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할 말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참 쉽지 않은 것이 나름 이쪽에서 비중이 있다보니 하고 싶은대로 다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냥 저 혼자 몸이고 한 사람의 작가로서만 활동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간단한데, 여러분도 아시듯이 제 위치가 아주 묘합니다. 해서 여러가지를 감안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음이 늘 답답합니다.
그런 상태라서 가끔 여러분들이 하는 말을 보면, 그것도 모르느냐? 라고 훈계 상태의 충고들이 주욱, 나오는 걸 봅니다.
그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아주 원론적이고 또 간단합니다.
작가는 바보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바보면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지금이야 아이큐가 90도 안될거 같긴 합니다만 20대엔 저도 그 아이큐라는 거 140 정도는 되던 사람이니까 바보일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보낸 세월이 30년이 넘었습니다.
많은 데이타를 가지고 있고, 많은 고민을 당연히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무 것도 안해?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매일 그렇게 서너시간 자면서 살다보니 대충 이 시간이 되면 속에서 속쓰림과 구역질이 동반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놀고 있지 않다는 걸 굳이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통상 제대로 된 작가 하나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기틀이 만들어져 있다는 가정하에서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작가는 나오지 않습니다.
시장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예. 정말 어렵습니다. 뭐 내가 시작할 때부터 늘 어렵다고 했었다. 라고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더 어려운 것도 맞습니다.
이 어려움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그걸 놓고 갑론을박 요즘 계속해서 소모성 논쟁이 지속되고 잊을만하면 다시 나오고 합니다.
해서 한 번은 다시 짚어두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속속들이 다 파헤쳐서 보여드리고 싶지만 사실 독자가 그렇게 다 아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독자는 내부사정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책을 보고 싶은 거니까요.)
위에서 왜 작가 이야기를 했는가하면, 이 어려움이라는 것. 사실은 해결방법이 아주 간단합니다.
훌륭한 작가들이 멋짓 작품을 써주면 한방에 끝납니다.
사방이 시끄럽고, 사방에서 난리가 나는 작품이 쏟아지는데 독자가 안보고 배길 수 있겠습니까?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다시 말하면 기초체력이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다. 라는 겁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제가 용문이란 곳에서 제자들을 키웠고, 지금도 창작스쿨에서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이 전력이 되는 상태가 되길 저는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
작가들이 잘하면 되지....
그런데 실제로는 딱히 그렇게 안됩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현 상황을 간단히 짚고 가겠습니다.
-볼 책이 없다.
맞습니다.
그래서 위기가 온 겁니다.
그럼 그 이유가 뭐냐?
불펌?
맞습니다.
아주 큰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저희들 지금 대대적인 고소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 부분은 독자의 책임도 큽니다.
요샌 문피아 베스트도 못믿어.
왜 못믿을까요?
문피아 베스트가 뭘까요?
독자가 많이 보고 점수를 많이 준 연재물이 베스트가 됩니다.
그건 인기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문피아 베스트가 옛날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아니라고들 이야기 합니다.
왜 그럴까요?
침묵하는 다수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여러분들과 달리, 그들은 그걸 좋아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여기서 또 복잡한 상황이 끼어드는데, 아, 이 글 정말 좋아. 라고 해서 베스트에도 있고 말 많이 하는 소수(?)도 좋아하는 글은 시장에 나가서 어떻게 될까요? 역시 안 팔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말많은 소수가 재미없다고 하면서 베스트에 있던 글도 다 잘팔리지는 않습니다.
그럼 대체 뭘까요?
독자가 갈리고 여러가지가 교차됩니다.
저는 한 번 보면 누가 좋아하고 얼마나 팔릴지 거의 압니다.
베스트에 올라 온 글 중 상당수 모자란 글이 존재합니다. 몇개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연재글을 볼 시간이 없어서... 위에서 중간에서 아래에서 한꼭지씩 봤거든요.
팔릴 글과 팔리지 않을 글이 공존하는 이유는...
문피아가 무료라서 그렇다. 라는 것이 이유중 하나이고 또 하나는 지금 전체를 끌고 가는 주류가 뒤섞이고 있어서 명백한 주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됩니다.
2000년 3세대가 시작되기 전, 이 시장은 마니아가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해서 그들이 좋아할만한 글이 시장에 나왔고 새로운 독자는 그 주류에 동화되거나 아니면 떨어져 나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묵향비뢰도가 빅뱅을 터뜨리고 난 다음. 몰려든 새로운 독자는 그 주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고 폭발적으로 몰려든 그 독자들의 숫자는 기존 주류를 압도했습니다.
당연히 시장은 그 새로운 주류를 따라 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초기에는 준비된 사람들이 한 두개씩 히트를 시키니 잘 끌고 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력이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새로운 사람들이 그 간극을 메우면서 발전해야 하는데 준비된 작가들이 태부족한 겁니다.
