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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9 요신
작성
06.01.23 12:18
조회
5,018

우리말을 제대로 쓰는 것은 우리의 의무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글을 써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이에 더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지요. 누구든 꼭 한 번쯤은 실수했을 법한 어법 사항을 몇 개 꼽아보았습니다. 실은 연재한담란에 올렸던 걸 정리하는 수준이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봐주시리라 믿고요. 그럼 시작합니다.

01. <-하든지>인가 <-하던지>인가.

<-든지>는 흔히 '하든지 말든지'로 쓰입니다. 두 가지 행위 중 하나를 선택할 때, 혹은 비교할 때 쓰이곤 하죠. 사전적 의미로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음>이라고 합니다.

<-던지>는 일어났던 일을 떠올려 말할 때 쓰입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 산 속에서 곰을 봤는데, 그놈이 어찌나 무섭던지." 따위의 표현을 쓸 수 있지요.

즉, "이걸 하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는 틀린 표현이 됩니다.

02. <안>과 <않> 바로 쓰기.

간단히 말해, '안'은 '아니'의 준말이고, '않'은 '아니 하'의 준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각각의 문장에 '아니'와 '아니 하'를 대입해서 어색한지 아닌지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예를 들지요. '밥은 아직 안 먹었지?'라는 문장을 봅시다. '밥은 아직 아니 먹었지?'라고 고쳐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니'를 '아니 하(=않)'로 바꾸면 말이 되지 않지요.

그리고 띄어쓰기를 할 때, 거의 모든 용례에서 '안'은 띄어쓰고 '않'은 붙여씁니다. '안'과 '않'의 품사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냥, '안 하다'는 '하지 않다'와 같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즉, '아직도 숙제를 안 했니?'는 '아직도 숙제를 하지 않았니?"라는 것이지요.

덧붙여, '안'도 붙여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안돼 보이다'라는 표현으로, '불쌍하다'로 쓰일 때죠. 그 예로, '그 사람 참 안됐더라.' 정도를 들 수 있어요.

03. <-만큼><-대로><-뿐>의 띄어쓰기.

'~만큼/대로/뿐'은 두 가지 품사로 쓰입니다. 그래서 쓰임에 따라 각각 띄어쓰기가 달라지지요. 글을 쓸 때마다 헷갈린다고 하는 이점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만큼/대로/뿐'은 '체언(명사, 수사)'에 붙여씁니다. 이땐 조사로 쓰이지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 여자는 너만큼 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살면 돼.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다.

이제 띄어쓰는 경우입니다. 앞서 붙여쓰는 경우가 체언임을 보고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네요. '~만큼/대로/뿐'을 띄어쓸 때는 '용언(동사, 형용사)' 뒤에 있을 때입니다. 역시 예를 들어서.

먹을 만큼 가져가도 돼.

그거 다 먹는 대로 나가라.

그 녀석 단지 먹기만 할 뿐이었어.

04. <왠>과 <웬> 바로 쓰기.

먼저 '웬'을 보겠습니다. '웬'의 사전적 의미는 '어찌된' 혹은 '어떠한'입니다. 즉, 각 문장에 '웬' 대신 '어찌된'이나 '어떠한'을 넣어서 말이 되면 옳은 표현이 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찌된 : 그렇다면 그런 줄 알지 웬 말이 그리 많아?

어떠한  : 웬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그리고 자주 쓰는 표현으로, '웬걸'이 있지요. '웬걸'은 '웬 것을'이 줄어 된 말입니다. 어떤 사실이 기대와 전혀 달랐을 때 쓰는 말이죠. 또, 웬만큼, 웬만치, 웬만하다, 웬일 등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웬-왠 표현(?)'에는 거의 '웬'을 씁니다.

그러면 '왠'은 언제 쓰느냐? 사실, '왠'은 단어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쓰임이 없습니다! (북소리) 다만, 관용적으로 쓰는 '왠지(=왜 그런지)'가 있는 것이죠.

좀 잡다하게 설명했습니다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왠지' 말고는 모조리 '웬'이다!

05. <낫다><났다><낳다><낮다>의 올바른 쓰임.

'낫다'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너보다 낫다'고 쓸 때처럼 대상을 비교하는 의미로, 다른 하나는 '상처가 벌써 나았어?'라고 쓸 때처럼 '상처가 아물다'는 의미로요. 우리말 동사에는 시옷받침이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의외로) 적어서 이를 잘못 쓰는 사람이 많지요.

'났다'는 '-나다'의 과거형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에서 '태어났다'는 '태어나다'의 과거 표현이죠. 우리말은, 영어처럼 동사의 '과거형'과 '현재형'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에 헷갈리는 경우가 많죠.  또 '낫다' 혹은 '낳다'와 혼동하여 쓰는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낳다'는 단 하나의 의미만을 지닙니다. 바로 '아이를 낳다'처럼 '출산하다'라는 뜻이죠. 간혹 '그의 언변이 사업의 승리를 낳았다'처럼 비유적인 의미로 쓸 때도 있지만, 본래의 뜻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볼 수 있죠. 절대, '낫다'가 쓰일 자리에 써서는 안 됩니다.

'낮다'는 '높다'의 상대격인 어휘입니다. 물론 단어 자체만의 의미로는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요. 가끔 '나는 너보다 처지가 낮다'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나는 너보다 처지가 낫다'를 잘못 표현한 것이니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이정도네요. 연담란에 올렸던 것 중 오용사례가 많은 것을 중심으로 붙였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나날 이어가시길 바라며, 물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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