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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불교 이야기...-3 (교학체계)

작성자
Lv.1 박정현
작성
09.01.08 11:23
조회
1,231

티벳불교의 교학 체계...

교학이란, 가르치고 배운다는 뜻인데 티벳의 교육방식과 한국의 불교 강원 교육방식은 많이 다르다...달라이라마 자서전을 보면 그냥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논리 공방을 벌이면서 토론하고, 나중에는 대스승들을 상대로 토론하여 시험을 쳤다고 한다...

2002년 한국을 방문한 또 다른 환생자 17세의 링 린포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현주 목사가 ‘불교 외의 책도 읽느냐...?’ 하고 묻자 그는 지금은 경전 공부하기도 모자르다며 티벳의 교학 체계에 대해서 살짝 언급한 바가 있다...

링 린포체는 이전 생애에서 달라이라마의 스승이었던 사람으로 현재는 스승과 제자의 입장이 뒤바뀌어 달라이라마 밑에서 배우고 있는, 오랜 세월동안 달라이라마와는 빛과 그림자였던 환생자이다...

그들이 속한 겔룩파의 경우 20년이나 교학에 매달린다고 하는데, 우선 아비달마, 반야경, 율장, 중론, 인명 등 5개의 큰 경전을 15년간 반복, 또 반복해서 외우며 공부하며 그래야 강원을 수료하게 된다...그리고 여기서 다시 5년을 더 공부한 스님만이 학위 취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암기한 경전 공부를 다져가는 방법은 체니(대론)라고 하는 독특한 토론 방식이다...즉, 상대방과의 논리적 토론을 거치며 경전을 공부하고, 의심하고, 확신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까지가 티벳 불교의 현교 과정으로서 이런 현교 과정을 마친 후라야 밀교 (금강승) 수행을 시작 할 수 있다...

X X X

체니의 모습을 살펴보면, 1개단은 대략 10여명의 스님들이 빙 둘러앉아 원을 만들고 그 원안에서 두 명의 스님이 일어나 둘러앉은 스님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논의 주제를 던진다...이런 단은 20여개 넘는데, 서 있는 스님들은 앉아있는 이들에게 너의 ‘논리’를 얹어 놓으라고 채근하고, 앉아 있는 스님들은 정법으로 비판을 해야 하는 식이다...

즉, 서 있는 스님들은 부처님의 법을 비판적으로 공격하고 앉아있는 스님들은 방어해야 하는 입장인데, 어느 쪽이든 대론을 이어가지 못하면 패하게 되는 것이다...

대론은 밤 늦도록 계속되며 승부가 갈린 팀들은 대론 중인 다른 팀 주위로 몰려가 묵묵히 경청한다...그리고 스승들은 말없이 그들 주변을 지켜 서서 체니를 잘 하고 있는지, 혹시 체니의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이와 같이 체니는 티벳 승려 교육의 핵심적인 방법이며 스님들은 대론을 하면서 ‘논리의 큰 길’로 들어서게 된다...

무려 15년 간이나 매일 이런 식으로 토론을 하게 되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꼼꼼히 외우고 해석해서 이해한 다음 ‘왜 그런 말씀을...?’, ‘왜 그 때 그런 말씀을 하셨는가...?’하고 의심했던 부분을 체니를 통해 헤쳐나감으로써 의심했던 부분이 확고해지는 것이다...

해마다 1월 초 체니 경연 대회가 열리고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많은 스승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 사찰의 체니 대표자들은 그 동안 갈고 닦은 ‘논리의 기력’을 마음껏 발휘한다...이러한 교육 방법 덕분에 티벳 불교의 교학 체계가 튼튼히 구축하고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X X X

