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교님의 글쓰기 공작소에서 출처했습니다.
습작생이 경험하는 일반적 과정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
옮기고 싶었지만.. 글이 상당히 길어질까 핵심 부분만 올립니다.
읽고 모두 도움 되었으면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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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론 강의의 경우, 대개 학문적, 이론적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기성작가 작품 및 습작생들 작품을 각종 문학연구 이론으로 분석하고 비평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잣대는,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에서 출반하여 근대문예 비평가들에게서 다듬어진 근대소설미학 즉 NOVEL 미학이론들이다. 소위 채트먼, 와트, 프라이,브룩스
워렌, 루카치 등의 이론으로 창작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국문과
혹은 문창과 출신 소설가 지망생들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것이다.
'보다 짜임새있는 플롯을 만들라', '독특한 문체와 개성적인 화자를
확보하라.' '유기적인 스토리 구조를 구축하라'. '임체적이고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라' 등등.
물론 이들 논리는 창작물을 효과적으로 비평하는 잣대가 되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이론에는 엄청난 맹점이 있다. 바로
'기존 창작물'에 대한 연구라는 사실이다. 창작은 새로운 창조적 행위여야 하는데, 기존의 창작물 연구를 바탕으로 삼아서 과연 새로운 창조적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기존 창작물의
'공통된 일반적, 보편적 틍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과연 기존의
특성과는 다른,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는 글쓰기를
만들 수 있을까?
모든 이론이란, 다만 보다 보편적으고 평균적인 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일종의 가설일 뿐이다. 그것이 아무리 훌륭한 이론일지라도 그것을 권위로 삼아서 글쓰기 방법을 탐색하는 것은 신발에 발을 맞추려는 것만큼 어리석다. 더구나 창조적 행위인 글쓰기에 있어서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잣대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이러한 방법으로 문학 창작을 공부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렇지만, 가르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알아듣기 쉽도록 일반론을 활용하여 합평을 전개한다. 그래서 어떤 학생이 소설을 써 오면 으레, 보다 짜임새 있는 플롯을 만들어야 한다.
독특한 문체와 개성적인 화자를 확보해야 한다, 유기적인 스토리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입체적이고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하고 지적하게 된다.
결국 좋은 작품에 대한 '일반적 기준'을 세워 놓고, 그것에 비해
부족한 부분, 미흡한 부분들을 지적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대한 일반적 기준을 세워 놓고 학생들 작품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작품이 부족한 부분투성이다. 그래서 합평 과정은 늘 답답하고 폭폭하다. 학생들은 내 지적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다음 글ㅇ을 써 오면 여전히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비판하면, "선생님이 지난번에 이런저런 지적을 해서 이번엔 그러지 않으려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써 보긴 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 되네요"하는 답답한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변명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가르치는 방법과 우리가 진행하는 수업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가 당연시해 온 이 우스꽝스런 과정을 간단하게 압축해 보자.
A. 학생이 글을 써오면 B.일반론적인 문학이론으로 분석해서
C.부족한 점을 지적해 준다. D.그러면 학생들은 돌아가 부족한 부분을 고민&보완하고, 새로운 글을 써온다.
이런 방식으로 창작행위가 진행된다면, 이것은 마치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선생님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쓰겠다는 것인데, 혹은 창작형식을 똑같이 하면서 그 내용을 조금씩 보강하겠다는 식인데, 과연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서 새로운 창작이 가능하기나 할까? 문학이론의 시각으로 창작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유로운 탐색과 모험으로서의 글쓰기가 아니라, 보다 짜임새 있는 플롯을 만들기 위해, 독특한 문체와 개성적인 화자를 확보하기 위해, 유기적인 스토리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입체적이고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시 말해 연구자들이 발견한 NOVEL의 보편적 미학에 충실하기 위해 글을 쓰는 꼴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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