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군대

고구려의 제19대 광개토대왕은 활발한 영토 확장을 추진한 임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한 광활한 영토 정복하기 위해선 강력한 군대가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과연 광개토대왕의 군대는 어떠했을까?

먼저 중국의 [양서] 동이열전 고구려조에 보면 광개토대왕이 장사(長史)·사마(司馬)·참군(參軍) 등의 관직을 신설했다는 기사가 나온다. 이는 광개토대왕이 기존의 군제를 새로이 재편했다는 것인데 이는 곧 앞으로 있을 정복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사마'의 경우 사마는 장군부나 도독부의 속관직으로서 군사문제를 전담했던 관리라고 한다. 그런데 아예 독립적인 사마직을 신설한 것으로 보아 이는 광개토대왕이 군사제도를 새로이 정비했음을 시사한다.

고대국가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이 고구려 역시 왕실 직속군대와 호족(귀족)의 군대로 이원화 돼 있었다. 그런데 광개토대왕릉비문에 보면 고구려 군대를 왕당(王幢) 혹은 관군(官軍)이라 표기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광개토대왕이 적어도 어떤 형태로든 이원화된 자국의 군대를 국가의 군대로서 통제했음을 시사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즉 다시 말해서 광개토대왕을 정점으로 하는 군사력의 집중이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이는 곧 군대의 일사불란한 통솔과도 직결된다.

고구려군의 전략전술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고구려(高句麗란 말 자체가 언덕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였던 만큼 고구려군은 초기부터 흔히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 즉 기습전에 유능했다.

바로 이 기습전은 고구려군의 중요한 전술중의 하나인데, 험준한 산악지형을 이용하다보니 어쩌면 기습전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양왕(590~618)의 수나라 선제공격에서 보듯이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공격술 이다. 같은 예로 동천왕(227 ~ 248)이 그동안 우호관계에 있던 위나라를 선제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제공격은 아무래도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기습전과 선제공격의 수행에 필수적인 것은 분명 정보일 것이다.

그만큼 상대방의 사정에 대한 숙지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고구려 역시 치열한 첩보전을 오래전부터 수행해 왔는데,

선비족을 정벌하고 백제 개로왕을 전사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승려 도림.

김춘추와 연개소문과의 담판이 진행될 당시 신라의 사정을 알려주었던 승려 덕창.

신라의 김유신을 유인했다는 백석 이라는 낭도 등이 모두가 고구려가 운용했던 첩보원들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백제 멸망 당시 좌평 '임자'를 포섭하는데 성공한 조미곤은 바로 김유신이 보낸 첩자이기도 하였다 이는 비단 고구려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나라들이 첩보전에 매우 비상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어쨌든 고구려의 이러한 치밀한 첩보활동이 작전수행의 중요한 관건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바로 이 연장선상에서 광개토대왕은 수군을 이끌고 한강에 상륙하여 백제의 왕성을 전광석화처럼 함락시키는 전과를 올리게 된 것이다(백제 아신왕의 항복) 바로 이 수전은 고구려군의 기습전술과 사전 첩보활동의 선행(先行)을 잘 보여주는 대목 이다.

삼국사기사 전하는 광개토대왕의 용병술이 탁월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군사들의 사기를 잘 진작시켜서 이를 효율적으로 통솔했다.

고구려군의 군율은 엄정하고 혹독했다고 한다.

가령 나라를 배반하고 다른 나라에 빌 붙은 자는 먼저 불에 그슬린 다음 목을 베고 그 가족은 노비로 삼았다고 한다.

또 성을 지키다가 항복한 자, 전쟁에서 패한 자 등은 어김없이 참수형으로 다스렸다. 이러한 철저한 법집행은 분명 군내부의 결속을 다지는데 이바지했을 것이다.

고구려군의 규모 및 역량 그리고 장비

광개토대왕릉비문에 보면 5만명의 기병, 보병이 동원된 전투가 400년조와 407년조에 각각 나오고 있고 또 그전인 342년 고국원왕이 환도산성을 방어하기 위해 동원한 병력이 보병, 기병을 합하여 6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곧 고구려가 많은 군대를 상시 확보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아울러 246년 동천왕이 위나라 관구검의 군대를 상대할때 철기(鐵騎)5천명을 동원했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이는 곧 고구려가 적어도 3세기중반부터 철갑으로 중무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쌍영총 벽화에 보면 중무장한 기병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또한 다양한 철제무기를 사용했음도 알 수 있다.

고구려는 4세기후반 요동지역을 확보함에 따라 철광을 (오늘날의 안산·본계 등지)점유하게 되었고 역시 황해도 지역의 철광도 손에 넣게 된다. 마찬가지로 고구려가 장악했던 충주지역도 철광과 교통의 요지였다. 이러한 철광의 확보는 곧 다양한 철제무기로 이어졌을 것이다.

참고로 당나라 사람인 '두우'가 쓴 [통전]이라는 책에 보면 고구려 마자수(압록강)에는 큰 선박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달리보면 고구려의 조선술과 수리학(水理學) 그리고 수군력(水軍力)이 일찍부터 발전했음을 시사하는 예가 아닐까 한다.

예컨대 476년 당시 남중국 유송에게 보내던 백제 선박이 고구려 선박의 방해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나 장수왕(413 ~ 491)이 연안 항로를 장악하고 있어서 백제 개로왕(455 ~ 475)이 한동안 북위에 사신을 보내지 못한점, 그리고 391년 광개토대왕의 관미성 함락 등은 이를 뒷받침 해주는 사례가 아닐까 한다.

바로 이러한 광개토대왕의 뛰어난 자질과 전통적인 고구려군의 탁월한 역량이 결집되어 세계최강 고구려군대를 이루어낸 게 아닌가 한다.

내용출처 : [직접 서술] 한국고대사,그 의문과 진실(이도학 지음) - 김영사 발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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