어찌보면, 티벳의 20년 교학은 너무나도 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윤회와 환생 차원에서 보면 몇몇 생을 계속 수행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20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라고 말한다...이들의 이런 마음가짐에 비하면 한국 불교의 5~6년의 교학기간은 너무나도 짧은 셈이다...선정만 오래도록 추구하게 하고, 선문답은 즉문즉답으로 그 자리에서 무언가 결단을 내기를 원한다...그러니 그만큼 일반 대중들과는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종교 사람들까지 이해시키고 굴복시키는 티벳 스님들의 논리력에 관한 잘 알려진 일화가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벌어진 티벳 스님들 살해 사건을 들 수 있다...언뜻 보아서 촌스럽고 어리석어 보이던 티벳 스님 2명을 향해 인도 북부 라디크라고 하는 마을에서 회교 원리주의자 6명이 시비를 걸어왔다...수 적으로도 우세하고 나름대로 그 마을에서는 알아주던, 자신감 넘치는 이들이었으나, 티벳 스님들이 워낙 논리적으로 빼어난데다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박식해 꺼내는 말마다 그들은 박살이 나고 말았다...

결국, 자존심이 상한 회교도들은 두 스님들을 살해하고 마는데, 이런 사례에서 보듯 티벳 스님들이 얼마나 논리적인 대화에 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교학이 튼튼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로 남아있다...

달라이라마는 상대방이 굴욕감을 느끼고 적개심을 갖게 했다는 데서 수행 경지가 낮았다고 안타까워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 이야기는 그냥 티벳 스님들의 논리력이 대단하다는 사례로 참고 삼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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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서 설명한 다섯 경서 이외에도 다른 여러 수업들을 티벳인들은 받는다...비수행자들은 연극, 무용, 음악, 점성학, 시, 작문 등을 교육받고, 수행하는 스님들은 비수행자들 과목에서 한 두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은 점성학과 작문을 선택한다...그리고 종교적인 심화학습 과목으로는 의술, 산스크리트어, 논리, 예술과 공예, 형이상학과 종교철학을 공부한다...

이 중 형이상학과 종교철학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으로서 다시 5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반야학, 중관학, 율장, 논장, 논리학이 그 과목들이다...논리학은 종교적인 과목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힘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5개 과목에 포함되었다...이러한 공부가 완성이 되어야 밀교(금강승) 공부로 나아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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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교육에서는 지식 제공과 정신능력 개발을 위하여 단계적으로 적절한 방법을 적용한다...

첫 번째는 모방으로 읽기와 쓰기가 여기에 포함된다...대체로 6~7세부터 교육이 시작되는데 어린이들은 교사를 모방하여 읽기와 쓰기를 먼저 배운다...물론 모방은 어릴 때만 행하는 것은 아니고 평생 적용되는 자연스런 방법이다...

두 번째는 외우기로서 기억력을 단련하기 위해 경전을 암송하는 엄격한 과정이다...

세 번째는 설명, 네 번째는 토론으로서 이 방법을 통해 자신의 논리를 기른다...

다섯 번째는 명상과 정신집중으로서 종교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부와 실천을 위한 방법이며, 마음을 단련하는데 사용된다...

모든 것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행해진다...

X X X

달라이라마의 회고를 통해 밀교 수행에 들어가기 전, 20년에 걸친 수행 후 최종 시험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데, 달라이라마의 최종시험은 다음과 같았다...

시험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연합 공개토론 형태로 진행되었다...아침에는 형이상학과 논리학을 30명의 학자들과 차례대로 논쟁하였으며, 오후에는 중론과 반야사상에 대해 15명의 학자와 논쟁하였다...저녁에는 율장과 아비달마에 대해 35명의 학자가 지식을 테스트 하였다...매 과목 시험 때마다 수백명의 학덕 높은 라마들이 청중으로 앉아 있었고, 수천의 수도승들도 주변에 앉아 열심히 경청하였다...스승들도 걱정스런 모습을 하고 그들 사이에서 나를 지켜보았다...학자들의 질문에 아주 빨리 대답해야 했으므로 시험은 대단히 어려웠다...하루 종일 토론을 치렀지만 시간은 한순간에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부처님의 가르침을 수년간 공부한 덕분에 형이상학 1인지라로 인정받게 되고, 마지막 시험을 무난히 치룰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시험을 통해 정신적인 완성의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계속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처럼 달라이라마의 회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티벳 스님들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결국 이렇게 공부한 사람만이 최종 단계인 밀교 수행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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