던가...

    급기야 스타 롤러장에선 공짜로 그앨 입장시킨다는 유언비어마저 난무하던 그 때...

    친구 얘길 하려다 그 시절 그 추억이 되어 버렸네염...
    그 때 몰려 다니던 10여명의 친구들...그 때 그 친구넘들이 그리울 뿐임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2.12.06 22:57
    No. 3

    친구!!
    같이 술마시고 노래하고 기뻐하고 슬퍼할친구는 몇명 있어도
    내가 진정으로 아파할때 달려올 친구는 없었읍니다.

    총각시절 회사다니며 자취할때 일이었읍니다.
    토요일날 일찍 퇴근을 한후 만화방에서 무협지 몇권을 빌려서
    자취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편한자세로 탐독을 하고있던중...
    갑자기 아파오는 아랫배 통증때문에 별짓을 다했읍니다.

    양손가락을 다따보기도하고 물구나무 선채로 오바이트도 해보고
    별의별짓을 다해봤지만 점점더 커져가는 통증에 정신까지 가물거렷지요.
    그와중에 정신을 가다듬고 친하다는 친구 다섯명한테 전화를 햇읍니다. 다행히 다들 한자리에 모여서 포카를 치고있더군요.
    저의 사정을 말해주고 움직일 힘이 없어서 병원까지 데려다 달라고 햇더니 바로 뛰어온다고 하더군요.조금뒤 다시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119구급대인데 위치가 어디냐고요..ㅡㅡ;

    죽을힘을 다해 택시를 타고 병원엘 갔읍니다.
    한독병원이라고 아시는분은 아실겁니다.
    병원에서는 급성맹장이라고 하며 조금더 늦었으면 큰수술을 할뻔햇다고 하더군요.
    수술을 해야하는데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까 그친구들한테 다시 전화를 했죠
    \"응..나 아자잔데..병원에서 수술해야된데..보증인이 필요하니 아무나 한명만와..\"
    하고선 전화를 끊었죠...ㅡㅡ

    잠시후 다섯놈이 뛰어들어 오더니 맹장수술이라고 하니까 \"잘해봐\" 하더니 다들 그냥 가는겁니다.
    저는 가는 그넘들중에 한넘을 붙들고 애원을 했읍니다.
    \"제발 갈때 가더라도 보증은 서놓고 가라고...ㅡㅡ;\"

    보호자 한명없시 맹장수술 받고 중환자실에서 마취가 깨어나는데
    정말 죽을맛이더군요. 더군다나...간호사가와서..
    \"아저씨..깨어나셧으면 입원실 예약하세요..\" 할때는..ㅡ\"ㅡ
    그때 저는 깨달았읍니다. 아플때는 친구가 곁에 없다는것을...

    하지만 아직도 그넘들과는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우정을 키워가고 있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군림동네
    작성일
    02.12.07 00:30
    No. 4

    잉............친구 라~~~~
    보고 싶다 친구야~~~ㅠ..ㅠ
    어디서 뭘 하는지.~~~
    다음 이야기가 궁굼해지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일웃고삶
    작성일
    02.12.07 03:43
    No. 5

    이보십시요, 송작가님.
    너무하지 않습니까! 흥미진진 읽다가 보니 벌써 끝이라니!
    언제까지 또 목을 빼고 기다려야 합니까?!
    담 글은 좀 길게 써주십시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일호
    작성일
    03.02.28 02:17
    No. 6

    아직도 길은 머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8.03 14:58
    No. 7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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