겉모습만 훙내내는 비실력파들이 주류가 되면서 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연하게 질적하락.
그 끝은 지금의 모습입니다.
누구의 책임이냐?
라는 걸 따지는 건 정말 부질 없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독자가 왕입니다.
원하지 않는 책은 안 사고 안 보면 끝나니까요.
해서 시장을 이렇게 만든 건 작가나 출판사가 아니라 독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왜 있겠습니까?
기획을 하고 두드려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출판사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쪽 출판사는 영세해서 그런 기획을 하고 장기적인 구상을 할만한 능력이나 여력이 모자랍니다. 그러니 시장에 맞춘 글만 내고 그게 지금처럼 참혹한 결과가 도출되는 거지요.
출판사의 책임론 당연히 대두됩니다.
더 써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장의 지금 상황은 독자/작가/출판사. 누구 하나를 놓고 책임을 가리기가 어려운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거지요.
길은 있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출판사가 확실하지 않은 책은 내지 않는다. 라고 한다면, 시장은 1년 내에 살아날 겁니다. 대신 출판사도 지금 있는 것중 90%이상이 망할 겁니다. 월 1종 내기도 쉽지 않은 출판사가 있을테니까요.
결국 헛소리가 되고 마는 겁니다.
해서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은 이미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늦었다는 것과, 가능성 있는 작가를 살리는 것이 최선이다. 라는 것입니다.
제가 책을 보니, 판무쪽은... 인정하기 싫지만 아주 많은 숫자가 나오면 안되는 책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뭐가 나쁘다. 라기 보다는 뭐가 좋다를 가리는 게 더 쉽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금년에 본 책 중에 제 마음에 든 책은 1종이었습니다.
괜찮다. 싶었던 것이 1종. 그나마 낫다가 2종이었습니다.
40종를 봤다면... 10%의 수율이지만... 불행히도 그보다 더 많이 봤습니다.
ㅠㅠ
간혹 그게 제가 비평을 못하게 해서. 문피아 때문이라고 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난감하기만 합니다. 지금 문피아에서 할 말 못하지 않고 할 말 다 합니다. 비평? 비평란 있습니다. 가보시지요. 과연 할 말을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노골적인 욕설, 비하만 아니면 거의 모두 허용된 상태입니다.
그건 차지하고, 그냥 풀어놓고 개쓰레기. 운운 한다고, 할 수 있었다고 해서 지금 시장이 좋아졌을까요?
으윽, 욕먹지 말자. 하고 써서 좋은 글이 나왔을까요?
그렇다면 정말 순진한 발상입니다.
글이란 게 잘쓰겠다. 라고 생각한다고 잘써지는 게 아니거든요.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발전되지 못합니다.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 바닥에서 10년인데...
그런 사람들이 이제 적지 않아 졌습니다.
제가 볼 때 꼬맹이던 친구들이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지금입니다. 중견이 많아지고 실력자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서 호시탐탐, 건곤일척의 승부를 노리는 그런 와호장룡의 대지가 우리 시장이었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마음에 들던 작가들까지 망가져가는 걸 보는 마음은 정말 좋지 않습니다.
왜 망가지는가를 놓고 여기서 논하는 것도 사실상 부질 없기도 합니다.
제가 이 결론없는 글을 쓰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작가가 잘못했다.
독자의 잘못이다.
출판사의 잘못이다...
그런 닭과 달걀의 논쟁을 할 때가 지나버렸다는 거지요.
누가 잘못인가는 제가 논한 저 위의 셋 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
저요?
저보고 고르라면 저야 당연히 작가 잘못을 고릅니다.
독자의 잘못, 출판사의 잘못은 제가 고치도록 할 범주가 아니니 제 손길이 그래도 조금이라도 미칠 곳을 골라야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 수가 있을테니까요.
나름 밤잠 안자고 후배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진 않습니다. 글쓰는 사람을 만들긴 쉽습니다. 그러나 작가라고 불릴 재목을 만들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3년 정도가 흐르면 아마 열손가락이상의 숫자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닝이 정말 가혹하거든요.
1권을 쓰면서 5권 정도의 분량을 쓰고 또 쓰는 수준입니다.
그들이 후일 제가 생각한 수준까지 가준다면, 저는 많이 기쁠 겁니다. 저를 존재하게 만든 이 시장을 위해서 제가 기여한 것이 될테니까요.
물론 제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좋은 사람들이 나와줄 걸로 믿습니다.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합니다.
(이 글은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근래에 들어서 정말 믿기 어렵도록 난독증을 가진 분들이 많고, 혹은 억지로 말을 비트는 분들이 계심도 봅니다.
이 글은 논쟁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그냥 편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말 그대로 이미 시장이 누구의 잘못인가를 논할 단계를 넘어 이젠 노력할 수밖에 없다. 라는 의미로 썼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능력자들이 쟁선爭先하는 그날까지.
연화정사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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