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와서인지 괜시리 마음이 울적해지고 싱숭생숭해지네요.
여기서도 친구 얘기들이 오가는 걸 보면 역시 그런 분위기 탓이지 싶군요.
친구라... 친구...(먼산...)
제게도 참 잊지 못할 친구들이 있지요. 더러는 과거형으로 '있었지요.'
문득 <친구>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넉두리처럼 풀어 놓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캬! 이 결단력!!!-
제목 - 특이한 그넘 1탄 -
저는 유독 고등학교 때의 추억이 많답니다. 어찌 보면 그때야말로
우정이라는 덕목에 있어서 제 인생의 황금기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친구들도 99%가 그 시절에 만나고 서로 아껴주게 된
그넘들이니까요.^^
제일 먼저 <그넘>이 떠오르는 건 아마도 특이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지금도 그넘은 특이하죠.)
고2때였습니다. 그넘은 어느 날 문득 낯선 얼굴을 하고 어슬렁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나 너랑 친구하고 싶다."
-얼레리?-
우선 그넘을 아래위로 한 번 주악 훑어 보았죠.
검정 물들인 스모루바지(일명 건빵바지-군복)에 꽉 끼는 낡은 교복 상의.
후크는 당근 헤벌레 풀어져 있고,
대체 그 안에 책이 몇 권이나 들어있나 싶게 딱 붙어 버린 가방. 것두 제대로 들지 않고
옆구리에 척 꼈고, 삐딱하게 쓴 모자. 모표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앞쪽을 팍 찌그러뜨린
것도 아쭈구리인데 게다가 평창이었답니다.
뒷꿈치 구겨 신고 있는, 아니 끌고 있는 낡은 구두에 이르러서는 기가 막히다 못해
한숨부터 나오더군요.
더 이상 나열할 필요도 없이 저는 그넘의 정체를 알아채고도 남았습니다.
넘은 세칭 날.라.리 를 뛰어넘어서 놀.래.리 그 자체였습니다.
그 꼬라지에 껌마저 짝짝 씹고 발아래 춧! 춧! 침이라도 뱉었더라면 영락없는
양.아.치의 표상이었을 겁니다. 다행이도 그러지는 않더군요.
그러나...
깡마른 체구. 흉터 투성이인 역삼각형의 얼굴. 비뚫어진 콧대와 세로로 쭉 찢어진 새우눈.
얇고 건조한 입술...
그넘의 상판을 척 본 순간 가슴이 철렁 하더군요. 눈빛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살벌? 아마
그랬을 겁니다. 살기?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오기와 독기? 맞습니다! 바로
그거였습니다!
놈의 깡마른 몸 전체가, 살벌하게 생긴 그 얼굴 자체가 바로 오기와 독기 덩어리였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어, 그, 그래... 그러자 머..."
"됐다. 자슥...."
제 어깨를 툭 치고 떠나가더군요. 잊을 수 없는 그때의 그 팔자걸음이라니...
암튼 그렇게 해서 저는 놈에게 찍히고 말았습니다.
대체 저넘의 정체가 뭐냐? 이게 궁금했죠.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뒤를 쑤셔 본 결과,
지방에서 얼마 전에 전학 온 넘이라더군요. 더 무서운 보고서 내용은.
-지방 모 고교 복싱 선수. 전국 학생 선수권대회 출전. 입상 경력 있음.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선수 자격 상실하고 야반도주한 것으로 사료됨.
새.우.깡.파 에서 찍어놓고 있는 요인. 경계해야 할 대상임. 이상-
으, 무, 무서버라... 왜 하필 그런 넘이 서울로, 그것도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란
말인가...
아, 여기서 <새우깡파>란 주야장창 새우깡만 까먹어대는 넘들의 모임이 아니고,
어느 학교에나 다 있던 그 불량서클 이름입니다. 말 들어보니 <소주 안주에는 오직 새우깡!>
이라고 부르짖는 게 처절하다더군요.
암튼 그런 무서븐 넘이 어느 날 불쑥 나타났으니 그 새우깡들이 눈독을 안 들이겠습니껴?
아, 스토리가 넘 길어졌군요.
1탄은 지면 관계상 여기서 끊고, 지멋대로 연재 2탄은... 언제?
엿장수 맘대로입죠. -.-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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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 동호회 정담 란에 며칠 전 올렸던 글입니다.
거기서도 친구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 걸 보고 문득 내 얘기를 한 번 들려주고 싶었던 거죠.
이곳에 와 보니 쥬신검성 님이 <칭구>라는 걸 올리셨더군요.
읽어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답니다. 그래서 거기에 올렸던 내 친구 얘기를 이곳에서도
해보기로 한 거죠.
<귀도(두)>가 잘 써지지 않을 때 머리도 식힐 겸, 분위기 전환도 해 볼겸 조금씩
써보려고 합니다.
픽션은 최소한이고, 90% 이상을 논픽션으로 한 겁니다. 결코 제 과장도 뻥도 아닌
진솔한 그때 그시절의 야그임을 참고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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