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장인
소설은 시나 희곡과 같은 문학의 다른 장르와 같이 언어와 문자를 통하여 인생을 표현하는 창조적인 예술이다. 소설은 구조적인 형상화를 필요로 하는 언어예술이다. 소설이 인생의 존재를 해명하여 인생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삶의 지표를 추구하여 어떻게 삶으로써 이상 세계를 지향하는가를 표현한다고 해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를 떠나서는 소설은 성립되 지 않는다. 그것은 인생이 무엇인지 하는 것과 인생의 지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관념적 이거나 추상적·철학적인 지식이나 학문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구성적 형태와 언어 적 표현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주어진 현실이나 상상적인 세계를 재구성하 여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야만 비로소 언어예술로서의 소설이 된다. 그러기에 작가는 언어의 마술사요, 장인(craftsman)이라고 일컫는다.
프랑스의 비평가 티보데(A. Thibaudet)의 말을 빌면,
보통인 범인(凡人) 작가는 이 소설(독창적인 한 시대)의 노동자이고, 뛰어난 작가는 감독 (監督)이며, 대소설가는 건축가(建築家)이다. 소설의 보통독자(lecture)는 신자(信者)이고 참 다운 의미의 정독자(精讀者, liseur)는 승려(僧侶)이면, 그 중에서도 위대한 정독자는 스스로 승좌(僧座)에 앉아서 근행(勤行)하는 수도승(修道僧)이다.
결국 이 말은 소설의 창작에 임하는 작가의 자세를 말하면서 작품을 형성하고자 하는 장인 정신(匠人精神)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은 장인정신에 의한 발 인간존재를 해명하고 삶의 지표를 제시하는 문학의 사상성을 형 상화하여 예술성으로 결정(結晶)된다. 장인정신은 바로 기법의 숙련을 말하고 거기에 몰두하 는 창작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소설의 창작에서도 그 기법의 수련을 위해 습작(習作)을 하게 된다. 습작은 하나의 제재(題材)로 어떻게 한 편의 소설을 꾸미는가의 기법의 수련이 그 중요한 면을 차지한다. 말하자면 장인으로서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선택한 제재를 어떠한 주제적 의미를 부여 하면서 한편의 형태화된 소설이 되게끔 형상화하느냐의 그 형태화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습작이다.
'장인정신' 이란 말은 바르게 이해되어야 한다. '장인정신'이 기법에 대한 훈련을 위시한 소 설창작에 대한 제반 기술적 요건들의 연마를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기술자 (tecnician)'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자는 그가 제작하는 물건과 구체가 단지 기술에 의한 연관을 맺고 있어서 그의 삶과는 별도로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 기술적으로만 책임을 질 뿐이다. 그러나 소설을 쓰는 작가는 자신의 창조한 작품이 곧 그의 삶과 가치관에 있어 서 규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만약에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다면 독자는 그 작품이 비록 아무리 세련된 모습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진실에서 우러나는 감명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작가의 삶과 작품과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대한 물음에는 사실상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작가와 작품을 기계적으로 대입시키는 태도 못지 않게 양자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견해 또는 오류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출처:베셀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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