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을 간 이후에 거기 농촌 분들과 친해져서 겨울에도 친구들 4명과 함께 그곳을 가게 되었습니다.(친구 한명이 농활 5년차라 이미 농사꾼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날은 건국대를 나오신 형님께서 동창회를 하고 있었고 저희는 곁다리를 끼어서 놀게 되었습니다. 그 집의 충성스런 지킴이였던 사랑이(4살. 개)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모닥불을 피우고 술을 마시고 기타를 키며, 80년대의 추억과 같은 아름다운 자리가 있었습니다. 겨울 달은 밝아 낮처럼 환했고, 사람들은 모두 도란도란 이야기 했습니다.
그 때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 봤을 때 부터 수집게 웃던 그녀는 민망한지 이내 사라져 버리더군요. 아마 부부동반으로 오신 분들 중 부모님의 권유로 오신 것이겠죠. 부모님처럼 건국대를 가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죠.
달은 아직 기울지 않았고, 전 친구들과 술을 먹지 않고 그녀를 찾아다녔습니다. 뭔가 운명과 같은 예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시골의 전봇대 밑에서 서성대는 그녀를 찾았고, 용기를 내어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별은 만개하여 끝도없이 펼쳐졌고, 그 아래에서 서 있는 저희의 마음도 깊어졌나 봅니다.
그 다음날 날이 밝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로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때 그녀가 이야기 하더군요. 나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저는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고귀하고 아름다웠지만 저는 그대로 버스에 올라타고 말았습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저도 그녀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차창 밖에서 글썽이는 그녀를 바라보다 조용히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직도 달을 바라볼때면 그녀 생각이 납니다. 과연 좋아한다는 것은 뭘까요. 제가 그 때 고백을 했다면 상황을 바뀌었을까요. 많은 상념이 제 뇌리를 채웁니다.
여담이지만 그녀의 나이는 12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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